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섯 번째를 맞은 〈시사IN〉 대학기자상에 총 241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2차 편집국 내부 심사를 거쳐 학내·사회 취재 보도 부문 각 7편, 방송 부문 2편, 특별상 부문 한 편이 최종 심사에 올랐다. 사진 보도 부문은 편집국 심사를 뚫고 올라온 작품이 없었다. 지난해 12월22일 〈시사IN〉 편집국에서 열린 최종 심사 회의에는 남재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 박건식 한국PD연합회장, 이숙이 〈시사IN〉 편집국장이 참여했다.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소개한다.

 학내 취재 보도 부문

후보작은 다음과 같다. ①원하지 않아도 그는 그곳에 있었다(성균관대학교 〈성대신문〉 김은솔 외) ②2014 등록금심의위원회, 무엇이 문제인가(국민대학교 〈국민저널〉 김혜미 외) ③당선 축하 특집? 총장 선거, 무엇이 문제였나(서울대학교 〈서울대저널〉 김혜민) ④이화에서 시간강사로 살아가기(이화여자대학교 〈이화〉 신수아) ⑤화려한 캠퍼스의 어두운 단면(중앙대학교 〈중앙문화〉 이찬민 외) ⑥청소근로자·경비근로자 간접고용 실태(한동대학교 〈한동신문사〉 이찬석 외) ⑦“너무 진지한 것 아니냐, 다들 그러는데”(서울대학교 〈서울대저널〉 정민주)(이상 기자 이름 가나다순)

위 후보작 가운데 신캠퍼스 건립과 학내 구조조정 문제를 연결한 ⑤‘화려한 캠퍼스의 어두운 단면’ 기사가 심사위원들로부터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아 학내 취재 보도 부문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시사IN 신선영12월22일 최종 심사가 열렸다. 남재일 교수, 박건식 한국PD협회장,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 이숙이 편집국장(왼쪽부터)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숙이 편집국장(이)
:매년 비슷한 주제의 기사들이 나오는 듯하지만 점차 진화되는 모습이 보여 반갑다. ①, ⑦은 소재에서, ②, ③, ④, ⑤는 접근 방식에서 다른 기사들과 차별성을 갖춰 여기까지 올라왔다.

남재일 교수(남)
:시간강사와 학부 구조조정이라는 대학 사회의 진부한 주제를 새로운 접근 방식에서 성실하게 취재했다는 점에서 ④와 ⑤에 높은 점수를 줬다. 학내 간접고용 실태를 짚은 ⑥도 좋았지만, 대학 언론에서 일종의 유행처럼 자주 보이는 주제인 데다 새로운 각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박건식 회장(건):⑤가 다룬 신캠퍼스와 구조조정 이슈는 비단 중앙대만의 문제가 아닌데, 그 상관관계를 탄탄하게 잘 짚었다. ②는 빈껍데기로 돌아가는 등록금 심의 과정을 연속성 있게 잘 추적했는데, 진단에서 나아가 대안 제시까지 이뤄졌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교양 실험 과목에서의 데이터 조작과 보고서 표절 실태를 밝힌 ⑦은 학내 언론이 오히려 가장 비판하기 어려운 학생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눈길이 갔다.

박종률 회장(종):⑦은 살짝 센세이셔널리즘의 색깔을 띠는 것 같아 고민이 됐지만 대학 내 만연해 있는 폐습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판단해 나도 높은 점수를 주었다. ③은 대학 언론의 생살여탈권을 쥔 총장을 상대로 가감 없는 기사를 썼다는 점에서 독립성 부문의 점수를 높이 주었다.

 사회 취재 보도 부문

후보작은 다음과 같다. ①내 속이 울고 있다(중앙대학교 〈중대신문〉 김영화 외) ②중독되지 않아 문제아가 됐다(중앙대학교 〈중대신문〉 김영화 외) ③정비사 노동권과 학생 안전(서울대학교 〈대학신문〉 김윤주) ④국가는 그들을 보호하지 않고 사회는 그들을 인정하지 않았다(성균관대학교 〈성대신문〉 나영인) ⑤대자보, 그 후(단국대학교 〈단대신문〉 신수용 외) ⑥고(故) 김지훈 일병, 우리 중 한 명이었던 그를 추모하며(고려대학교 〈The HOANS〉 우경민 외) ⑦그는 물었다 “왜 이 일을 하려고 하느냐”(고려대학교 〈고대신문〉 유민지)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을 심층적이고 다각적으로 조명한 ⑤가 별다른 이견 없이 출품작 중 가장 우수한 작품으로 꼽혀 대상으로 선정됐다. 모멸감이라는 추상적인 주제인데도 불구하고 이른바 ‘각’을 잘 잡고 글맛을 살린 ①이 차점을 받아 사회 취재 보도 부문 수상작이 됐다. 바텐더 아르바이트 체험기를 내러티브 방식으로 서술한 ⑦은 수상작 목록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언론의 선정성과 그 면책 범위를 둘러싼 심사위원들의 뜨거운 토론을 불렀다.

