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제자와 동료를 잃고도 애도의 시간을 가질 여유가 없는 안산 단원고 교사들에게는 ‘대리 외상’의 위험이 높다. 대리 외상은 간접으로 사고 현장을 경험한 일반인이 자신에게 그 일이 일어난 것처럼 불안을 겪는 증세다. 전남 진도에 상주하는 교사 10여 명은 시신의 신원을 확인한다. 교사 20여 명은 안산 장례식장에서 유가족을 돕는다.

여전히 진도에 남아 있는 교사는 제자의 시신이 발견될 때마다 수습된 시신과 학적부 사진을 대조한다. 매번 죽음을 확인하는 일이 이들에게는 큰 고통이다. 한 자원봉사자는 “신원 확인을 하면서 죽은 제자가 떠올라 울기를 반복한다.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어서 체력도 소진된 상태다”라고 말했다. 정부를 믿지 못하는 실종자 가족이 교사들에게 의지하고 있어 정신적·육체적으로 한계에  이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로 ‘사고와의 거리’를 꼽는다. 얼마나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강한 충격을 지속적으로 받았는지에 따라 스트레스 정도가 차이가 난다(어떤 이는 멀리 있었는데도 현장에 있는 사람과 유사한 충격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경우 생존자와 실종자 가족뿐 아니라 구조대원, 교사까지 충격의 범위가 넓다. 그중에서도 교사는 실종자 가족과 비슷한 정도로 심리적 고통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육성필 교수는 “제자들의 죽음이 사실로 확인되는데도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잠수사 등 구조대원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을 수 있다.

교사뿐 아니라 세월호 참사가 2주 가까이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사실상 전 국민이 급성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 사고를 직접 겪지 않는 일반인도 계속되는 ‘슬픔’에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정부에 대한 불신과 질서의 의미가 무너지면서 ‘언젠가 나에게도 비슷한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빠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분노·불안감·죄책감 등 복잡한 감정은 정상적이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표현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라는 것이다.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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