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경북 예천 양수발전댐 건설 현장. 상부댐 공사로 산 정상부가 파헤쳐지고, 도로 건설로 생태계가 분절된 모습이다.
시원스레 나란히 뻗어 달리는 고속도로와 국도, 비행기가 뜨지 않는 공항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터무니없이 과장된 수요 예측과 천문학적 공사비다. 정부의 잘못된 시책은 그 대상이 생태계이든 국민이든 고스란히 막대한 피해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 피해를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일이 반복된다. 양수발전댐 건설 역시 수요 관리를 무시하고 과잉 투자를 반복한 대표 사례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양수발전댐 6곳을 운영한다. 한국전력에서 밝힌 이들 양수발전댐의 지난해 이용률은 평균 4%에 그친다. 가동 시간으로 환산하면 1년 중 15일 정도로 매우 낮은 효율이다. 현재 운영 중인 양수발전댐 사정이 이러함에도, 경북 예천에서는 또 다른 댐이 건설된다. ‘양수발전댐을 계속 만드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조목조목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수력발전의 일종인 양수발전은 위치가 낮은 하부 저수지의 물을 위치가 높은 상부 저수지로 끌어올려 저장해두었다가 물을 떨어뜨려 위치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화시키는 발전 방식이다. 양수발전 도입 취지의 핵심은 전력 수요가 적은 밤 시간대에 남아도는 심야 전기를 이용해 대용량 발전소의 이용률을 높이고, 여유 전력으로 물을 저장해둠으로써 비상시 사용할 수 있는 예비 전력을 확보하는 데 있다.

양수발전은 가동하면 할수록 손해

국내 첫 양수발전인 경기도 청평 양수발전이 가동을 시작한 1980년대만 해도 심야전력이 난방 비용 면에서 다른 에너지보다 비싼 데다, 보일러업체의 영세성에 따른 홍보·기술 부족 등으로 심야 기기 보급 실적이 극히 저조했다. 정부는 심야전력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싼 가격으로 심야전력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초기에 주춤하던 심야전력 수요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고, 지속되는 고유가로 2000년부터 급증하게 되었다. 실제 1999년까지 15년간 보급된 심야전력이 465만㎾에 불과했으나 2000년 한 해에만 498만㎾가 보급되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이에 따라 현재는 심야 시간 전력 부하가 발전시설의 생산 용량을 초과한다. 초과된 심야 전력 수요를 위해 LNG 발전기를 밤 시간에 추가로 가동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심지어 심야 시간에 물을 끌어올려 발전을 위한 예비 전력을 확보해야 하는 양수발전이, 부족한 심야전력 부하 조절을 위해 심야 발전을 하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한다. 한편으로는 각 가정의 심야전기 이용을 적극 권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 심야 시간대 전기를 저장한다고 대규모 양수발전을 지속적으로 건설한 정부 시책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심야전력 수요를 둘러싼 현재의 상황은 더 이상 남아도는 값싼 심야전력이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곧, 양수발전에 이용할 심야전력이 절대 부족함을 의미한다. 심야전력 수요  급증이 양수발전 시설 이용률을 4%대로 떨어뜨린 일등 공신인 셈이다. 따라서 양수발전이 값싼 전기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한 방법이라는 주장은 그 타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양수발전은 전력이 없으면 자체 가동이 불가능한 시설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하부댐에서 상부댐으로 물을 퍼올릴 동력으로 사용할 전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물을 끌어올리는 데 100의 전력이 필요하다면 생산하는 전력은 고작 70~75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투자 대비 이윤만으로 보았을 때 가동하면 할수록 본전은커녕 손해를 본다는 말이다.

발전사 관계자는 하나같이 양수발전댐 운영은 경제 관점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이며, 부하 변동에 신속한 대처가 가능한 가장 유효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양수발전이 과거에는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에 잉여 전력으로 양수한 후 전력 수요가 높을 때 발전하는 방식으로 사용했다면, 이제는 실제 전력 거래 가격이 낮은 시간에 값싼 전기를 이용해 양수했다가, 거래 가격이 높은 시간대에 발전하는 방식이 되었다”라고 자찬한다. 이는 잉여 심야전력 부족으로 신규 양수발전 시설의 건설 목적 자체가 상실된 상황에서 말장난일 뿐이다.

