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침몰하던 그 순간, 아이들이 소리치던 그 순간, 어른들은 다급했다. 세월호 선원들도, 선사인 청해진해운 직원들도 급히 움직였다. 하지만 아이들을 구하려는 움직임은 아니었다. 4월16일 오전 9시38분. 청해진해운 물류팀장 김 아무개 부장은 직원과 통화 중이었다. 김 부장은 세월호에 선적된 화물 장부를 조작하라고 지시했다. 5월1일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청해진해운 제주본사의 화물영업 담당 직원 이 아무개씨로부터 ‘과적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인천지사의 물류팀장 김씨와 통화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라고 밝혔다.

2013년 3월 이래 세월호는 241차례 운항했는데 139차례 과적 운행했다. 제주에서 인천으로 운항할 때 화물이 거의 없을 경우에만 과적 위반을 범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 세월호에 실려 있던 화물은 3600여t. 적정 화물 적재량을 3배 이상 초과했다. 청해진해운은 사고 직후 화물 적재량 180t을 줄여서 적었다. 그들은 적정 화물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서류상으로 고작 180t을 줄이겠다고 승객 구조를 뒤로한 셈이다. 한 수사 관계자는 “사고가 나자 청해진해운과 선원들은 과적에 따른 복원성 훼손 문제가 사고 원인이라고 판단해서 이를 조작하기에 급급했다. 승객 구조 지시는 아예 없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청해진해운의 한 관계자는 “과적이 사고 원인으로 밝혀질 경우 보험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피해자 보상을 위해서라도 회사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독자 제공〈/font〉〈/div〉2013년 3월 인천―제주 노선에 투입된 세월호는 청해진해운에서도 일찌감치 골칫거리였다.
ⓒ독자 제공 2013년 3월 인천―제주 노선에 투입된 세월호는 청해진해운에서도 일찌감치 골칫거리였다.

2012년 일본에서 사들인 세월호는 증축 과정에서 복원력에 문제가 생겼다. 여기에다 과적이 빈번하게 이뤄졌다. 청해진해운과 선원들은 과적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구속된 세월호 선원 신 아무개씨는 “배 자체가 워낙 복원력이 없는 상태였다. 증축하기 전에도 복원력이 없었는데, 증축까지 해놔서…”라고 말을 흐렸다. 청해진해운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는 비대칭 때문에 바람이 불면 문제가 생기는 배였다. 사고 전날에도 선장을 제외한 선원 전부가 출항을 반대했다”라고 말했다.

안전 문제를 우려한 청해진해운은 세월호를 사들인 이듬해인 2013년 9월 매각을 검토했다. 2013년 3월15일 세월호가 인천-제주 노선에 투입된 지 고작 6개월 만이었다. 청해진 측에서는 “세월호의 안전성이 문제가 아니라 수익성이 떨어져서 불가피하게 매각에 나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사IN〉이 입수한 청해진해운 내부 문건에 따르면 세월호의 안전성이 매각의 주요한 이유였다(오른쪽 사진).

2013년 9월 작성한 〈경영전략〉 보고서에서 청해진해운은 2015년까지 세월호를 매각한 뒤 6000~7000t급 선박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보고서에는 선박 상태에 대해 “선미에 1층을 추가 증축하여 선체 구조의 비대칭으로 강풍에 취약함에 따라 제주 이·접안 불안”이라고 적혀 있다. 보고서는 이렇게 결론을 맺는다. “보유 선박은 대부분이 노후화된 선박으로 선박 교체 계획을 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지고 선박의 유지비용이 높아만 갈 것입니다. 그리고 항로에 따라 체감온도는 다르겠으나 현장 직원들이 회사의 앞날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으며, 영업 현장에서 뛰고 있는 사무직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시사IN 윤무영청해진해운 내부 문건 <경영전략>(위)과 <제주항로 선박운영 구조 조정안>을 보면, 청해진해운 측이 세월호의 복원력 등 안전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시사IN 윤무영제주항로 선박운영 구조 조정안.

2013년 11월18일 청해진해운 기획관리팀에서 작성한 〈제주항로 선박운영 구조 조정안〉에도 비슷한 내용이 들어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이 세월호를 사들인 이유는 인천-제주 항로의 독점권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세월호의 매입 동기가 인천-제주 항로 복선 운항으로 타 선사의 항로 진입을 방어하고, 오하마나호 선령이 다하는 시점에 오하마나호를 대체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운항원가 비용이 오하마나에 비하여 12% 부담이 더 커 실효성이 없습니다”라고 쓰여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한국선급의 검사 통과했는지 따져봐야

세월호는 2012년 8월 일본에서 수입된 뒤 승선 가능 인원을 804명에서 921명으로 늘리는 증축공사가 진행됐다. 세월호는 공사를 마치고 2013년 2월 선박 등록검사를 통과했다. 검사를 담당한 한국선급은 선박의 비대칭 문제와 복원성에 대해 문제 삼지 않았다. 세월호 침몰 직후 해양수산부는 “세월호의 증축은 합법적으로 문제없이 이뤄졌다”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청해진해운은 이를 이미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같은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세월호는 선박 복원성 문제로 오하마나처럼 화물 적재 시 관계기관의 과적 시비 우려가 있으며, 운항시간 과다 소요에 따른 화물 양·적하 작업시간 부족이 우려되어 화물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선체의 비대칭으로 인해 기상 악화 시(풍속 9m/sec 초과) 제주항 자력 이·접안이 어려워 동절기 예인선 비용이 추가발생 예상됩니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5월8일만 해도 세월호 수색작업이 전개되고 있는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풍속이 6~10m/sec, 파고는 0.5~2m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세월호는 청해진해운 내부에서도 일찌감치 골칫거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청해진해운 간부 사원 대부분은 출항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세월호의 매각이 필수적이라고 의견을 냈다. 여객영업팀 임 아무개 차장은 “세월호는 경제성뿐만 아니라 유사시 선박의 안정성의 문제도 우려가 큼”이라고 적었다.

‘심각한 안전 문제 때문에 세월호를 사자마자 매각에 나선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지적에 청해진해운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매각을 추진한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제주항에서는 바람이 불기만 하면 예인선을 불러서 입항을 시켜야 했다. 복원성에 문제가 있다는 문구는 그냥 한 줄 넣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바람만 불어도 예인선을 불러야 했다는 자체가 선체의 비대칭으로 인해 안전성에 문제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는 구조 변경 후 복원성 유지가 어려운 상태였다. 그래서 매각을 시도했다고 본다. 세월호가 어떻게 한국선급의 검사를 통과했는지 면밀히 따져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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