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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참사 후 6년, 여기 ‘레아’가 있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2014년 12월 20일 토요일 제3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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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여신’이 돌아왔다. 용산참사 6주기를 한 달여 앞둔 12월10일, 수년 전 ‘재개발’ 명목으로 헐렸던 ‘레아’(Rhea·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가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 문을 열었다. 2009년 그날 아버지 이상림씨(당시 71세)를 잃은 이충연(41·오른쪽) 용산4구역 철거민 대책위원장이 주방을, 아내 정영신(42)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활동가가 홀 서빙을 맡았다. 철거 전 이 위원장 가족이 운영하던 레아 호프와 이름이 같은 수제 맥주집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이명익</font></div>  
ⓒ시사IN 이명익

아직도 텔레비전에서 불이 나오는 장면을 보면 견딜 수가 없다는 이 위원장이 용산을 다시 택한 건,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남일당 건물이 있던 자리는 현재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거기 살고 있던 사람들이 직접 이야기해줄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특공대원이 올 수도 있고, 용산을 기억하는 이들이나 소외된 이들이 잠시 쉬어 갈 수도 있게….” 헐렸던 레아 호프가 참사 이후 용산을 알리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문화 공간으로 쓰인 것처럼, 이곳 레아가 모든 밀려난 이들의 버팀목이 되었으면 하는 게 부부의 바람이다.

문을 열기까지 수많은 이가 땀과 마음을 보탰다. 이 위원장은 천주교 사회교정사무위원회의 기쁨과 희망 은행에서 출소자 대상 창업교육을 받고 창업자금을 빌렸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페인트칠을 했다. 강정마을 부회장이 노가리를,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강원도의 활동가가 해산물을 보내준다. 정영신 활동가는 “기술은 없어도 재료는 좋다”라며 웃었다. 100종이 넘는 수제 맥주를 직접 먹어보며 엄선한 국내·미국·벨기에 맥주 30여 종을 판매한다.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까지 당분간은 매일 문을 연다.

용산참사 진상 규명은 현재진행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 차원에서도 조사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가오는 6주기에는 2차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확정해 선포하고, 왜 무리한 진압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세세히 조사해 1년 뒤 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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