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한향란
한국 자동차 운전자가 고쳐야 할 습관이 하나 있다. 오랫동안 차를 멈춰두고 있을 때도 엔진을 공회전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적색 신호 때라든지, 버스 정류장이나 백화점이나 공사장이나, 가까운 집으로 갈 때 자동차 엔진을 공회전시켜놓는 한국인을 쉽게 본다. 이는 비싼 석유를 낭비하는 동시에 대기를 오염시키는 행위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환경부 김운수 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시 대기오염 비중의 80%는 자동차 배기가스가 원인이라고 한다.

종종 나는 한국인이 대기오염에 너무 무관심하다는 생각을 한다. 시외버스 정류장 같은 곳에 가면, 배기가스 때문에 숨쉬기조차 힘들다. 왜 사람들이 도망치지 않는지 의아할 지경이다. 난 1년 동안 경기도 동탄의 한 사설 학원에서 일한 적이 있다. 거기 창문으로 자동차 매연가스가 들어오는 바람에 한동안 나는 두통에 시달려야 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다. 미국의 에너지정보청과 한국 정부의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배출한 이산화탄소 양은 약 5억t에 달한다. 이 절대 수치만 봐서는 통계의 오류에 빠진다. 이산화탄소 배출 절대량보다 중요한 것은 국토의 상대적 크기와 인구밀도 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선한 공기’

한국인에게는 슬픈 소식이지만, 한국은 1㎡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1㎢당 5000t에 이르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이 수치는 이산화탄소 세계  최대 배출국이라는 미국보다 8배 더 높다.

게다가 남한은 미국에 비해 단위면적당 인구 집중도가 16배 더 높다. 결론은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사는 사람은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수준의 이산화탄소 배출 환경에서 산다는 것이다. 대기중 이산화탄소 비율이 기준점 이상까지 올라가면 사람은 병에 걸리거나 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

이산화탄소 외에도 자동차 배기가스에 섞인 유해물질은 많다. 일산화탄소나 벤젠과 같은 탄화수소·질소산화물·이산화유황·알데히드 등이다. 많은 연구 결과 이 대기오염 물질은 사람의 폐암, 심장병, 고혈압, 선천적 심장 결함, 천식, 심지어 뇌손상까지 유발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최근 한국 정부와 기업은 마지못해 배기가스의 오염물질을 줄이고, 천연가스나 바이오디젤 같은 친환경 에너지 사용 비중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밝힌 로드맵에 따르면 ‘재생가능한 에너지’ 사용 비중은 점차 증가해  2006년 2.3%에서 2011년 5%, 2030년 9%가 된다고 한다. 석유 에너지에 바이오 디젤 연료가 혼합되는 비율도 증가해 2007년 0.5%에서 2012년에는 3%가 된다고 한다. 유럽연합(EU) 기업은 현재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 비중이 7%이며 2010년에는 21%로 증가할 전망이다. 독일의 경우 바이오 디젤 국내 시장점유 비율은 약 9%다.

정부나 기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만약 보통 한국 시민 사이에서 대기오염의 위험성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이런 노력은 쓸모없게 된다.

에너지 낭비와 대기오염을 줄일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시민에게 꼭 필요할 때만 자동차 엔진을 돌리자고 설득하는 일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배기 가스량에 따른 세금을 매기고 이유 없이 공회전을 하는 운전자에게 가혹한 징벌을 내리는 것이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뭐냐는 질문에는 사람마다 답이 다를 것이다. 부, 지식, 명예, 사랑 등. 하지만 잠깐 생각해보면 공기가 없는 삶이란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선한 공기만큼 모든 생물의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기자명 마크 해버만 (동덕여대 독일어과 교수·독일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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