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안희태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아직 봄이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난데없는 괴담이 온라인을 싸늘하게 만들고 있다. 시작은 아마도 광우병에 관련한 것일 텐데 광우병이 물과 공기를 통해서도 전염된다는 소문이다. 가장 최근에 불거진 인터넷 괴담은 ‘인터넷 종량제 실시’. 현재의 인터넷 서비스는 모두 정액제다. 인터넷을 쓴 시간이나 데이터 양에 상관없이 일정한 금액만 지불한다는 말이다. 이에 반대되는 개념이 인터넷 종량제. 종량제가 실시되면 사용자가 쓰는 시간과 데이터 양에 비례해서 요금이 부과된다. 네티즌에게는 족쇄나 다름없는 제도다. 인터넷 종량제는 2002년 말부터 서비스업체가 제시해왔지만 네티즌의 강한 반대로 실시되지는 않았다. 이것이 최근 다시 입에 오르내린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인터넷 종량제를 5월부터 실행한다는 소문이 시작이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검색 포털에는 ‘인터넷 종량제 실시날짜’ ‘인터넷 종량제 서명’ 따위 검색어가 순위에 함께 오르며 네티즌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사이트에서는 종량제 반대 10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거나 자기 블로그를 통해 종량제 반대를 주장하기도 했고, 실시간으로 예상 요금을 알아보는 테스트기까지 등장해 네티즌의 관심을 끌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부의 인터넷 종량제 추진이 사실무근이며,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공약에도 이에 관한 내용은 없다고 발표했지만 논란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수도가 민영화되면 하루 물값이 14만원에 이를 것이라는 이야기, 정부가 독도를 포기했다는 이야기, 숭례문이 전소하면 국운이 다했다는 ‘정도전의 국운 쇠락설’ 등은 인터넷 종량제와 물·공기를 통한 광우병 전염설과 더해져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확산됐다. 긴장한 경찰과 검찰은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에 인터넷 괴담을 올린 네티즌의 신상 정보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5월17일 전국 중·고교가 휴교 시위에 나선다는 ‘동맹휴교 시위’ 문자 메시지에 대해서도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견해는 다르다. 국민의 반발 여론을 외면한 채 정부가 이를 단순한 ‘괴담’으로만 치부하려 든다는 말이다. 국민 저항을 괴담시하고 국민의 목소리까지 범죄화하는 발상에 경악한다면서 경찰과 검찰의 수사에 반발하고 있다. 네티즌 또한 검·경이 오히려 국민의 불안을 부추기고 자극한다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괴담은 일종의 억눌린 감정의 분출구다. 괴담 때문에 불안하다기보다 불안한 마음이 괴담으로 드러난다고 해야 옳다. 괴담을 무조건 틀어막을 게 아니라 어째서 괴담이 생겼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기자명 임지호 (출판사 북스피어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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