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한향란‘다함께’가 집회 현장에서 나눠준 피켓과 유인물.
촛불 정국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곳 중에는 진보 단체 ‘다함께’도 있다. 5월 말, 이 단체가 승합차와 확성기를 동원해 촛불집회 참가자를 선동했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이 집회 현장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인터넷에서는 다함께가 거리시위를 선동하며 경찰과의 충돌을 유도한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다함께에 호의적이지 않은 진보 진영 일부에서도 이들을 비판하는 의견이 팽배했다. 보수 언론은 이 사건을 ‘촛불 순수성 훼손 논란’이라며 큼지막하게 다뤘다.  

김인식 다함께 운영위원은 “단체가 생긴 이래 가장 커다란 논란에 빠진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거리시위 초반부터 우리는 경찰과 부딪치지 말자는 방침이었다. 과격 시위를 선동한 적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확성기를 이용해 시위대를 이끈 것은 맞지만 충돌을 유도했다는 것은 악의적 왜곡이라는 것이다. 일부 시민이 다함께가 ‘반자본주의’를 표방하는 점에 거부감이 든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촛불집회의 미덕은 좀더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는 것 아닌가. 오히려 우리의 방송차량을 물리력으로 끌어내리려 했던 일부 시민이 잘못됐다”라는 견해다.

사실 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논쟁이 아니다. 일반 대중이 촉발한 대규모 시위에 이른바 ‘진보 진영’이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난 2002년 효순·미선양 사망사건 때부터 논쟁이 불거졌다. 당시 일부 시민이 운동단체의 깃발을 내리라고 주장하자 진보 진영은 뚜렷한 주장을 밝히지 못했다. 2004년 탄핵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진보 진영은 뚜렷한 ‘리더십’이 없다. 광우병대책위도 시민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자세다. 다함께가 일부 대중의 비판을 받으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욱 굳어졌다. 하지만 김인식 운영위원은 “그동안 진보 진영이 대중집회에서 위축된 모습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운동의 발전을 위해서는 시민 참여와 운동권의 의식적 지도가 결합되는 게 옳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분분하지만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촛불시위가 ‘결실’을 맺으려면 ‘정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든다. 한 진보 정당 인사는 “내부의 노선 투쟁에는 목숨을 건 진보 진영이 정작 대중과의 소통 문제에서는 눈치만 본다. 솔직하고 당당하게 대중 앞에 자기를 드러낼 때가 됐다”라고 말했다. 나설 것인가, 말 것인가. 촛불 인파 앞에서 진보 진영은 고민에 빠졌다.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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