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6일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상반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결과를 내놓았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 협력업체에서 일하다 해고된 7명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해고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들 가운데 파견 근무 기간이 2년을 넘은 4명은 현대차 소속이라는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반면 KTX 해고 승무원은 졌다. KTX 승무원과 코레일 사이에 직접적 근로관계가 성립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위장도급에 대해 다음과 같은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도급인(현대차)이 수급인(사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업무에 상당한 지휘·감독 명령을 했는지 △도급인 소속 근로자와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함께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지 △수급인이 근무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는지 등으로 합법 도급계약과 불법 도급계약을 구분했다.

ⓒ연합뉴스2010년 1심에서 승소한 KTX 해고 승무원들이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제조업 생산공정 업무는 파견 노동자를 투입할 수 없다. 현대차는 사내 협력업체와 도급계약을 맺는 식으로 법을 피해가려 했다. 모든 공장 라인에 도급계약을 한 사내 협력업체 직원과 정규직 직원을 함께 근무시킨 것은 불법 파견이라고 대법원이 결론 내렸다. 현대차는 협력업체 노동자의 작업 배치 권한을 행사했고, 작업량·작업 순서·속도 등을 결정했다. 실질적인 지휘 관리 감독을 했다는 뜻이다. 2012년 대법원은 이미 현대차 협력업체에서 일하다 해고된 최병승씨가 낸 소송에서 ‘현대차의 사내 하청이 불법 파견’이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KTX 승무원에 대해서는 코레일 소속 직원과 승무원의 업무가 구분된다며 위장도급이 아니라고 보았다. 홍익회 등이 독립적으로 승객 서비스업을 하고 인사권을 행사했다면서 독립된 업무를 했다고 판단했다. 앞선 1·2심(KTX 승무원 34명이 낸 1차 소송)에서 위장도급이 맞다며 사실상 같은 업무를 했다고 판결한 내용을 정반대로 뒤집어버렸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해고된 KTX 승무원들은 1·2심 판단을 다시 한번 눈여겨봐 달라고 호소했다. 원심은 “코레일이 직접 KTX 여승무원을 평가·징계·교육했고, 코레일 직원인 열차팀장과 함께 조를 이뤄 일을 했으며, 홍익회 등 승무원을 고용한 회사는 별도의 물적 시설이나 장비 등을 갖추지 못해 해당 사업주로서 독립성이 부족한 점을 비춰 KTX 승무원 인사노무 관리의 실질적 주체는 코레일이다”라고 판시했다.

ⓒ연합뉴스2015년 2월26일 대법원은 1·2심의 판결 내용을 정반대로 뒤집었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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