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안희태경찰 버스 뒤편에는 고요한 긴장이 감돌았다. 이순신 장군 동상(사진 왼쪽) 뒤쪽은 완벽하게 단절돼 있다. 경찰이 ‘장악’한 이 지역은 출입금지 구역이다. 심지어 그 안에 사는 주민도 드나들기가 쉽지 않다.

6월 서울 광화문은 ‘닭장차’를 사이에 두고 둘로 나뉜다. 시민 해방구와 경찰 공화국. 한 동네는 온통 축제판이다. 그러나 다른 동네는 어둠과 적막 그리고 긴장이 지배한다. 경찰 말고는 움직이는 생명체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72시간 릴레이 촛불집회에서 가장 치열하게 충돌했던 6월8일 새벽 2시부터 3시30분까지 이순신 장군 동상 뒤편, 딴 세상을 들여다보았다. 〈시사IN〉은 언론사 가운데 최초로 취재·사진·동영상 기자가 이 지역을 공식 취재했다. 

청와대를 에워싼 이 세상은 신기에 가까운 경찰버스 운전사의 주차 능력에 의해 완벽히 단절되어 있다. 관계자 외 절대 출입금지다. 경찰이 껄끄러워하는 기자도 예외가 아니다. 심지어 그 안에 사는 주민도 드나드는 일이 쉽지 않다. 경비를 맡은 한 경찰은 “매일 밤 출입을 놓고 청와대 인근 주민과 승강이를 벌이는데 가히 전쟁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새벽 2시. 한 전경부대는 간식을 먹고 있었다. 포도주스와 우유. 메뉴는 10년 가까이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이 부대 대원은 전날 저녁 7시에 서울시경찰청에서 나눠준 도시락으로 저녁을 때웠다. 한 전경은 “따뜻한 스타벅스 커피가 먹고 싶다”라고 말했다.

경계에 다가설수록 긴장이 높아졌다. 이순신 장군 동상 앞, 그러니까 ‘닭장차 휴전선’ 바로 뒤편의 경찰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따금 물병이 날아들었다.

전·의경 가족과 애인의 슬픈 얼굴

시위는 거칠어지고 있었다. 오늘은 반드시 청와대 앞으로 진격하겠다는 시위대가 많았다.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시위대는 철제 빔과 경찰 진압봉을 휘두르기도 했다. 경찰 소화기는 하얀 불을 뿜었다. 경찰은 소화기를 사람을 끄는 용도로 사용한다. 소화기만으로는 역부족이었을까. 새벽 2시39분. 멀찌감치 자리했던 물대포를 장착한 살수차가 전방에 배치됐다. “오늘 여러분은 불법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해산을 종용하는 방송을 하는 김 아무개 순경의 마이크가 바빠졌다. 하지만 욕만 바가지로 되돌아왔다.

새벽 3시. 다시 부상자가 나왔다. 시위대가 사다리로 닭장차 창문을 깨면서 튄 파편이 마 아무개 이경의 눈을 때렸다. 1시간 전에는 한 전경이 호흡 곤란으로 기절해 응급차에 실려 갔다고 한다.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갔다. 최전방 부대를 제외하고는 잠시 휴식시간이 찾아왔다. 전경들은 일단 담배 몇 대를 연달아 피웠다. 그리고는 쪽잠을 잤다. 뒤편에서는 전·의경의 가족과 애인 80여 명이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이들은 모두 슬픈 얼굴이다. ‘전·의경 부모모임’ 신찬영 회장은 “우리 자식들은 군대에 왔을 뿐인데 죄를 지은 사람처럼 명예가 짓밟혔다”라고 말했다.

통제된 세상은 어둠이 지배한다. 이 지역엔 지나는 사람이 없어 점포들은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새벽까지 불을 밝힌 노래방을 어렵게 찾았다. 종로구 도렴동 황제노래방 김 아무개씨(52)는 “촛불집회가 시작된 다음부터는 공치는 날이 더 많다. 오늘도 저녁 손님은 한 팀도 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동영상은 〈시사IN〉 공식 블로그 참조).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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