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경북대 교수.경제학)
최근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대학입시 자율화를 위한 3단계 전략을 발표했다. 1단계는 대입 전형에서 학생부와 수능 반영비율 자율화, 2단계는 수능 과목의 축소, 3단계는 2012년까지 대학입시를 대학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대학입시 자율화와 짝을 이루는 것이 자율형 사립고 100개 육성 계획이다. 이 후보의 전략대로 된다면 현재 1년에 30조원으로 추산되는 사교육비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게 이 후보의 희망이다. 그래서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 절반’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한마디로 교육에 시장원리를 도입해 자유경쟁, 자율로 가자는 것인데, 이는 한나라당이 평소에 신봉하던 시장주의 교육철학을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시장원리는 경제의 기본이지만 그 자체의 한계가 있을뿐더러 아무 데나 시장원리를 적용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한국 교육을 시장에 맡기면 결과는 시장의 횡포, 공교육의 붕괴, 교육의 양극화가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역대 정부가 3불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이런 결과를 내다보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는 가진 자 편에만 서려고 하는가

3불정책은 먼 장래에 우리 교육이 정상화한 뒤에는 없어져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에는 부작용을 방지할 세심한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폭발물 제거 전문가가 정교한 작업 끝에 마지막 단계에 뇌관을 뽑아내는 과정이 3불정책에서도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 후보의 시장주의 교육정책은 불쑥 3불정책을 없애자는 것이니 이는 평지풍파요,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국의 일류대가 어떤 곳인가? 수능 상위권 학생을 독식하려는 게 우리나라 일류대다. 가르치는 일보다 학생을 뽑는 데 유별나게 열을 올리는 곳이다. 얼마 전만 해도 교묘한 수법을 총동원해 학생부를 무력화하고, 수능만으로 특목고 학생들, 부유층 애들 뽑겠다고 하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제동이 걸린 곳이 일류대 아닌가. 이들에게 학생부와 수능 반영비율을 자율화해주면 결과는 자명하다. 학생부는 철저히 무시될 것이니 시골의 성실한 학생들은 좋은 대학 가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입시는 수능 위주로 가서 과외가 판을 칠 것이다. 그러면 공교육은 붕괴할 것이요, 전국의 고등학교는 거대한 침대로 변할 것이다.

그것도 부족해서 3단계에서 완전 자율화까지 선물하면 대학별 본고사가 오고 생선 가게는 고양이의 놀이터가 된다. 지금처럼 3불정책으로 감시를 해도 통합논술이다 심층면접이다 해서 슬금슬금 생선을 챙기는 고양이가 제 세상을 만날 것이다. 과외는 극에 달할 것이고, 사교육비는 폭등할 것이다. 전국 100개의 자율형 사립고에 들어가기 위해 고교 입시가 부활하면 중학교는 물론이고 심지어 초등학교부터 과외에 시달릴 것이니 망국적 ‘과외 천국’이 될 것이다. 그러면 결과는? 이 후보의 희망과는 정반대로 ‘학교 만족 절반, 사교육 두 배’다.

그나마 부유층은 고액 과외를 감당할 수 있으나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러니 교육을 통한 기회균등은 더욱 멀어지고, 교육을 통한 양극화를 피할 수 없다. 얼마 전 이명박 후보는 2%밖에 안 되는 부동산 부자를 위해 종부세 축소를 언급하며 가진 자 편임을 증명하더니 교육에서도 역시 가진 자 편임을 만천하에 알리고 있다. 이 후보가 대운하 공약으로 한국을 망국적인 토건국가로 되돌리겠다고 선언하자 이미 발 빠른 사람들 사이에 낙동강 유역 투기 바람이 불고 있다. 그것도 부족해서 교육을 완전히 망쳐놓겠다고 선언하니 간담이 서늘해진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대운하나 교육정책 발표가 대선 후가 아니고, 대선 전에 나왔다는 사실이다. 국민이 현명한 선택을 할 시간이 다행히 조금 남아 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시사IN〉의 편집 방침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기자명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