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선주, 청해진해운 김한식 대표(72)를 만났다. 인터뷰는 김 대표가 검찰에 출두하기 직전인 4월29일 아침 6시 서울 송파구의 한 병원에서 이루어졌다. 부족한 부분은 4월29일과 5월1일 전화통화를 통해 보충했다. 김 대표는 사고에 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부족한 부분은 회사 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김 아무개 부장에게 다시 물었다.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하고 청해진해운 측에서 인터뷰에 응한 건 〈시사IN〉이 유일하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주진우〈/font〉〈/div〉4월29일 서울 송파구의 한 병원에서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김한식 대표가 인터뷰에 응했다.
ⓒ시사IN 주진우 4월29일 서울 송파구의 한 병원에서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김한식 대표가 인터뷰에 응했다.
세월호에 사고가 난 것은 어떻게 보고받았나.
오전 9시15분쯤 메시지가 왔다. 처음에는 “세월호가 가다 섰다”고 돼 있더라. 전화가 왔는데 배가 기운다고 했다. “왜 선원들과 통화가 안 되느냐” 물었더니 김 상무가 “안 된다”고 말하더라. 김 상무가 목포로 가면 어떻겠느냐고 해서 “알았다. 내려가마”라고 했다. 그때가 10시 넘었을 거다. 선원이 통화도 안 되고 해서 일단 출발했다. 가다가 서천인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숨을 못 쉬겠더라, 너무 놀라서. 바로 운전기사가 서울대학교 병원으로 갔고, 그 이후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세월호가 전날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보고를 받은 것 아닌가? 그런 얘기는 일절 없었다. 사고 전에는 영업부장이 메시지로 안개 때문에 세월호가 밤 9시쯤 출항한다고 했다. 전날은 내가 오후 4시쯤 퇴근을 했다. 오래전부터 세월호 선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전직 선원들 사이에서 계속 나온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그런 것까지는 내게 보고하지 않는다. 나는 선원들과 직접 평상시에 만나본 적은 없다. 사고 후에 아무런 지시도 안 했다는 건가? 어떻게 처리하라는 지시를 하러 가다가 정신을 잃은 거다. 그러고 병원에 온 것뿐이다. 누구랑 통화한 적은 없다.

사고가 나면 선장이 선주(김 대표)에게 전화하는 게 관례라던데…. 이번만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선장은 내게 전화한 적이 없다. 사고가 났을 때도 선원들과 통화가 되는지 물어본 게 전부다. 밑에 직원들과 통화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아침 7시부터 배가 기울고 이상한 낌새가 있었다는 사람도 있고, 그 시간에 선장이 이곳저곳에 전화하고 평상시와 다른 행동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건 모른다. 아까 얘기한 그대로다. 9시15분에 첫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배가 멈춘다’ ‘배가 기운다’ ‘배가 기우니 다시 연락드리겠다’ 이렇게 세 통의 문자를 받았다. 세월호가 침몰할 때 구명보트가 한 개밖에 펴지지 않았다. 안전설비 상태가 너무 나빴다. 안 이사와 해운팀장이 하지, 나는 관리를 일절 안 한다. 안전설비 책임은 결국 사장이 지는 것 아닌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줬다. 못해준 적 없다. 그런데도 책임을 지라면 지는 거지.

안전교육을 너무 안 시켰다. 규정대로 한 것으로만 알고 있지, 실제로 했는지 안 했는지까지는 내가 관여를 안 한다. 해당 부서에서 알아서 하는 거다.

사고 보고를 받고 이후에 언딘이란 업체와 계약을 했다. 그게 뭐 하는 데인가?

사장이 너무 모르는 것 아닌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지 어쩌겠나.

구속될 수도 있다. 죄인이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청해진해운이 유람선 업계에서는 가장 큰 회사다. 그런데 그렇게 낡은 배를 운용해야 했나? 배를 구할 수가 없다. 새 배는 비싸지 않나. 세월호를 살 때는 산업은행에서 돈을 가장 많이 빌려주고 그룹사에서도 돈을 빌려주지 않았나? 아니다. 그룹사에서는 한 푼도 안 빌려줬다. 총 계약금이 8억 엔(당시 환율로 약 115억원)인데 은행과 이야기를 하니 자금의 80%밖에 못 주겠다고 하더라. 20%는 우리가 갖고 있는 돈이 있어서 그걸로 한 거다. 다른 데서 받은 건 없다. 내 기억으로는 80억원을 배 값으로, 후에 20억원을 운영비로 추가 대출해줘서 총 100억원을 대출받았다. 유병언 전 회장이 청해진 경영에 참여한 적이 있나? 없다. 내게 보고받은 적도 없다. “그냥 잘 되냐”라고 물으면 “예” 하고 대답하는 정도다.

