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전직 외교관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현지 어린이들과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인도네시아 법원에서 13년형을 선고받았다. 2006년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오스트레일리아 국제개발청(AusAID·오스에이드) 자금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직원이 어린이 50여 명을 학대하고 음란물을 제작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 같은 일들이 발생하자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해외 원조 개발사업 전반에 아동보호 정책을 도입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2008년 AusAID는 공적개발원 사업 프로젝트에 관여하는 모든 이들의 자질 검증 의무화 등을 포함하는 아동보호 정책을 만들었다.

이런 장치가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를 지속적으로 압박한 사람이 오스트레일리아의 아동보호 전문가 캐런 플래내건 씨(53·사진)다. 국제 아동인권단체인 아동성적착취반대협회(ECPAT International) 오스트레일리아 지부에서 근무하던 플래내건 씨는 원조기구나 유엔 평화유지군 등이 원조 활동 과정에서 현지 여성이나 아동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알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아동보호 정책이 도입되기 훨씬 이전부터 그 필요성을 정부에 주장해왔다. 그는 현재 세이브더칠드런 오스트레일리아 아동보호팀장을 맡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공적개발원조(ODA)에서의 아동보호 정책은 생소한 개념이다. 정확히 어떤 것인가?

아동보호 정책은 아동에게 안전한 조직(child safe organization)을 만들기 위한 정책으로, 조직의 활동 전반에서, 특히 아동과 직접 일하는 사람들이 아동에게 해를 입히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과 대응을 체계화하는 것이다.

ODA에 아동보호 정책이 필요한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첫째로 납세자에 대한 책무성이다. 국민이 낸 세금을 다른 나라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데 사용해선 안 된다. 둘째, 원조 공여국으로서 지는 당연한 의무다. 셋째, 개발원조 프로그램은 사업 목적이나 내용이 아동을 수혜자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과정에서 정작 아동이 보호되지 않는다면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ODA 아동보호 정책에는 어떤 내용들이 포함되어야 하나?
우선 직원 선발 과정에서 아동과 일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 걸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직원뿐 아니라 파트너 단체나 기업, 자원봉사자 등을 선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유명한 NGO 컨설턴트가 범죄 경력이 있다는 사실이 AusAID가 아동보호 정책을 도입한 후에야 알려지기도 했다. 또 분명한 보고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어떤 행동이 허용되고 안 되는지를 알려주는 행동강령(code of conduct)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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