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은 5월2일, 청소년들이 먼저 켰다. 교복을 입고 종이컵 초를 든 중고생의 목소리 속에 ‘PD수첩’이 자주 들렸다. 사흘 전인 4월29일, MBC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1편을 방송했다. 조·중·동 보수 언론은 ‘정신적으로 미숙한 청소년들에게 광우병 괴담을 퍼뜨린 선동 주체’로 〈PD수첩〉의 방송을 지목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 및 정정보도 신청을 냈다. 욕하는 사람이든 칭찬하는 사람이든 “촛불은 〈PD수첩〉이 켰다”라고 입을 모은다.

정작 〈PD수첩〉 팀(사진)은 이 모든 걸 예상하지 못했다. 시청자의 폭발적인 반응도, 보수 언론의 흥분도, 정부의 소송 제기도 모두 뜻밖이었다. 방송 뒤 시청자 게시판이 뜨겁기는 했지만 〈나주성모동산의 진실〉이나 〈현지보고, 독일 운하를 가다〉 편도 마찬가지였기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조능희 〈PD수첩〉 책임PD는 방송의 파장이 어느 정도인지, 5월2일 아침 조·중·동을 보고야 피부로 느꼈다. “조·중·동이 동시에 터무니없는 근거로 우리 방송 내용을 비난하더라. 그걸 보고서 이게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애초 〈PD수첩〉 팀이 걱정했던 것은 미국 농림부나 육우협회의 반격이었다. 그 때문에 국제통상 변호사에게 대본도 하나하나 다 확인받았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여니, 우리나라 정부가 나서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의혹에 발끈했다.  〈PD수첩〉은 반론을 보도하라는 언론중재위의 결정을 거부했다. 이제 법원으로 넘어갔다. 조 PD는 “정부에서 문제 삼은 부분은 이미 방송에서 다 설명한 것이라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라고 자신했다.

〈PD수첩〉 팀은 “〈PD수첩〉이 촛불을 켰다”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촛불을 켜기 위해 광우병 방송을 준비한 게 아니라, 이미 많은 시청자가 정보를 원했기에 만들었을 뿐이라고 했다. 방송 전에도 시청자 게시판에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좀 알려달라”는 의견이 쇄도했다. 예고편 동영상 클릭 수도 평소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다른 언론에서 상대적으로 할 일을 안 하다 보니 우리가 부각된 것이다”라는 게 〈PD수첩〉 팀의 생각이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