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신부가 “승리의 조건을 알려드린다”라고 말하자 시선이 집중됐다. 김 신부는 “질긴 놈이 이긴다”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질긴 놈이 이긴다”를 연호했다. 김 신부가 외치는 구호도 색다르다. “국민을 때리지 마!” 김 신부는 정색하지 않고 비튼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촛불집회를 ‘전문 시위꾼’이 주동한다고 비난하자, 김 신부는 “예수님은 전문 시위꾼이 맞다”라고 말하며 넘어갔다. 거리 시국미사를 지켜본 한 경찰 간부는 “김 신부가 시민을 유치원생 가지고 놀듯 한다”라고 말했다.
첫날 미사를 마치고 온 김 신부는 기자에게 “내가 어떻게 이런 말을 했지. 나도 몰랐어”라고 말했다. 말을 잘하는 비결에 대해 김 신부는 “우리가 시청광장에 나온 것도, 저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은 것도 모두 하느님의 은총인 것 같다. 하느님이 준비하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실 김 신부는 말하는 것보다 듣는 데 선수다. 기자가 준 〈시사IN〉 취재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기자보다 열심히 적는다. 신문을 꼼꼼히 챙기고, 지나는 시민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기자 이야기도 꼼꼼히 메모한다. 그리고는 김 신부표 말로 풀어낸다. 김 신부는 “말을 계속 하다 보니까 글에 쓰기 좋은 말이 보인다”라고 말했다.
신부들은 하나같이 달변가이다. 조선일보를 읽던 김영식 신부는 “조선일보를 읽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수행이다”라고 말했다. “법(法)은 물수(水)에 갈거(去)를 쓴다. 물이 흘러가게 두는 자연의 순리가 곧 법이다. 그런데 조·중·동은 하느님의 법을 어기려고 한다.”
시청광장의 단식 천막 안에서 신부들이 어째서 달변인지 그 비밀을 어렴풋하게 짐작할 수 있었다. 신부들은 손에서 책과 성서를 떼놓지 않는다. 그리고 무언가 적는 신부가 많다. 7월2일 미사에서 강론한 송년홍 신부는 전날부터 메모지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이요한 신부는 틈만 나면 수첩에 무언가를 적는다. 이 신부는 “생각나는 대로 적는 게 습관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전종훈 신부는 “사제들은 거리 경험이 많아서 신자가 아니라 대중을 이해하고 말하는 방법을 잘 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