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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무한도전〉에 맞서 SBS가 꺼내든 카드는 〈라인업〉이다. 〈라인업〉은 제목 그대로 이경규와 김용만이 자기 ‘라인’ 사람들을 모아놓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인데, 그 중 유일한 여성 출연자가 바로 솔비(사진)다.
하지만 솔비의 활약상은 라인을 따지지 않고 두드러진다. 버라이어티 아이들(idol)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원래 가수였다는 사실은 노래를 부르다 앞단추가 풀어졌다는 뉴스가 아니면 잊어버릴 정도로-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이경규가 진행하는 〈퀴즈! 육감대결〉과 유재석이 사회를 보는 〈해피투게더 시즌3〉의 ‘그건 너!’ 코너처럼 아는 게 없어도, ‘구라’를 치면 살아남는 프로그램들에서 그녀의 실력은 발군이다.

바보 캐릭터인데 말발이 선다니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일지도 모른다. 〈퀴즈! 육감대결〉에서, 솔비는 문제를 거의 맞히지 않고도 초반 위기를 잘 헤쳐나간다. 모르면서도 아는 척해 탈락 위기를 피하는 데도 능숙하지만, 가끔은 “나 무식해서 이거 모르지만 이번엔 봐달라”고 싹싹 비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얌전한 척하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작렬! 정신통일〉의 ‘초성대결’에서, ‘ㅇㅂ’의 답으로 자신만만하게 “육봉!”을 외쳤을 때는 TV 앞에 앉아 있는 내 등골에까지 식은땀이 흘렀다.

하지만 TV 안의 솔비는 “왜 안 돼요?”라며 자신있게 묻고 있다. 〈라인업〉 팀이 출연했던 〈야심만만〉에서는 솔비가 난데없이 “남자들은 결혼하면 다들 한번씩 바람 핀다고 들었어요”라고 말했는데, 갑자기 강호동은 말을 더듬고 이경규·김용만·김구라·이윤석·신정환은 모두 딴전을 부리며 침묵한 탓에 좌중이 폭소를 터뜨렸다. 순식간에 “대체 누가?” 하는 분위기를 끌어냈기 때문이다. 이게 다 계산이라면 솔비는 엔터테인먼트의 화신이겠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무식한 건지, 똑똑한 건지 모르지만 말을 안 가리고 다 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용감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른바 천연이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웃겨주는. 누구나 예뻐질 수 있는 세상이어서 더 이상 예쁜 것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버라이어티 전성시대에, 솔비는 더없이 잘 어울리는 캐릭터다.

기자명 이다혜 (판타스틱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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