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방영된 CNN 보도에 따르면, 카트만두에서 동쪽으로 불과 30㎞ 떨어진 라비오피 마을의 주민들은 전체 가옥의 90%가 파괴된 극심한 피해 상황에서도 어떤 구호 조치도 받지 못하고 있다. 라비오피 주민 오스민다 코이레일 씨는 “정부에서 어떤 지원도 받은 바 없다. 아마 우리 마을의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니 시민 저항이 격렬하게 벌어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난 4월29일, 카트만두에서는 시민들이 식수 트럭을 도로 밖으로 밀어낸 뒤 그 위에 올라가 시위를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네팔의 공권력은 구호에는 느리지만 진압에는 신속했다. 곧바로 군경이 출동해서 시민들을 제압했다. 당초 네팔 정부는 카트만두 외곽의 피해 지역으로 이동하려는 시민들에게 특별 차편을 마련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해 시민들을 격분시켰다. 트럭 시위에 참여했던 카트만두 시민 판디 씨는 이렇게 호소했다. “고향의 가족들을 구하러 가고 싶어서 정부가 마련한다는 버스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전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흙더미 속을 간신히 헤쳐 나온 시민들에게 방망이 세례를 안겼다. 이게 정부 맞나?”
필자는 구호품이 난민들에게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를 묻기 위해 네팔 정부에 문의했지만 시원한 답변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네팔군의 한 장교는 “병력 대부분이 인명 구조에 투입되어 구호품을 분배할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구호품 분배에 대한 지시가 내려온 적도 없다”라고 말했다. 카트만두 의사당 앞에서는 20대 대학생들이 구호물품의 조속하고 공정한 배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여대생 미나 씨(21)는 “정부가 구호품과 외국에서 온 성금을 빼돌린다는 소문이 자자하다”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