유 전 회장 아들들이 지분을 가진 아이원아이 홀딩스가 청해진해운 대주주 아닌가? 지주회사 대주주들은 경영에 어느 정도 개입하나? 아니다. 청해진해운은 누구 소유가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소유한다. 그중 (주)천해지가 39% 소유한다.

주주들에게 보고도 할 텐데… 이사회도 열고.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이사회는 형식적으로 1년에 한 번씩 한 것밖에 없다.

관련된 회사마다 돈을 만들어서 유병언 전 회장에게 갖다 줬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나는 그런 적이 없다.

청해진해운에서는 돈을 주지 않았나? 그러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뷰 직후 김 대표 측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와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의 고문으로 활동했고, 고문료로 매달 1000만~1500만원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혹시 유 전 회장의 사진작품을 사지는 않았나? 큰 사진 말고 책자로 된 사진집은 샀다. 가격은 정확히 생각나지 않는데 200권 다 합쳐서 1억원어치가량 산 적은 있다. 배에 걸어놓을 사진은 안 샀다.

회삿돈으로 산 것인가? 회계비용 처리했다. 장부에 다 나와 있다.

청해진해운과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관계는? 아무 관계 없다. 전체 직원 120명 중에 구원파 신도가 10명이나 될까? 전부 사무직이다. 이준석 선장은 구원파가 아니다. 선장, 선원 중에는 구원파가 아무도 없다.

당신은 구원파인가? 내가 구원파인 건 맞다. 누가 구원파인지 알지도 못하고 묻지도 않는다. 같이 예배를 보지도 않는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세월호 사고 당일인 4월16일 오전 8시58분께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 위로 헬기가 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사고 당일인 4월16일 오전 8시58분께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 위로 헬기가 떠 있다.

(다음은 청해진해운의 실무를 총괄하는 김 아무개 부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김 부장은 세월호 사고 소식을 문자로 김한식 대표에게 전한 인물이다.) 다른 선원은 옷까지 갈아입고 나왔는데, 선장은 왜 속옷 차림이었을까? 그게 미스터리다. 배가 20°, 30° 기울 때 분명 동물적 감각이 있었을 거다. 오래 배를 탄 사람이고, 일본에서 사고 났을 때 헬기로 구조됐다는 이야기도 했던 걸 보면 사고에 대응할 만한 사람이었다. 옷까지 안 입고 나왔다는 건 이상하다. 평소 약주를 조금 하지만 그런 걸로 업무에 지장을 주는 사람은 아니었다. 성실하고 극히 평범한 사람이었기에 있을 수 없는 행동이라 생각한다. (속옷 차림인 것은) 순간적으로 손님으로 가장하기 위해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준석 선장은 언제부터 일했나? 1990년대 중반 인천-제주 항로를 운항하다가, 1990년대 말에 완도-제주 노선을 운항했고, 2006년 7월부터 연말까지 인천-제주 항로를 다시 맡았다. 지금 언론에서 대체 선장, 대리 선장이란 표현을 쓰지만 잘못되었다. 교대 선장이다. 세월호와 오하마나호 두 대형 선박을 운항할 수 있는 선장은 셋 중에 이준석 선장 하나뿐이다. 양쪽 배를 다 타본 경험이 있다. 언론에서 270만원짜리 비정규직 선장이라고 하는데 고용이 불안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선장이 계약직이지만 정년인 60세를 넘어서도 계약관계가 계속 유지됐다. 작년 연봉이 총 4440만원이다. 올해 월 40만원을 인상했다.

