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맞이 운동을 시작하려는 독자를 위해 돈 한 푼 안 들이면서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생존 체력’을 기를 수 있는 맨몸 운동을 소개한다. 이번 호에서는 이 운동의 특징을 대략으로 소개하고 앞으로 4주에 걸쳐 기본 동작 4가지를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시사IN〉 독자 모두 건강한 2015년을 맞으시기 바란다.

나는 운동을 잘하지 못하는 운동 콘텐츠 회사 대표다. 설상가상으로 운동신경도 좋지 않다. 그런데도 일반인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심지어 트레이너들을 위한 전문 프로그램도 개발한다. 운동은 못하지만 가르치는 건 잘한다? 운동신경이 좋지 못한 단점을 나는 필라테스, 요가, 보디빌딩, 크로스핏 등 각종 운동을 섭렵하며 메웠다.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가며, 운동을 못하는 사람이 왜 못하는지에 주목했다. 내 관심은 ‘어떻게 하면 운동을 잘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장벽을 극복할 수 있을까’였다.

여러 운동을 익히면서 나는 점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태릉선수촌에 들어갈 것도 아닌데, 보디빌딩 대회에 나갈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이렇게 집착하는 건가 생각해보았다. 정말 나에게 필요한 운동이 무엇인지 궁리하면서 내가 하던 운동에서 거품을 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살아가는 데 진짜 필요한 근육을 위한 운동을 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진짜 필요한 근육이 무엇이고 그것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 연구했고 그 결과물을 트레이너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다.

ⓒ양한모 그림
화제의 드라마 〈미생〉에 ‘일상의 체력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는 대사가 나온다. 장그래의 바둑 스승이 하는 말이다.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너의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먼저 만들어라.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 된다.”

일상생활에 진짜 필요한 체력을 나는 ‘생존 체력’이라 부른다. 회사원이 가뿐하게 지하철역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체력, 버스나 지하철에 안정적으로 서서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는 체력, 엄마가 아이를 안고 가뿐하게 일어설 수 있는 체력, 아빠가 아이에게 목말을 태워주면서 허리가 삐끗할까 걱정하지 않을 정도의 체력, 맞벌이부부가 주말에 병든 닭처럼 쓰러져 자지 않고 아이와 놀아줄 수 있는 체력. 이런 체력을 기를 수 있는 방법에 골몰했다. 그러면서 네 가지 원칙을 세웠다.

먼저 상위 20%를 위한 운동이 아닌 하위 80%를 위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인 최초로 차이콥스키 콩쿠르(피아노)에서 1등 없는 2등을 했던 정명훈씨가 어린이를 위한 피아노 교육을 할 때 했던 말은 “왜 피아니스트가 될 것도 아닌데 바이엘과 체르니로 공부하느냐”였다. 좋아하는 노래를 피아노로 치며 즐기고 싶은 사람이 피아노를 배우는 방식은 달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타를 배울 때도 기본 코드 4개를 배우면 웬만한 곡은 대충 치면서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기본 동작을 꾸준히 해서 기초 체력을 기르면 웬만한 운동을 즐길 수 있다. 처음부터 목표를 너무 높이 잡을 필요가 없다.

다음은 식스팩이니 S라인이니 하는 비주얼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부분이 좋아졌다고 해서 운동을 잘한 것이 아니다. 생존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우리 몸의 보이지 않는 축을 굳건히 해야 한다. 복근이 아니라 몸의 축인 ‘코어(중심)’의 힘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몸의 엔진인 엉덩이가 이를 잘 떠받치게 해야 한다. 힘을 내는 운동이 아니라 힘을 만드는 운동을 해야 한다.

세 번째는 부분운동이 아니라 전신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살을 빼고 싶은 부위가 있다. 그래서 그 부위를 공략하는 운동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부분운동을 한다고 해서 부분적으로 살이 빠지는 것은 아니다. ‘부위별 감량(Spot Reduction)’이라는 것은 1980년대 생리학 책에서나 나오는 유물이다. 지방은 단순히 먹고 쌓이는 것이 아니라 정교한 호르몬에 의해서 유기적으로 통합 관리되는 인체 신진대사의 결과물이다. 시장의 가격 균형이 보이지 않는 어떤 손에 의해 통제되듯이 당신의 몸은 몸매로는 확인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축에 의해 지탱된다. 우리 몸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전신운동을 통해 밸런스를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운동을 할 때 돈 쓸 궁리부터 하지 말라는 것이다. 운동을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헬스장 회원 등록부터 하고 운동기구를 마구 들이고 본다. 돈이 아까워서라도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에 부담이 되어 스트레스만 받게 된다. 왜 열심히 산 당신이 운동에 소홀했다고 해서 트레이너 앞에서 주눅 들어야 하나? 최소한의 생존 체력을 기르지 않고 이런 돈을 쓰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자, 이제 생존 체력을 기르고, 우리 몸의 보이지 않는 축을 강화하며, 전신운동이 되고, 돈이 들지 않는 4가지 동작을 공개한다. ‘스쾃’ ‘푸시업’ ‘버피’ ‘플랭크’가 바로 그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운동들을 얼마나 정확한 자세로 얼마나 꾸준히 하느냐다. 이번 호에서는 먼저 간단히 동작과 효과를 설명하고 그 다음 4주 동안은 한 동작 한 동작을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이소영 제공
스쾃(Squat)

쉽게 말해 쪼그려 앉았다가 일어나기 동작(왼쪽)이다. 다리운동으로 알기 쉽지만 근육이 가장 많은 다리를 동력원으로 해서 전신운동 효과를 보는 가장 효과적인 맨몸 운동이다. 스쾃 하나로도 일반인들은 체력을 충분히 기를 수 있다. 운동하는 모양은 흉하지만 이 스쾃을 열심히 하면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다.


푸시업(Push-up)

팔굽혀펴기다. 누구나 할 수 있고 해본 운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맨몸 근력운동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메커니즘이 담겨 있다. 의외로 제대로 하는 사람이 드문데, 제대로 하면 생활 속에서 틀어진 자세를 잡아주고 몸의 축을 재정비하는 교정 효과까지 볼 수 있다.

ⓒ이소영 제공
버피(Burpee)

군대에서 피티체조라 부르는 동작(왼쪽)이다. 버피는 지구상에서 존재하는 운동 중에 짧은 시간에 가장 강력한 효과를 볼 수 있는 맨몸 운동이다. 전신이 자극되면서 숨이 넘어갈 듯한 심폐운동의 효과도 시작과 동시에 바로 느낄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에서는 입대 테스트용으로 쓰기도 했다.

플랭크(Plank)

‘벽을 미는 것’과 비슷한 일종의 버티기 동작(아래)이다.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면서 상체의 무게가 척추와 골반에 쏠리게 되었다. 그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주변의 크고 작은 근육들이 발달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해왔다. 우리는 이 부분을 코어라고 부른다. 플랭크는 이 코어의 지탱력을 키워주는 운동이다. 몸을 구부렸다 펴며 수축과 이완을 하는 운동보다 이런 버티기 운동이 일상생활에서는 더 요긴하다.

ⓒ이소영 제공

※ 자세 교정이나 상담을 받고 싶은 독자는 자신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서 Info@fitology.co.kr 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기자명 이소영 (피톨로지 대표·필명 Azura)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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