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이가 끝내 주검이 되어 올라왔다. 세월호 참사 첫 보도 때 임수혁이라는 가명으로 보도했던 아이, 사고 직후 구명조끼를 입고 나란히 누워서 구조를 기다리던 마지막 카카오톡 사진을 아빠에게 보냈던 바로 그 아이가 사고 21일 만인 5월6일 인양된 것이다.

현장으로 달려간 김은지 기자로부터 기막힌 전갈이 왔다. “발인일이 현진이 생일이라네요….” 어이구야… 그렇게 안 올라와 애를 태우더니 결국 생일날 떠나려고 그랬나 싶어 또 한번 가슴이 찢어졌다. 그렇게 현진이는 어버이날을 부모님과 보내고 생일날인 5월9일 하늘나라로 떠났다.

이번 호 표지에 등장하는 ‘꼭 잡은 손’은 발인날 현진이 아버지가 자꾸만 무너져 내리려는 현진이 어머니 손을 꼭 부여잡는 걸 신선영 기자가 담은 것이다. 그 장면을 보며 우리 사회가 이번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손을 절대로 쉬이 놓아서는 안 된다는 걸 다시금 다짐하게 된다. 그들을 고립되게 하거나 잊어서도 안 된다. 이대로 또 그냥 지나가면, 저 손의 주인공은 언젠가 내가, 그리고 나의 가족이 될지도 모를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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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신선영

5월8일과 9일 20시간에 걸쳐 세월호 유가족들이 길바닥에서 겪은 일은 서곡이나 마찬가지다. 공영방송의 간부란 사람들은,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그렇지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보다 적다’는 망발을 한 것으로 알려진 보도국장의 해임과 KBS 사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유족들이 당사자 면담을 요청해도 밤새 버티더니, 결국 청와대가 중재에 나서자 고개를 숙이고 나왔다.

청와대는 유가족들이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며 청와대로 향하자 경찰 수백명을 동원하고 차벽까지 치며 막기에 급급하다 결국 KBS 팔을 비트는 선에서 미봉을 했다. 그 과정에서 나온 ‘순수 유가족’ 따위 발언을 보면 박근혜 정부가 이번 세월호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어떻게든 유가족을 고립시켜 사건의 파장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기를 바라고, 하루빨리 잊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자식 앞세운 부모들이, 가슴에 피멍 든 부모들이 그 한을 토로하고 더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말 좀 하고 싶다는데, 이 정부는 뭐가 그리 두려워서 그들과 만나는 것조차 꺼리는 것일까.

그 와중에 망발 당사자인 김시곤 보도국장은 사의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에서 “권력의 눈치만 보며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중립성을 침해해온 길환영 사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라고 폭탄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KBS 내부에서는 ‘이 기회에 PD 출신 사장을 밀어내기 위한 보도국의 물귀신 작전이 진행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아무튼 “윤창중 대변인 성추행 파문 때도 (길 사장이) 톱 뉴스로 올리지 말라고 했다”는 식의 추가 폭로가 나온 만큼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KBS 수신료 인상을 추진한다면? 아마도 안전핀 뽑은 폭탄을 끌어안는 꼴이 될 것이다.

기자명 이숙이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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