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모돌쟁이를 떼어놓고 오랜 기간 파업에 참여 중인 알리안츠 생명보험 노조 박연옥씨.

두 살과 다섯 살 된 딸을 둔 평범한 엄마이자 알리안츠 생명보험 직원인 박연옥씨. 노동조합 홍보부장인 그녀는 알리안츠 생명보험 본사 앞에서 조합원 700여 명과 함께 천막 농성 중이다. 벌써 125일을 넘었다. 알리안츠 보험 노동자 99명은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지난 5월13일 해고당했다. 5월27일 서울 여의도  농성장에서 만난 박연옥씨는 천막 농성의 힘겨움을 먼저 토로했다.

“힘들어요. 얼마 전 아이 돌이었는데 돌잔치도 취소해야 했어요. 그날 집에 가지도 못했죠. 시부모님께 아이를 맡겨놓았는데 가끔 시아버님이 아이들을 농성장에 데리고 올 때면 제게서 안 떨어지려고 해요. 마음이 아파서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박연옥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1999년, 알리안츠 생명보험에 입사했다. 2004년에는 회사 동료인 남편을 만나 결혼도 했다. 그 남편도 이번에 같이 해고당했다. 이들이 파업을 한 까닭은 복잡하지 않다. 회사가 단체협약을 무시한 채 오랜 기간 이어온 임금 체계를 바꿔 상식 밖의 ‘성과급제’를 도입했기 때문이었다.

“회사는 직원을 다섯 등급으로 나누었어요. 가장 높은 S부터 A, B, C, D까지 등급이 있는데 상사가 평가 등급을 낮게 매기면 먹고살 수 없을 정도로 급여가 떨어지게 돼요. 평가 등급이 낮으면 승진 기회마저 사라지는, 말도 안 되는 독소 조항이 아주 많아요. 게다가 일반 직원은 이 평가 등급이 어떻게 매겨지는지 알 수 없어요. 평가자만 알 수 있다고 되어 있어요. 상사한테만 권한을 준 거죠. 회사에서 이렇게 얘기했어요. ‘지금 상황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그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 성과급제가 도입되어야 한다’라고요. 사실상 어떻게든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뜻인 거죠.”

노조를 말살하려는 회사의 방침

알리안츠 노동자들은 회사가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노동자의 목숨 줄을 쥐고 흔드는 걸 앉아서 당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지난 1월21일, 오산체육관에서 조합원 총회를 연 뒤 곧바로 파업에 들어갔다. 그들의 요구는 단순하고 소박했다. 급여를 올려달라는 게 아니었다. “노사가 합의해서 성과급제를 도입하고, 영업소장의 조합원 활동을 인정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모든 요구를 묵살했다. 하루 이틀이면 끝날 줄 알았던 파업이 다섯 달째 접어들었다.

“정말 기가 막힌 게 교섭 자리에서 사장이 ‘회사가 망해도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엄포를 놓는 거예요. 돈 때문이 아니라 아예 노조를 말살하겠다는 거죠. 그러니까 악랄하다는 거예요.”
회사는 대화에 나서기는커녕 1인당 30만원의 일당을 지급해야 하는 경비용역을 200명이나 채용해 조합원의 회사 출입을 막았다. 지난 5월25일에는 회사 앞에 말뚝까지 박았다.

“사실 애들이 보고 싶어서 집에 가고 싶어요. 간부라는 제가 이럴진대 일반 조합원은 어떻겠어요? 그렇지만 여기서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악랄한 외국 투기자본 앞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을 거예요.”
오랜 기간 이어온 파업 농성으로 지칠 때도 됐지만 박연옥씨는 쉽게 물러설 태세가 아니다. 자기가 하는 일이 정당하다는 확신 때문이다. 그는 특히 자기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조합원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저기 조합원들 율동 연습하는 거 보세요. 힘들어도 여유가 있죠. 왜냐하면 우리는 회사가 잘못하고 있다는 걸 확신하거든요.”

기자명 안건모 (작은책 발행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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