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 나는 몇 번 서울 광화문에 가서 많은 한국 시민과 함께 ‘고시철회, 협상무효’ 를 외쳤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현장에 있는 것이 기뻤다. 민주주의는 항상 점검해 감시하지 않으면 없어져 버리는 것인데, 일본에서는 대규모 정치 시위가 없어진 지 오래다. 음식물 안전성을 도외시한 정부에 시민이 화낸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쇠고기 수입 이유로 과학적 근거를 내세우지만, 한국 정부는 과학적 판단보다 정치적 판단을 우선했다고 본다.

정부도 과학적 근거가 없었지만 시위 참가자와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시민도 광우병에 대한 지식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한우에 대한 안전성 논의는 거의 없다. 광우병에 대해 정부와 시민 모두 좀더 과학적·정책적 논의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시위의 목적은 광우병 문제에서 대통령 탄핵으로 변했지만, 일본 광우병 문제를 되돌아보면서 쇠고기 대책을 한번 더 생각해보고 싶다.
일본에서는 광우병이라는 표현이 편견을 담을 수 있다고 해서 BSE(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소해면상뇌증)라고 부른다. BSE 감염 소를 인간이 먹으면 신변이형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variant Creutz-feldt Jakob Disease·vCJD)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것은 영국에서 1996년에 공표했다. 일본 정부는 같은 해부터 BSE의 감염원으로 여겨지는 육골분을 소 먹이로는 사용하면 안 된다는 고시를 냈다(한국은 2001년부터 제한). 또 일본산 소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이상한 소를 조사해, BSE 감염 소를 발견했다. 이때 안전 신화가 무너져 일본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정부는 2003년에 식품안전기본법을 만들어 식품안전위원회를 설치하고 대책을 세웠다. 국내 소 전수 검사를 시작했고, 여러 방법으로 1·2차 검사를 해 BSE 검출 정밀도를 높였다. 특정 위험 부위(SRM)는 소각 처분했다. 현재 일본은 세계에서 쇠고기 유통에 가장 엄중한 나라라 평가된다. 이에 반해 한국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1만2493마리를 검사했다. 2007년 소 총수는 210만 마리고, 검사 대상은 0.5%밖에 안 된다. 이것으로는 한우의 BSE 감염 상황을 잘 알 수 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할 때도 여러 연구가 진행됐다. 국제 무역에서는 특정 품목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긴급 대책이며, 계속 금지하려면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일본 정부는 깊은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2005년 12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했다. 조건은 20개월령 이하의 소에 한정하고, SRM을 빼는 것이었다. 2006년 1월에는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SRM이 섞인 쇠고기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수입을 전면 정지한 적도 있다.

일본이 미국산 쇠고기를 ‘경계’하는 까닭

이와 같이 일본의 수입 재개는 어느 정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실시되었지만, 여전히 문제도 많다. 미국에서는 앉은뱅이 소 등 이상한 소만 검사하는 일부 검사이기 때문에(수검률 1%) 미국산 쇠고기를 위험하게 본다.

일본 정부 역시 정치적인 판단을 했다. 미국 상원은 수입을 재개하지 않으면 대일 보복관세에 따른 경제 제재를 한다는 법안을 상정했다. 또 당시 고이즈미 총리는 친미파였다. 많은 비판 속에서 일본을 방문한 부시 대통령에게 고이즈미 총리는 수입 재개를 약속했다. 물론 과학적 근거는 있었지만 충분하지 않고, 정치적 판단이 우선되었다.

그러나 BSE 문제를 둘러싼 일련의 움직임 속에서, 일본 사회는 BSE에 대한 지식을 얻어 쇠고기를 먹을지 말지, 어느 나라 쇠고기를 먹을지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과학적 근거라는 말은 정부의 전유물이 아니다. 과학적·정책적 논의를 하면 다른 시점에서도 정부 대응을 비판할 수 있고, 또 한국산 쇠고기의 안전을 지킬 수도 있을 것이다.

기자명 스나미 게이스케 (프리랜서 기자·일본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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