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의 싸움은 고의적 왜곡에 대한 싸움이며 고의적 왜곡이 드러난 경우에도 시정할 의사가 없는 언론사에 대한 싸움입니다.”(2000년 1월) 강준만 교수가 기획한 ‘조선일보 제 몫 찾아주기’의 시발점이 된 월간 〈인물과 사상〉에 실린 글 가운데 일부다. 홍세화 선생이 잡지 〈아웃사이더〉 창간호에 썼듯, 이후 운동은 〈당대비평〉 〈말〉 〈딴지일보〉 등 당대의 지식인과 매체에 ‘전파’되며 우리 사회의 지형을 크게 바꾸어놓았다.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했던가. 운동은 정권을 창출했으나 부침을 거듭하다 어느 순간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르까프의 매체 광고와 관련한 네티즌 항의의 글을 접하고 르까프 임직원은 다음과 같은 사후 조처를 취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우선 네티즌의 비판과 우려는 곧 우리 국민이 르까프를 아직도 애정이 담긴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하고 겸허히 받아들이며, 회사 영업에 다소 지장이 초래되더라도 국민 정서를 고려하여 지적하신 언론매체 광고는 자제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이후 광고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른바 조·중·동에 광고를 싣는 업체에 대한 네티즌의 불매 운동이 일자 르까프 측이 진화에 나서며 자사 홈페이지에 띄운 공지다(사진). ‘르까프 광고’는 한때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네티즌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르까프의 결정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이번 기회에 르까프에서 디자인명 아고라 슈즈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라는 의견으로 올라온 청원 게시판에는 삽시간에 3000명에 가까운 네티즌이 동참하며 재미있는 의견을 쏟아내기도 했다. 아이디 ‘점프컷’은 “이번 쇠고기 수입 파동과 촛불집회에서 보여주는 기만적인 보도 태도를 빗대어 조·중·동을 우리 사회의 광우병(CJD)이라 부르고 있다.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variant Creutzfeldt-Jakob disease)의 약자가 절묘하게 ‘조선·중앙·동아’라는 ‘Chosun Joongang Dong-a’ 와 맞아떨어지고, 광우병이 걸리지 않았다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기사를 내고 있는 모습 역시 맞아떨어진다”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아울러 보령제약·삼양통상·신선설농탕이 사과문을 올렸고, 신일제약·BBQ 등도 광고를 중단하겠다는 내용을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등 부산을 떠는 모습이다.

1998년 〈월간조선〉의 최장집 교수 사상 검증 기사에서 비롯한 안티조선 운동이 딱 10년 만에 맺은 결실이라 할 만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과연 그렇다. 다른 점이 있다면 10년 전에는 강준만 교수나 진중권 교수 같은 지식인이, 이제는 대중이 물꼬를 텄다는 것일 게다. “그 무엇도 끝나지 않았다. 이제야 시작이다. 지금이 끝의 시작이다.”

기자명 김홍민 (출판사 북스피어 대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