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원씨(20)는 지난 4월16일, 세월호 침몰 소식을 ‘단원고등학교’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유했다. 단원고 졸업생인 그가 3년 전 동창을 만나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둔 페이지다. ‘전원 구조’ 기사를 링크하자마자 ‘좋아요’가 5만 건에 달했다. 하지만 오보였다. 실종자 가족을 낙담시켰다고 자책했다.

좋아했던 교사와 후배들이 실종되었다는 소식도 최씨의 어깨를 짓눌렀다.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여러 기사를 비교하며 스스로 ‘검증’한 뉴스만 올렸다. 하지만 그런 기사도 나중에는 오보로 밝혀지곤 했다. 4월18일, 그는 직접 현장을 보면서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진도로 향했다.

4박5일 동안 지켜본 진도는 처참했다. 구조를 책임져야 할 정부는 탑승자, 실종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꾸려지고도 책임지고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정부기관 간에 서로 다른 내용을 같은 시간에 브리핑하기도 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이명익〈/font〉〈/div〉최승원씨가 동창을 만나려고 만든 페이스북 페이지는 참사 소식을 전하는 공간이 되었다.
ⓒ시사IN 이명익 최승원씨가 동창을 만나려고 만든 페이스북 페이지는 참사 소식을 전하는 공간이 되었다.

그가 현장에서 만난 자원봉사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정부가 유가족을 버린 것 같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최씨는 5월6일 침묵 행진을 준비했다. 이심전심, 자원봉사자 13명이 뜻을 모았다. 5월6일 오후 2시, 서울 명동에 모여 한 손에는 국화를, 다른 한 손에는 ‘가만히 있으라’고 쓰인 종이를 들었다. 침묵 행진은 시청광장 합동분향소까지 이어졌다.

최씨는 이 침묵 행진을 지켜본 유가족이 보낸 문자를 간직하고 있다. “국민께 걱정과 아픔을 드려 죄송합니다. 세월호 참사가 묻히고 잊힐까 두렵습니다.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가 운영하는 단원고등학교 페이스북 페이지는 현재 11만명이 구독한다. 웬만한 언론사 페이스북 구독자보다 많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이번 참사가 제대로 마무리될 때까지 그는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작정이다.

기자명 고제규·장일호·송지혜·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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