 

필요 전력 대비 발전 전력을 시간의 개념으로 살펴보자. 밤 10시에서 이튿날 아침 8시까지 심야전력을 이용한다고 했을 때 하루 최대 10시간 양수를 했을 경우 길어야 8시간가량 발전을 할 수 있다. 이는 아무리 발전 효율이 좋아도 양수 시간을 제외한 순수 발전 시간이 하루 8시간 이상은 절대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양수발전 시설의 적정 이용률을 20% 내외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현재 이용률이 적정 이용률의 5분의 1에 그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양수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댐이 두 개 필요하며, 발전 효율은 상부댐에서 하부댐으로 떨어지는 낙차에 비례하므로 상부댐은 산 정상부에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입지 한계를 지닌다. 산 정상부에 인공호수가 생김으로써 발생하는 생태적 영향 외에도 산 아래에서 이어지는 긴 진입로에 의한 산림훼손과 생태계 단절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강원도 양양군 기린면 진동리에 있는 양양 양수발전의 상부댐은 한반도 핵심 생태 축인 백두대간의 한복판에 있다. 이곳의 해발고도는 930m, 백두대간 마루금에서 겨우 60m 떨어진 곳이다. 지난해 양양 양수발전의 시설 이용률은 고작 4.10%였다. 원자력 발전기 1기에 맞먹는 100만㎾ 발전시설 용량을 1조원 넘는 예산을 투입해 갖추고도 놀리는 셈이다. 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진입로 덕에 댐 둘레 2.3km에 설치된 탐방용 나무 데크 이용률이 더 높은 실정이다.

사정은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전북 무주 덕유산국립공원 자연보전지구 내에 건설된 무주 양수발전 상부댐의 경우, 비상시 발전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수위가 만수여야 하나 댐 벽을 볼썽사납게 드러내고 있다. 상부댐이 있는 적성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도로에는 차량 탐방객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원래 목적보다 부수적인 활용이 더 활발한 것이다. 지난해 무주 양수발전의 이용률은 고작 3.95%였다.

물론 양수발전이 기동성을 갖춘 것은 맞다. 출력 조절이 용이해 원자력 같은 대용량 발전시설의 갑작스러운 가동 중지와 같은 비상 사태에 즉각 대처가 가능하다는 점에 공감한다. 하지만 이용률의 지속적인 감소와 유가 상승, 전력 수요 형태를 보았을 때 현재의 양수발전 시설이 과도하게 계획되고 건설되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정부는 양수발전댐 용도 폐기 선언하라

이미 2000년께부터 이용률 감소는 눈에 띄게 드러났고, 심야전력 제도의 급증이 예견되었다. 그러함에도 80만㎾에 달하는 대형 발전시설 용량을 갖춘 경북 예천 양수발전 계획의 중단을 결정하지 않은 것은, 당시 전력 수요 상황 변화를 즉각 반영하지 못한 탓이다. 심야전력 제도 확대를 무시한 양수발전의 추가 도입은 수요관리 정책의 실패작이다.

공사 중인 예천댐을 포함해 양수발전 건설을 위해 투입된 예산은 3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에서 이용률이 13% 이하로 떨어진, 2001년 이후 건설된 양양·청송·예천 양수발전 건설에 투입된 예산만 2조4000억원이다. 이들 양수발전을 유지하기 위한 관리 비용은 연간 3000억원에 이른다고 추정된다. 심야전력 수요 급증으로 발전 원가의 60%에 못 미치는 전력을 공급하면서 발생하는 손실분은 연간 50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놀고 있는 양수발전 시설과 수요관리 실패가 빚은 예산 낭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상황이 이 정도면 양수발전댐은 가동 목적을 상실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이제 그만 한계를 인정하고 용도 폐기를 선언해야 한다. 또한 더 이상 양수발전댐을 건설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혀야 한다. 전력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명분 아래 양수발전의 필요성만 두둔할 것이 아니라 얼마나 경제적인지, 효율적인지, 생태적인지를 고려한 객관적인 타당성을 평가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과도하고 불필요한 시설에 대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과감히 복원을 시작해야 한다. 이는 국가 전력수급 계획을 책임지는 정부의 당연한 의무이다.

경제학 용어로 이미 투입되어 어떤 방법으로든 다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매몰비용’이라고 부른다. 이는 과거에 연연해하지 말고 현 시점에서 가장 적합한 대안을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양수발전댐도 이미 투입된 것에 대한 미련은 과감히 버리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투입될 피해와 낭비를 막기 위해 현 시점에서 가장 적합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기자명 윤소영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간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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