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한향란진중권 교수(앞)는 인터넷 방송 ‘진보신당 칼라TV’ 진행자로 집회 현장을 생중계한다.
6월6일 밤 서울 청계광장. 여성 팬 10여 명이 마흔다섯 살 유부남을 둘러싸고 괴성을 질렀다. “잘생겼어요”라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한 번만 안아주면 안 돼요?”라는 목소리도 들렸다. 연예인이 아니다. 주인공은 중앙대 진중권 겸임교수다. 한때 조선일보 ‘밤의 주필’이라고 불렸던 그가 2008년에는 거리에서 ‘밤의 스타 앵커’로 등극했다. 집회 현장을 생중계하는 인터넷 방송 ‘진보신당 칼라TV’의 진행자로 나선 그는 거의 매일 밤을 새다시피 하며 현장 소식을 전한다.

몇 시간 뒤인 6월7일 새벽 2시 서울 광화문 인근 시위대에서도 마치 공연장에서나 나올 법한 연호가 터져나왔다. “진중권! 진중권!” 칼라TV 카메라와 함께 진 교수가 나타나자 나온 반응이다. 노트북과 카메라 정도가 장비의 전부인 ‘영세 방송’이지만, 거리에서 인기 높은 MBC 취재진이 등장했을 때 받는 환호 이상이다. 직장인 최영길씨(36)는 “시위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미디어에 대한 갈증이 심했는데 칼라TV가 그걸 채워줬다. 게다가 진중권은 이명박 정부에 가장 속 시원한 ‘펀치’를 날리던 인물 아닌가”라고 ‘방송 진행자 진중권’의 인기를 풀이했다.

요즘 온라인에서 그의 별명은 ‘진본좌’다. 이명박 정부에 속이 타는 시민과 누리꾼의 마음을 글과 말로 속 시원히 대변해주면서 그런 별명을 얻었다. 한 누리꾼은 “상대편일 때는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더니, 우리 편이 되니까 또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라고 그를 평했다.

그 말처럼, 진 교수는 대다수 누리꾼의 ‘상대편’ 자리가 더 익숙하다. 지난해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 워〉를 둘러싸고 논쟁이 붙었을 때, 그는 〈디 워〉를 지지하는 대다수 누리꾼과 맞붙어 ‘전쟁’을 치렀다. 처음도 아니다. 2005년의 ‘황우석 파동’ 때도, 더 멀리는 2001년 예비역과 여성주의자들이 맞붙은 이른바 ‘월장 사태’ 때도, 그는 언제나 다수 누리꾼의 반대편에 섰다. 진 교수가 “매번 욕만 먹다가 이번에 처음 칭찬을 들으니 얼떨떨하다”라며 너스레를 떠는 것도 그래서다.

“시민은 우리가 생각 못한 방법으로 진보했다”

“매번 대중과 싸우기만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중의 판단이 옳더라. 처음부터 우리 진보신당은 조용히 구석에 쪼그려 있다가 돌아오자고 말했다. 시민이 우리를 선동한 거다.” 진중권 교수는 시민의 역동성에 덩달아 흥이 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진보 지식인 사회에 엄습했던 비관주의도 적잖이 걷어냈다. “시민이 보수화했다고 많은 지식인이 고민했는데, 낡은 생각이었다. 시민은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진보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놀이와 저항이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뒤섞여서, 공권력은 물론 ‘운동권’마저 무장 해제시키는 새로운 시위 문화에 푹 빠진 표정이다.

6월6일 그는 인터뷰 도중 특수임무수행자회에게 폭행당하기도 했다. 정작 폭행을 당한 본인보다 주위 시위대의 분노가 더 컸단다. 진 교수는 여기서도 우리 시민의식의 성숙을 본다. “우리 세대의 사고 기준은 5공이다. 몇 대 맞으면 ‘시위대가 경찰한테 맞을 수도 있지’ 하고 받아들여버리는 거다. 하지만 지금 거리의 시민은 공권력의 폭력을 조금도 용납하지 못한다. 민주의식이 우리 세대보다 높다는 얘기다.”

기자명 주진우·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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