:⑤는 반짝할 때만 다루고 마는 기성 언론과 달리 대자보 열풍의 그 후를 다뤄준 점이 흥미로웠다. 미군 기지촌 성매매 여성들의 삶을 조명한 ④는 오랜 시간을 들여 깊숙이 취재한 점이 좋았으나 기존 언론에서 많이 취한 수동적 피해자 도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⑥은 대학 언론답게 대학생 김지훈 일병에게 조금 더 초점을 맞췄으면 어땠을까 싶다.

:모멸감 권하는 사회를 다룬 ①은 일상적으로 흔한 이야기들을 모멸감이라는 코드로 잘 엮었다. 학내 순환버스 정비사의 노동권을 다룬 ③ 같은 기사는 소재가 매우 뻔하기 때문에 제대로 다루려면 더 심각하게 접근해야 한다.

:갑을 관계에서 모멸이라는 추상명사를 뽑아내 서술한 ①이 흥미로웠다. ⑦은 88만원 세대의 아픔을 보여주기 위해 찾은 선택지가 왜 굳이 바텐더였을까 하는 의아함이 있다. 화장실에서 빨간 립스틱을 바르는 도입부도 다소 선정적이다.

:현실적으로 언론은 선정적이어야 먹힐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에서 어느 정도의 선정성을 이해하고 그 보도가 해낸 역할을 평가해 면책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88만원 세대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보도는 이제 너무 진부해져서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⑦의 기자는 자기를 걸고 뛰어들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구원〉이 상당히 선정적이고 불편하지만 ‘구원’이라는 키워드가 있으니 소화가 되는 것처럼 선정적 아르바이트 체험 기사도 젊은 세대의 아픔을 잘 보여줄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본다.

:기사로서의 완결성은 떨어지지만 어쨌든 위험한 아르바이트의 유혹이 학생들 앞에 놓여 있는 것이 대학 내 현실이다. 이것을 본인이 체험하고 드러내면서 찬반양론 논쟁의 중심에 섰다는 점만으로도 문제의식을 던지는 게 아닐까?

 방송 부문

방송 부문에는 한국 저널리즘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 ①뉴욕에서 언론의 미래를 보다(동국대학교 교육방송국(DUBS) 조민아 외)와 스펙 쌓기에 내몰린 청년들과 거기서 탈피하기 위한 시도들을 다룬 ②“안녕하십니까? 수험번호 88번입니다”(동국대학교 교육방송국(DUBS) 최호진 외)가 최종 후보작에 올랐다.

①은 스케일이 화려하고 편집 등 작품의 완성도가 탁월하다는 점에서, ②는 대학생들의 자기 고민을 진솔하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인터뷰 영상을 너무 과도하게 연속해 붙여서 방송이 늘어지고, 88만원 세대의 현실을 지나치게 ‘논리’로 풀려고 했다는 지적을 받아 ②는 차등으로 밀려났다. ①은 학교의 해외 취재 재정지원 등 유리한 환경에서 만들어졌기에 투자 대비 탁월한 결과물이 아닐 수 있다는 견해도 나왔지만 “돈을 들인다고 무조건 다 잘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견이 우세해 최종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 특별상

올해도 편집권을 침해당한 학보사가 여럿 발생했다. 〈성대신문〉 〈국민대신문〉 등이 주간 교수와 마찰을 빚다가 기사가 수정되거나 신문 발행이 중단되는 일을 겪었다. 〈삼육대신문〉도 지난해 2학기 개강호 인쇄 과정에서 학교 본부가 기사 제목 수정을 요청해 발행이 하루 늦어지기도 했다.

학교가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관한 보도를 막자 해당 지면을 백지로 발행한 〈한성대신문〉 역시 다른 학보사들과 비슷한 갈등을 겪었다. 다만 편집권 투쟁보다 끈질긴 후속 보도로 학보사의 편집권을 우회적으로 지켜나간 점이 영리했다. 또 정부와 사회는 물론 대학생들 스스로 대학 간판을 기준으로 줄 세우는 문제가 지독한 지금 대학가에서, 소외감과 좌절에 빠지지 말고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풀어 나가자는 이슈 파이팅을 시도한 〈한성대신문〉 구성원들의 노력도 높이 평가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학교의 압박이 심하고 학생들의 관심도 저조한 와중에 편집권을 지키려 싸우는 전국 대학 학보사 기자들을 모두 격려한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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