ⓒ시사IN 안희태국제앰네스티 무이코 조사관(오른쪽)은 조사 활동을 하는 내내 중립적 태도를 견지했다.

무이코 조사관이 처음으로 들른 곳은 동부이촌동 금강아산병원. 지난 6월28일 시청에서 비폭력을 외치며 ‘눕자시민행동단’으로 활동하다 경찰에게 밟혀 부상당한 이학영 YMCA 사무국장이 입원한 곳이다. 그는 조사차 이 국장을 만나 “우리도 비폭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당신의 활동을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가 경찰의 과잉 진압을 문제삼자 “경찰은 자신들이 결백하다고 주장한다”라며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한국 조사 첫날 무이코 조사관과 동행하며 촛불집회에 대한 그의 견해를 물었다. 그는 한국 사회에 대해 “사람의 힘을 보여준 기록적인 시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부에서 당신을 파견한 것은 그만큼 촛불집회 과정에서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는 뜻인가?
국제앰네스티 런던 본부에서는 쇠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된 한국의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내가 본 바로는 전반적으로 매우 평화적이었다. 한국 국민의 피해 상황에 대해서는 본부에 이메일 수백 통이 왔다. 동영상과 같은 구체적 증거가 충격적이었다. 내가 본 결과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 요소가 많이 발견됐다. 정부는 모든 사람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최근의 한국 상황을 처음 접해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
아직은 답을 하기 어렵다. 한국에 도착한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았고, 조사 활동은 시작 단계다. 내가 먼저 말해버리면 조사가 독립적일 수 없다.
무슨 말을 하기 전에 모든 사람을 조사하는 것이 우선이다. 조사 대상에는 피해자뿐 아니라 경찰·정부 모두 포함된다. 모든 이야기는 두 가지 면이 있다. 경찰과 피해자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봐야 하는 이유다.

평소 한국의 인권 상황에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었나?
매우 긍정적으로 봤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민주주의는 환상적인 수준이었다. 지금도 한국의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고 느낀다. 거리에 나와서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표출하는 사람들은 특별한 이가 아니다. 학생·아이 엄마·성직자 등 모든 사람이 거리로 나왔다. 한국의 인권이 아직 살아 있기에 보호해야 한다.

최근 폭력적인 양상을 보고 당신이 갖고 있던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에 변화가 생겼나?
변화가 있어서 여기에 온 거다. 한국 상황이 심각하게 걱정됐고, 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폭력으로부터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국제앰네스티의 존재 이유이자 내가 한국에 온 이유다.

조사가 끝나면 어떤 조처를 취할 것인가?
조사 결과에 달려 있다. 1차 조사 결과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견된다면 보고서를 작성해 본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보고서에는 지금 상황과 관계된 정부·경찰·일반 시민·부상자 등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담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제앰네스티 본부로부터 시위 진압 과정에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는 서한을 받고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알고 있다. 런던 본부에서 보낸 서한에 그가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책망할 수 없는 일이다. 답장을 보내지 않은 것도 그의 선택이다. 불행하게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우리는 어떠한 강요도 할 수 없다(앰네스티의 보고서와 권고 사항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도덕 지침서로 통용된다는 점에서 이를 무시하는 행동은 국제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낳는다).

기자명 박근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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