제가 취재한 바로는, 이 선장은 사고 당일 아침 7시께부터 사고가 신고된 8시55분 전까지 10여 통 전화를 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7시 전후에 배에 이상이 생겼고, 해경에 신고하기 전에 회사와 상의한 것 아닌가? 회사와 선장은 책임과 손해배상 문제 때문에 퇴선 결정을 미루다 사상자가 늘어난 것 아닌가? 이 선장이 해경에 사고 신고를 하기 전에 회사에는 전화하지 않았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4월16일 오전 선원들이 조타실에서 나와 구조선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4월16일 오전 선원들이 조타실에서 나와 구조선으로 향하고 있다.
사고 이전인 오전 7시30분께, 이 선장이 회사로 전화를 걸지 않았나? 7시46분에 오하마나호 선장과 통화했다고 한다. 평소에 이 선장이 한번도 오하마나호에 전화 건 적이 없었다고 한다. 오하마나호 선장이 전화를 받았더니 이준석 선장이 아무 말도 없었다고 했다. 오하마나호 선장이 전화를 끊고 다시 걸었더니 전화를 안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8시26분에 물류팀 하 아무개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상 상황에 대해 1분 남짓 통화를 한 것 같다. ‘인천에 안개가 좀 끼었다’고 하니 ‘진도 방향은 기상이 괜찮다면서 제주에 11시 반쯤 입항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통화 중에 선장이 “어어…” 하면서 말끝을 흐렸다고 하더라. 물류팀 하 과장은 인천에서 근무하는데 제주 방향으로 가는 선장이 왜 인천에 전화를 했는지도 미스터리다. 그리고 8시28분, 이 선장이 제주에 근무하는 박 아무개 과장에게 전화했다. 7시 반쯤 이 선장이 ‘제주 방파제에 들어간다’는 메시지를 박 과장에게 보냈는데 이를 확인하는 전화였다. 다른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고 한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통화하지 않았나. 오하마나호 선장이 해경의 조사를 받았다. 이 선장이 오하마나호 선장과 전화한 뒤에도 통화량이 많았다고 하더라. 누구와 통화했는지는 모르겠다. 세월호에서 해경보다 회사에 사고 신고를 먼저 한 것 아닌가? 사고 통보는 해경에 먼저 됐다. 회사는 세월호로부터 사고 보고를 언제 어떻게 받았나? 오전 9시1분, 객실 승무원 강 아무개로부터 회사 홍 대리에게 전화가 왔다. “대리님 배가 기울었어요. 30° 정도. 해경에 신고는 했고요.” 그러다 전화가 끊겼다. 그래서 회사에 비상이 걸렸고, 다들 상황실로 뛰어갔다. 직원들이 역할을 분담해 연락에 매달렸고, 9시15분 강 아무개 1등 항해사와 통화가 됐다. 울먹이면서 “움직일 수 없다. 방송 장비까지 갈 수도 없다.” 직원 말로는 통화에 통곡과 고함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그리고는 10시 넘어 다시 1등 항해사와 연결이 됐다. 이쪽에서 “구조 다 됐죠?”라고 물었더니 “아무것도 모른다”라고 했다. 그런데 방송에서 승객 전원 구출이라는 자막이 떠서 한숨을 돌렸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사고가 났을 때 회사는 뭐라고 지시했나. 퇴선을 지시하지 않았나? 그 내용을 당사자들이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말 한마디에 따라 사법처리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고민스러워하는 것 같다. 퇴선은 상황을 제일 잘 아는 선장이 판단해야 할 문제다. 사고 시각은 정확히 언제인가? 1등 항해사와 통화하며 추정해보니 8시55분이고, 우리가 보고받은 건 9시 초반인 것 같다. 모니터상에서 몇 초간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는데 표류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40°도 기울었다가 90° 기울었다로 나왔다. 문자로 내 나름대로 사장에게 보고를 했다. 항만청과 국정원 쪽에도 보고했다(청해진해운 측은 국정원 쪽은 민감하니 빼달라고 부탁했다).

사고 원인은 무엇인가? 선체에 파공이 났는지는 확인이 안 됐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없다. 가장 유력하게 생각하는 건 변침 각도를 너무 많이 꺾어서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복원력을 잃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세월호 주변에 해상 군사훈련이 있었다는데. 그건 잘 모르겠다. 군에서 훈련이 있었던 것을 회사에 알려오지는 않았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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