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미국 주부 이선영씨는 미국 소를 믿지 못한다.

쇠고기 정국 기간 MBC는 일주일에 두 번 이명박 대통령에게 원투 펀치를 날렸다. 화요일이 〈PD수첩〉의 날이라면 목요일은 〈100분 토론〉의 날이다. 〈100분 토론〉에는 방송 중간에 시청자 전화를 받는 코너가 있다. 시민들은 패널로 출연한 토론자보다 전화 연결 시청자의 쓴소리에 더 열광했다. 한 주가 지날 때마다 전화 논객 스타가 탄생했는데, 이를 ‘백토 3총사’이라고 부른다. ‘애틀랜타 주부’ 이선영씨, ‘양 선생’ 양석우씨, ‘프랑스 윤 선생’ 윤 안드레아 씨다.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사는 이선영씨(38)는 5월8일 방송에서 “일부 한인 단체장이 미국 쇠고기는 우리도 먹고 있고 안전하니까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이는 교민 대다수 의견과 동떨어져 있다”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매주 방송 끝나면 시민 스타 탄생

세 아이의 어머니인 이씨는 6월6일 전화 인터뷰 내내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바빴다. 이씨는 “애들을 생각해서도 먹거리 문제는 고민을 해야 한다. 우리 아줌마들은 석 달 전만 해도 한국 정치에 관심 없었다. 그런데 강부자다, 대운하다, 민영화다 하면서 뉴스가 몰아치는 바람에 정신없는데 쇠고기가 결정타를 날렸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미국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다는 걸 알게된다”라고 말했다.

광주 광산구에 사는 양석우씨(35)는 조그만 학원을 운영하는 강사다. 그는 5월22일 방송에서 “대통령이 평소 자신을 CEO라고 말해왔다. 대통령이 CEO면, 회사는 한나라당과 정부·청와대다. 국민은 직원이 아니라 소비자다” “국민인 소비자가 자동차를 샀는데 의자가 불편하다. 그게 ‘고소영·강부자 내각’이다. 조금 있으니 핸들링이 나빠졌다. 영어몰입 교육이다. 그것도 참았다. 이번에는 엔진에 힘이 없다. 이건 대운하 정책이다”라며 “그래도 국민은 계속 참았는데, 이번에는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다. 이게 쇠고기 문제다”라고 적절한 비유법으로 최근 정국을 해설했다.
 

ⓒ시사IN광주에 사는 양석우씨는 “대통령이 CEO 라면 회사는 대한민국 전체가 아니라 한나라당과 정부, 청와대다. 국민은 직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씨는 〈시사IN〉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이 회사라면, 국민은 소비자임과 동시에 주주다. 주주는 CEO를 해임할  권리가 있다”라며 비유의 범위를  넓혔다. 양씨는 덤으로 〈100분 토론〉 시청자 전화에 당첨되는 비결을 알려줬다. “2주 전(5월8일)에는 토론 시작 뒤 40분이 지나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 중으로 연결 자체가 안 됐다. 5월22일에는 방송 시작 10분 만에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연결됐다. 전화받는 직원이 말하고 싶은 요지를 묻더라. 단순한 정부 반대 이야기는 식상할 것 같아 ‘이명박의 CEO론’에 대해 말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30분 뒤 전화통화 대상자로 뽑혔다는 연락이 왔다.”
프랑스 교민 윤 안드레아 씨는 5월29일 방송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했을 때 ‘한국의 사르코지’라며 비교를 많이 했다. 하지만 사르코지는 이렇게 안 한다” “국민이 22번이나 거리시위에 나섰다면, (사르코지는) 대표들을 대통령궁으로 불러 대화를 했을 거다” “이건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기본권의 문제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6월6일 윤씨에게 전화했을 때 그는 다음 날 파리 촛불시위에 쓸 선전물을 가족과 함께 만드는 중이었다. 한국보다 7시간 늦은 파리에 사는 윤씨는 “〈100분 토론〉 시작 시간이 한 시간 늦어진 덕분에 여기 파리에서는 딱 적당한 시간에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29일 저녁 식사 때 인터넷으로 〈100분 토론〉을 시청하다 서울로 시청자 의견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재협상은 근본적으로 어렵다고 말하는데, 그건 의지의 문제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100분 토론〉 3인방의 영향력은 컸다. 양석우씨의 ‘CEO 대통령론’이나 윤 안드레아 씨의 ‘소통론’은 이후 한동안 언론에서 잘 써먹는 재료가 됐다.

한편 6월5일 〈100분 토론〉에서는 엉뚱한 사람이 유명해졌다. 패널로 나온 임헌조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처장이 “미국 맥도날드 햄버거에는 30개월 이상의 소가 사용되고 내장도 포함된다”라고 발언해 맥도날드를 분노케 한 것. 맥도날드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기자명 신호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 shin@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