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한향란
촛불이 처음 거리로 나선 5월24~25일 이틀 동안 경찰이 연행한 69명 중 묵비권을 행사하며 진술을 거부한 사람은 단 3명이었다. 하지만 이틀 뒤인 27일에는 113명의 연행자 중 절반이 훌쩍 넘는 65명이 묵비권을 행사해 경찰을 당혹스럽게 했다. 이 침묵의 저항 ‘배후’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있다. 민변이 내놓은 ‘연행 수사시 대응 요령’은 온라인을 타고 빠른 속도로 퍼지며 경찰의 무리한 연행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었다. “민변에서 나온 연행 대응 요령입니다. 꼭 읽어보세요!” 촛불집회 현장에서는 이런 외침과 함께 직접 출력해온 유인물을 나눠주는 시민을 흔히 볼 수 있다.

민변이 시작한 ‘쇠고기 협상 및 장관고시 무효화 국민소송’도 대성황을 이뤘다. 단 엿새 만에 시민 10만3000명이 5000원에서 1만원의 소송비를 내며 소송에 합류했다. 승소해봤자 개인의 금전 이득은 없는 공익소송 참가자 수로는 유례가 없다. 민변 백승헌 회장은 “책임감이 무겁다”라며 결의를 다졌다.

‘후방 지원사격’에만 머무르지도 않는다. 지난 한 주간 시위대가 가는 곳에는 어김없이 ‘민변 법률지원단’이 따라붙었다. 정장 차림에 다소 어색한 어깨띠를 둘렀지만, 젊은 변호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현장을 누볐다.

72시간 연속집회가 시작된 첫날인 6월5일 밤 12시에는 백승헌 회장의 ‘헌법 제1조 거리강연’이 열렸다. ‘초청받은 연사’가 아니라 그저 시민 발언자 중 한 명으로서다. 열 명 가까운 변호사는 이날 세종로 한복판에서 새로 만든 ‘민변 깃발’을 들고 동이 터올 무렵까지 시민과 함께 호흡했다. ‘깃돌이’ 최현오 변호사(사진 오른쪽)는 “앞으로 쓸 일이 많을 것 같아서 이참에 새로 만들었다”라며 깃대를 툭툭 쳤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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