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어청수 청장(위)은 강경 진압을 직접 지휘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받고 있다.
사실 어청수 경찰청장이 경찰 수장에 오른 것 자체가 의외였다. 지난해 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참여정부 청와대에 임기가 끝난 자리에 대한 후속 인사를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당연히 경찰청장 인선은 정권 출범 이후로 미뤄질 듯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치안 공백 이야기가 나오더니, 지난 1월8일 청와대는 어청수 서울경찰청장을 청장으로 임명했다. 시기나 인물 모두 예상을 뒤엎는 일이었다. 그때만 해도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인 강희락 경찰청 차장이 청장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됐다. 무엇보다 어 청장은 참
여정부 부산 인맥의 정점에 선 경찰로 지난 정권에서 워낙 잘나갔다는 약점이 있었다.

이회창·노무현·이명박에 연속 줄 대기

한 치안감급 경찰 간부는 “어 청장은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 진영에서 가장 믿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하자 당선의 일등공신 행세를 했다. 그런데 지난 대선 무렵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람인 양 움직였다”라고 말했다.

어 청장 임명 이면에는 어 청장과 이명박 대통령·이재오 전 의원 간의 각별한 인연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 청장은 강남경찰서 정보과장이던 1992년, 민자당 비례대표 의원이던 이 대통령에게 정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어 청장은 이 대통령이 종로 지역구 의원으로 출마한 1996년에는 종로서 정보과장이었고,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2003년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장으로서 인연을 이어갔다.

이재오 전 의원과는 2000년 어 청장이 은평경찰서장 때 긴밀한 사이가 됐다. 어 청장이 경찰 총수로 낙점된 배후에 이 전 의원이 있다는 말이 나돈 것도 그래서였다. 어청수 청장은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이재오 후보와 함께 모임에 나갔다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어청수 청장은 〈시사IN〉 기자를 만나 “전임 서장으로서 인사하러 간 것뿐이다. 문제가 될 일은 전혀 없었다”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어 청장이 부산 인맥과 젊은 실세 그룹의 고충을 도맡아 처리하는 맏형 노릇을 했다. 우리 사람인 줄 알고 치안비서관으로 썼는데 나중에 보니 이명박 쪽에 줄을 서 있었다”라고 말했다.

‘처세의 달인’ 어 청장이지만 이번만은 어려워 보인다. 강경 진압 여론이 일자 경찰 수뇌부는 서둘러 대책을 내놓았다. 집회 참가자 연행을 중단하고, 붙잡았던 참가자도 모두 풀어줬다. 이제 강제 진압도 하지 않는다. 또 경찰 수뇌부는 지난 6월1일 촛불시위 진압 도중 여대생의 머리를 군홧발로 짓밟은 의경을 사법 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촛불은 계속 어 청장을 겨냥한다. 전임 이택순 경찰청장은 ‘김승연 회장 폭행사건’ 때 홍영기 서울청장을 날리면서 자리를 지켰지만 어 청장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하고 경찰특공대를 투입한 날, 어 청장이 무전기로 진압을 직접 지휘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어 청장은 지난 5월31일 시위대가 청와대 인근까지 진출하자 서울경찰청 지휘부를 강하게 질책하고 강경 진압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서울청 고위 간부는 “청장이 직접 지휘하는 전례가 없었다. 청와대 신임을 얻으려고 경찰특공대까지 투입했다가 결국은 경찰이 오버한다는 인상만 주었다”라고 말했다.

야3당은 일제히 어청수 청장을 해임하라고 주장한다. 촛불집회장에서는 ‘어 청장은 퇴진하라’는 구호가 ‘이명박은 퇴진하라’는 소리 다음으로 많이 나온다.
청와대에서는 선 긋기를 하는 인상이다. 벌써 후임 청장의 하마평이 나돈다. 스크린에 들어갔다는 말도 나온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어 청장은 전 정권에서 임명된 사람이다. 이 정도면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경찰의 한 고위 간부는 “청와대의 판단 잘못이 문제지 경찰 대응이 본질은 아니다. 청장은 물러날 때 물러나더라도 바른 말을 해야 한다. 그런데 자리에 연연해하면서 진정한 국민의 경찰이 될 기회를 놓쳤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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