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 일가가 국가와 중소기업을 상대로 사기와 불법을 저지른 혐의를 받지만 그들은 ‘성역’처럼 보호받는다. 〈시사IN〉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재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효성그룹 회장) 일가의 부정 비리 혐의는 국가의 노골적 비호로 가려져 있다. 조석래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큰아버지다.

특혜와 비리 의혹의 중심에는 조석래 회장의 막내 동서인 주관엽씨(미국 시민권자)가 실소유주인 (주)로우전자가 벌여온 방위사업이 있다. 효성그룹 계열사인 동양나이론의 방산 부문에서 떨어져 나와 설립된 로우전자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방위사업청과 육군에서 발주한 ‘소대급 대대급 마일즈 사업’과

ⓒ연합뉴스사돈지간인 이명박 대통령(위 오른쪽)과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야간표적지시기 사업’에 뛰어들어 약 4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로우전자는 1999년부터 최근까지 방위사업청과 방산 장비 납품 계약 26건을 체결했다. 주로 레이저 교전훈련 장비, 소화기 야간표적지시기 부품류, 적외선용 조준등 세트 따위를 납품했다.

로우전자 실소유자는 조석래 회장 동서

그 과정에서 로우전자는 위장회사 및 가공회사 4개를 동원해 허위 세금계산서를 남발해 수입 원가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약 80억원대 세금을 불법으로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는다. 여기에는 효성그룹의 미국 현지 법인인 효성아메리카도 일조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정부에서는 국민 세금을 회수하기는커녕 신규로 40억원대 사업 계약을 체결해 지원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그뿐 아니라 효성이 국가로부터 ‘도용’한 특허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고 계속 방치해두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 기업이 갖는 위력이라고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확인 취재 과정에서 효성그룹 측은 “로우전자는 효성과 전혀 상관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규모 방위사업체처럼 포장된 로우전자는 효성그룹 계열사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그룹 오너 일가가 깊숙이 개입한 사업체다.

우선 로우전자는 효성의 구미공장 안에 사업장을 두고 있다. 서류상 대표는 효성에서 10여 년간 근무한 이진구씨로 올라 있지만 실소유주는 조석래 회장의 막내 동서인 주관엽씨다. 조 회장의 막내 처제인 송진주씨는 ‘제이송연구소’라는 곳의 대표로 이름을 올려놓았다. 제이송연구소는 마일즈 사업에 참여해 로우전자에 납품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 ‘제이송연구소’ 소재지를 추적한 결과 본점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번지로 나왔다. 이곳은 조석래 회장의 세 아들인 조현준 효성 사장(80%), 조현문 효성 부사장(10%), 조현상 효성 전무(10%)가 전체 지분을 가진 부동산 매매 및 임대회사 (주)유신암면의 주소지이기도 하다.

조현준 (주)효성 사장이 발명자로 등록된 마일즈 사업 관련 특허장과 효성그룹 오너 일가 친척의 국고 불법 유출 실상을 보여주는 세금계산서.

조 회장 친인척이 ‘특허명의 도용’

조 회장의 막내 처제 송씨는 현재 특허청에 ‘유탄발사기 레이저 교전훈련장비’라는 기술을 출원해 특허권을 행사하고 있다. 로우전자가 국고 지원을 받아 개발했다고 주장한 이 기술은 국방전력발전 업무규정에 따르면 정부에 귀속되어야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조 회장의 막내 처제인 송씨가 발명자로 둔갑해 특허권을 갖고 있다. 추적 결과 송진주씨 명의의 레이저 관련 특허는 20여 년 전 한 미국인이 개발해 미국 특허청에 등록해둔 철지난 기술과 똑같았다. 오래전 해외에서 도태된 기술을 몰래 들여와 국산 신기술로 둔갑시켜 특허청에 등록한 뒤 이 기술로 만든 전투훈련 장비(소대급 마일즈 장비)를 군에 납품했다는 얘기다. 아니나 다를까 로우전자가 육군에 납품한 소대급 마일즈 장비는 80% 이상이 잦은 고장으로 수시로 정비를 받아야 하는 애물로 전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뿐이 아니다.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장남 조현준 (주)효성 사장도 마일즈 사업 기술 개발과 관련해 국방부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마치 자기가 발명한 듯 기술 발명자와 특허권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2006년 5월29일 특허청에 등록된 조현준 사장 명의의 발명 특허는 ‘광선을 이용한 야간표적지시기’ 기술이다. 로우전자는 이 기술로 만들었다는 야간표적지시기를 방위사업청에 독점 납품하고 300여 억원을 챙겼다. 정치학을 전공한 조현준 사장은 과학기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 효성그룹 측은 조현준 사장의 특허 도용 의혹에 대해 “조 사장에게 확인해보니 ‘언론을 통해 처음 들었다. 나도 왜 내 이름이 특허 발명자와 출원자로 등록됐는지 모르겠다’고 해명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조 사장은 로우전자가 자기의 명의를 도용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이같은 불법행위에 대해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어 ‘몰랐다’는 해명의 진실성을 의심받는다.

조현준 (주)효성 사장.
조현준 사장이 총괄하는 효성그룹 무역 부문에 소속된 미국 현지 법인 효성아메리카도 마일즈 사업에 발을 담그고 국고 유출의 한 축을 담당한 혐의가 짙은 것으로 확인됐다(오른쪽 표 참조).

