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바이러스 외에도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는 많다. 비교적 대중에게 알려진 바이러스만 꼽아도 라싸열, 황열, 뎅기열 등이 있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도 많아 삽시간에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 가능성은 언제나 잠복해 있다.

더욱이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인류는 바이러스에 더욱 취약해졌다. 교통의 발달로 바이러스가 비행기를 타고 대륙에서 대륙으로 넘나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바이러스가 최첨단 날개를 달면서 대륙 간 방역선의 의미 자체가 모호해져버렸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견된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올해 6월까지 희생자 283명을 발생시켰다. 메르스 코로나는 2003년 아시아에서 발생해 800여 명을 사망에 이르게 만든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의 사촌 격 바이러스다.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 등 심한 호흡기 이상 증상과 더불어 급성 신부전증까지 일으켜 치사율이 매우 높다. 에볼라와 마찬가지로 이 바이러스가 어디서 나와서 어떤 경로로 전파되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전염 과정에서 박쥐와 낙타가 관련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으나 완전히 검증된 것은 아니다.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 역시 아직 개발되지 못했다. 메르스 코로나는 사스와 마찬가지로 호흡기를 통해 인간에게 전염될 수 있다. 감염된 환자의 체액이나 분비물과 직접 접촉해야 걸리는 에볼라보다 전염력이 훨씬 강하다는 이야기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전 세계 무슬림들이 성지순례를 위해 모여드는 나라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무슬림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 코로나에 감염되어 사망한 사례가 있다.

ⓒAP Photo중동에서 발견된 ‘메르스 코로나’(노란 부분).
폴리오 바이러스 창궐하게 만든 탈레반

지난 5월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례적으로 소아마비 바이러스에 대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올해 들어 소아마비가 매우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의 창궐로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4년 만이다. 소아마비의 원인균은 폴리오 바이러스다. 신생아들이 이 바이러스에 특히 취약하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예방접종이 대중화되면서 폴리오 바이러스는 거의 박멸된 것으로 간주되어왔다. 한국의 경우, 1983년 이후 소아마비 환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러한 폴리오 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하게 된 것은 어이없게도 탈레반 때문이다.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WHO에 신고된 소아마비 발병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배에 달한다. 그리고 이 가운데 대부분이 파키스탄에서 발생했다. 파키스탄 탈레반들은 소아마비 예방접종을 미국의 음모라고 주장한다. 접종 요원들을 습격해 살해하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예방접종이 중단되면서 폴리오 바이러스가 부활해 서쪽의 시리아까지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시리아는 지난 14년 동안에는 단 한 명의 소아마비 환자도 나타나지 않은 국가다. WHO는 올해 소아마비가 확산될 수 있는 위험 지역으로 아프가니스탄·적도기니·에티오피아·이라크·이스라엘·소말리아·나이지리아 등을 지목했다.

한국전쟁 중에도 바이러스가 출몰한 바 있다. 개전 이후 1년여가 지난 1951년, 한국군과 미군 수천명이 원인 모를 유행성 출혈열에 걸려 32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당시 한강 북쪽에 있었던 중국 인민해방군 역시 같은 병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출혈열이 중국군의 한강 도하를 저지했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다. 워낙 피해가 컸던 나머지, 양 진영은 상대방이 치명적인 생물학 무기를 사용했다고 짐작하기도 했다. 이호왕 전 대한민국학술원 회장이 이 괴질의 정체를 밝힌 것은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뒤였다. 한탄강 유역에서 발견되었다고 해서 ‘한탄 바이러스’라고 불리는 이 ‘괴물’의 매개체는 들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WHO에는 1977년에 정식으로 등록되었다.

감수: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기자명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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