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 두드리나? 몇몇 언론사가 자다 봉창을 두드리자, 네티즌도 자판을 두드렸다. 일찍이 ‘윌리를 찾아서’로 유년기를 보내고 돌아와 깨알 같은 얼굴 찾기에 이골이 난 네티즌은 이 ‘소화기남’의 다양한 포즈 사진과 더불어, 음전한 자태로 경찰 사이를 누비다 불현듯 거리에 선 시민을 카메라로 촬영하던 ‘사복 청년’을 찾아냈다. 그리고 외쳤다. “프락치다.” 한 네티즌은 그림까지 그려가며 추정했다(사진). 그의 발목 부위가 유난히 뭉툭하고 바지 품이 넓은 건? “(경찰들이 착용하는) 정강이 보호대” 때문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체불명인 이 남자를 찾아나섰다. “6월7일에서 8일, 촛불의 비폭력 의미를 훼손한 정체불명의 폭도들을 공개 수배합니다.”
수배령 덕분일까? 다른 네티즌은 ‘소화기남’과 같은 신발에 모습도 사뭇 닮은 남자가 6월10일 밤 경찰이 쌓은 컨테이너 ‘명박산성’에 홀로 올라가 대롱대롱 매달린 사진을 찾아냈다. 하지만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짝퉁 시민’ 경찰일까? 그저 ‘열혈남아’일까?
경찰 프락치설 논란이 일자 경찰은 “일부 부대가 시위 장면 ‘채증’을 위해 사복요원을 두고 있지만, 납치를 우려해 경찰병력과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시위대를 선동할 수 없다”라며 “(경찰 프락치) 허위사실 유포자를 색출해 수사할 방침이다”라고까지 밝혔다. 하지만 경찰 방침도 ‘지방자치제’였던 걸까? 부산에서는 6월10일 밤 “사복을 입은 경찰대원이 신분을 숨긴 채 시민을 상대로 사진 채증을 하다 발각돼 시민들에게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졌다”(노컷뉴스).
이순신 장군은 국민을 지키려다 일본군이 쏜 총알에 맞아 돌아가시며 그러셨다.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서서 국민을 막아야 하는 요즘 경찰들은 그러는지도 모른다. “나의 직업을 알리지 말라.” 과연 프락치는 있다? 없다? 그건 쥐며느리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