특이한 사실은 과거 하나회 멤버로서 육군교육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낸 육사 23기 출신 박영일 예비역 소장이 로우전자의 지분 10%를 가졌다는 점이다. 마일즈 사업을 육군 교육사령부에서 주관한다는 점에서 그의 막후 구실과 지분 관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로우전자가 국방부에 부실투성이 장비를 납품하고, 원가를 부풀리는 따위로 국민 세금을 빼돌린 방식은 교묘했다. 국방부(방위사업청)와 마일즈 장비 및 야간표적지시기 장비 납품 계약을 맺은 로우전자는 장비를 직접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대신 유령 업체 3개를 만들어 다시 하청을 줬다. 로우전자 직원 명의로 급조한 유령 업체는 ELC·3A테크·남산전자 등이었다. 로우전자로부터 장비 공급 의뢰를 받은 이들 유령 회사는 가격을 부풀려 조석래 회장의 막내 처제가 대표로 이름을 올린 제이송연구소라는 가공회사에 다시 발주했다. 제이송연구소는 또다시 영진전자라는 유령 회사에 납품을 의뢰했다. 영진전자는 원 발주자인 로우전자 실소유주 주관엽씨의 친구 신문수씨 부부가 만든 위장 무역회사다. 신씨는 로우전자 지분 10%를 가진 주주이기도 하다. 영진전자에서는  효성그룹 미국 현지 법인인 효성아메리카에 수입을 의뢰했고, 효성아메리카는 로우전자 실소유주인 주관엽씨의 미국 개인회사인 세로닉스 등에 납품을 의뢰했다. 여기에는 로우전자 주관엽씨의 아내인 송진주씨가 미국에 소유한 ‘ZN 테크놀로지’라는 회사도 등장한다. 이 회사는 공교롭게도 효성그룹 미국 현지 법인이 들어선 로스앤젤레스 컬럼비아 거리 사무실과 주소지가 같다.

이처럼 로우전자는 효성그룹 오너 일가와 친인척, 친구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각 단계를 거칠 때마다 납품 가격을 부풀렸던 것이다. 〈시사IN〉이 이들 각 가공 위장 회사의 납품 내역과 세금계산서를 확보해 추적한 결과 최소한 80억원대의 국민 세금을 빼돌린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 ‘성역’ 앞에 무릎 꿇는가

그러면 정부는 과연 전경련 회장 일가의 이런 불법행위를 몰랐을까. 우선 이 사업을 담당한 국방부는 효성 일가를 감쌌다는 의혹을 산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소요군인 육군 쪽에서 사업을 검토해 발주를 독촉해서 계약을 맺었을 뿐이다”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로우전자가 빼돌린 막대한 국고가 로비 자금으로 쓰였을 개연성은 매우 높다. 국방부 연구개발비를 받아다 개발한 기술을 효성그룹 오너 일가 명의로 특허 등록한 사실을 국방부가 방치한 점도 의혹을 더욱 부채질한다.

ⓒ연합뉴스조 회장 친인척 회사가 국방부에 납품했지만 고장이 잦아 원성이 자자한 육군 교전훈련 장비.

2007년 6월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로우전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수사 결과 수입 원가 부풀리기에 의한 불법 국고 유출 혐의를 확인했다. 그 결과 로우전자 주관엽씨와 영진전자 신문수씨 등 일부에 대해 사기죄와 조세포탈죄를 적용해 수배했다. 이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이들이 유령회사를 내세워 빼돌린 자금 80여 억원에 대해 당연히 환수 조처를 취해야 했지만 아직까지 뒷짐 진 상태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방위사업청이 거꾸로 지난해 말 로우전자에 40억원대에 이르는 방산장비 신규 납품 계약을 체결해 지원해줬다는 점이다.

효성그룹 쪽으로 수사 확대하지 않아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도입한 장비가 군에서 고장이 잦았다는 점이다. K201 유탄발사기의 경우 훈련조차 할 수 없는 장비였다.

경찰은 효성그룹 오너 일가의 비리 연루 쪽으로 수사를 확대하지 않은 채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주관엽씨가 이미 해외로 도피한 뒤였다. 경찰에서는 신씨 등 몇몇 관련자에 대해 구속 품신을 했지만 검찰에서 불구속 지휘가 내려와 결국 몸통은 비켜간 채 깃털만 불구속하는 선에서 경찰 수사가 마무리된 셈이다. 경찰이 지난 5월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넘기면서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이 사건과 별도로 검찰은 효성그룹의 수백억원대 해외 비자금 조성 사건에 대한 수사 의뢰도 받은 상태다. 국가청렴위(현 국민권익위)는 지난해 효성그룹 내부자로부터 “2000년 이후 효성이 일본 현지 법인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원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약 200억~3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라는 제보를 받고 장기간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제보 내용은 대부분 사실로 판명났고, 청렴위는 검찰에 비자금 관련자 계좌 추적 등을 통한 사용처 수사를 벌여줄 것을 의뢰했다. 효성그룹 비자금 조성 수법은 위장 가공회사를 내세워 원가 부풀리기로 국고를 축낸 로우전자의 불법행위와 닮은꼴이다.

 

국가청렴위는 판사·검사·변호사 출신 전문위원 9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사건을 검증해 만장일치로 통과해야 수사 이첩을 하는 시스템이다. 청렴위로부터 조사자료 일체를 넘겨받은 검찰은 효성그룹 비자금 사건에 대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전모를 파헤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의 수사 속도가 갑자기 떨어졌다. 두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의 한 검사는 “아직 경찰과 청렴위에서 넘어온 자료를 다 파악하지도 못해 지금 단계에서는 수사 방향을 섣불리 말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검찰 수사가 뚜렷한 진척도 없이 장기화하자 효성그룹 내부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어느 쪽이 됐든 검찰이 빨리 결론을 내주어야지 일을 할 것 아니냐는 호소다.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효성그룹 비자금 사건과 오너 일가의 국고 유출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진다. 정치 분야의 이명박 대통령과 ‘재계 대통령’이라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사돈 관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효성 비자금과 오너 일가의 불법 국고유출 사건 수사는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이 주문한 대로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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