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라디오헤드
〈In Rainbows〉

 


이것은 진정한 디지털 혁명의 서막이다. 라디오헤드의 새 앨범 〈In Rainbows〉가 10월10일 밴드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것이다. 가격은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적으면 된다. 즉, 무료로도 다운받을 수 있다. 현재 어떤 음반사와도 계약을 맺지 않은 라디오헤드는 10월 초, 홈페이지에서 이런 소식을 전했으며 10일이 되자마자 네티즌은 그들의 새 앨범을 듣고자 인터넷에 접속했다. 앨범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다. 근 10년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밴드로 군림해온 그들답다. 전형적인 대중음악의 방법론에서 벗어나 있으면서도, 묘하게 귀를 잡아채는 매력이 있다. 예술 작품의 미학이 새로움 또는 재배치에 의해 결정된다면, 라디오헤드는 그들이 지난 몇 장의 앨범에서 벌여왔던 비트와 사운드에 대한 실험을 〈In Rainbows〉에서 대중적으로 재배치한다. 라디오헤드의 가장 뛰어난 요소라 할 수 있는, 톰 요크의 목소리는 특유의 아우라로 밴드가 축적해온 실험의 성과 위를 휘젓고 다닌다. 이 정도 밴드가 이 정도 음악을 ‘음반’을 거치지 않고 직접 풀다니! 음반산업계는 라디오헤드의 이런 시도에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라디오헤드가 연주하는 이 변혁의 서곡에 얼마나 많은 후발대가 뒤를 따를 것인가. 음악산업의 지형도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우리는 정말이지,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

김작가 (대중음악 평론가)

 

전시

최은경전
가갤러리
10월5~22일
02-744-8736

 


누군가 방금 화면 밖으로 사라졌거나, 아니면 금방이라도 뛰어들어 올 것만 같다. 하지만 지금 그림 속에는 아무도 없고 시간마저 멈춘 듯하다. 그렇다, 이 작품만이 아니다. 예전부터 작가 최은경의 그림에 사람이 등장하는 경우는 절대로 없었다. 다만 누군가의 흔적과 체취가 짙게 배어 있을 뿐. 그래서 그의 그림은 풍경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정물화에 가깝다. 이름하여 ‘박제된 풍경의 정물화’라고나 할까.
‘옛 안기부의 수송대 여자 화장실’(캔버스에 유화 130×162cm, 2007년작)이란 무미건조한 제목이 붙은 이 그림은 제목 그대로 예전에 안기부로 사용되었던 건물의 화장실을 그린 것이다. 이 건물의 일부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학생들의 실기실로 사용되고 있다. 작가는 석사 과정이라 할 수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예술전문사 과정 재학 시절 실제로 이곳에서 작업을 했다. 그는 관공서 특유의 경직된 건물 구조에서 풍기는 메마른 분위기와 특히 ‘안기부’라는 무거운 어감의 공간에 스며 있는 내력과 그 기억을 포착해 그린 것이다.
〈최은경전〉은 지난 4년 동안 서울 삼각지에서 고군분투해온 가갤러리가 창덕궁(비원) 바로 옆으로 이사해서 처음으로 여는 전시회이기도 하다.

이준희 (월간 미술 기자)


무용

라 벨르
10월17~18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031-783-8000


“왕자의 달콤한 키스로 100일 동안의 깊은 잠에서 깨어난 공주는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정말 이것으로 끝나는 것일까. 2005년, 금가루 뿌린 맨발로 무대를 누비던 신데렐라와 관능적인 요정의 춤을 통해 파격적인 고전 해석의 즐거움을 선사해준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와 몬테카를로 발레단이 이번에는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가지고 다시 한국을 찾는다.
프티파 안무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그 자체로 클래식 발레의 전범과 같은 작품이지만, 마이요의 도발스러운 해석과 우아한 연출을 거치면서 꿈꾸듯 아름다우면서도 동시에 현실의 냉혹함이 살아 숨쉬는 새로운 이야기 〈라 벨르〉로 거듭 태어났다. 마이요는 이 작품으로 2001년 초연 당시 니진스키 어워드 안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동화보다 더 환상적인 세계를 그려내는 의상과 무대도 매력적이지만, 특히 이번 공연은 녹음 연주가 아니라 몬테카를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실연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음악과 몸짓이 하나 되어 흐르는 황홀한 순간을 기대한다면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공연.

김주연 (객석 기자)

 

뮤지컬

텔미 온어 선데이
10월1일~11월25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02-501-7888


결혼 적령기가 점점 늦어지고, 일하는 여성도 늘고 있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섹스 앤 더 시티〉와 같은 결혼 적령기를 넘긴 직장 여성들의 일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관심을 모은다. 뮤지컬 〈텔미 온어 선데이〉도 이런 코드에 소구하는 모노 뮤지컬이다.
런던에 사는 여성 데니스가 실연한 후 뉴욕으로 와서 세 명의 남자를 만나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을 그렸다. 데니스는 연하남으로부터 받은 프러포즈에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실연 후 침대 바닥까지 꺼질 것 같은 슬픔에 잠기기도 한다. 〈텔미 온어 선데이〉의 미덕은 남자들이 알아채기 어려운 여성들의 감정을 솔직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의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맡아 선보인 음악은 그런 감정이입을 북돋운다. 웨버의 전작과 다르게 현대 느낌을 주는 전자악기를 사용했지만 음악은 이전보다 섬세하고 감성적이다. 단조롭기 쉬운 모노 뮤지컬 형식도, 아기자기한 무대 세트와 분위기 있는 조명 연출로 보완되고 있다. 데니스 역을 바다·김선영·정선아 등 가창력 있는 배우들이 맡았고, 감각적인 연출로 정평이 난 이지나가 연출로 참여했다.

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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