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재난 주관 방송사로서 부끄럽지 않은 보도를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침몰하는 KBS 저널리즘을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다.” KBS 38~40기 기자들이 사내 보도정보 시스템에 올린 글 가운데 일부다. 이들은 “왜 우리 뉴스는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건가” “매 맞는 것이 두려워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지 않고 기사를 썼다”라며 KBS의 세월호 보도를 반성했다.

젊은 기자들의 이 같은 반성에 대해 경영진과 간부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전사적으로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현장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고 있으며 타 언론사의 오보나 선정적 보도 경향과는 달리 사회 중심추 역할을 해냈다.” 5월2일 월례조회 자리에서 길환영 KBS 사장이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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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보도에 잘못한 거 없고, 일부 문제는 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임창건 KBS 보도본부장이 보인 반응이다. 임 본부장은 KBS 세월호 보도에 대한 젊은 기자들의 반성문을 지칭하며 “뒤통수치듯 이런 글을 쓰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다”라고 말했다. “정파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젊은 기자들의 문제의식과 가장 동떨어져 있는 사람은 김시곤 보도국장이다. 그는 후배 기자들의 자성에 대해 “대자보 정치”라고 비난했다. “그럼 KBS가 실종자 가족 이야기를 다 들어줘야 하나?”라는 김 국장의 반문은 압권이다. KBS 저널리즘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요구하는,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들에게 온갖 수모를 당했던 젊은 기자들의 문제의식을 이런 식으로 뭉개는 간부가 있는 한 KBS 뉴스의 정상화는 난망하다. 논란 끝에 김시곤 국장이 물러났지만, 박근혜 대통령만 나오면 실종자 가족이 안 보이는 KBS 뉴스의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기자명 민동기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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