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을 키우는 주부 이정희씨(35)가 식탁을 ‘유기농’으로만 차린 지는 3년6개월이 넘었다. 아토피 초기 증상을 보이는 둘째 때문이었다.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집으로 주문 물품을 배달해주는 트럭이 아파트에 들어서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수군거렸다. “참 별나다” “돈도 많다”라는 등 비아냥도 쏟아졌다. 하지만 이씨는 “식구가 한 명 늘었는데도 유기농을 이용하기 전보다 식비가 늘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일반 시장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상품보다 가격이 20~30% 싼 생협 물품을 이용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유기농 밥상을 차린다고 무조건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시사IN〉이 대형 마트와 생협, 고급 유기농 매장 등을 돌아다니며 가격을 비교해본 결과, 친환경 상품이 무조건 비싸다는 통념은 사실이 아니었다. 적어도 생협을 이용할 경우에는, 대형 마트의 ‘일반’ 농산물보다 싸게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었다.

쇠고기 무국 재료, 8000원~1만4000원

‘쇠고기 무국’을 끓인다고 가정하고 쇠고기, 무, 대파, 깐 마늘 4가지 재료 가격을 비교했다. 쇼핑 장소는 이마트 양재점 신선식품 일반·친환경 코너 각각과 여성민우회 생협 반포점, 도곡동 타워팰리스 지하 ‘스타슈퍼’ 4곳이다. 쇠고기는 한우 양지 국거리 1++ 등급으로, 나머지 무·대파·깐 마늘은 유기농산물 인증번호를 부여받고 생산자 정보 스티커가 붙은 상품으로 기준을 맞췄다.

가장 싸고 안전하게 쇠고기 무국을 끓이려면 생협을 찾아 재료를 구입하면 된다. 생협에서 산 ‘친환경’ 쇠고기무국 재료비는 8210원. 대형 마트 친환경 코너에서는 1만2780원이 들었다. 대형 마트의 일반 농산물 코너에서 ‘국내산’ 확인만 받은 물건만 사도 1만190원이 든다.  생협의 ‘친환경’ 재료 중 무 한 개만이 1150원으로 대형 마트의 ‘일반’ 농산물과 가격이 같을 뿐 나머지는 500~1000원가량 오히려 저렴했다. 타워팰리스 스타슈퍼에서는 무려 1만4380원을 써야 국을 끓일 수 있다.

생협의 모든 물품이 싼 것은 아니다. 시금치, 파프리카, 양송이 등 일부는 일반 농산물보다 300~500원 정도 비쌌다. 하지만 대형 마트와 스타슈퍼의 친환경 코너 농산물과 비교했을 때 생협 물품이 더 비싼 경우는 없었다. 생협에서 1400원으로 살 수 있는 무농약 애호박이 마트 친환경 코너에서는 1880원, 스타슈퍼에서는 3500원에 팔리고 있었다. 무농약 청양고추도 한 봉지에 각각 1150원과 1580원, 2900원으로 가격 차이가 컸다. 유기 재배 방울토마토도 생협에선 500g에 2200원이었지만 스타슈퍼에서는 두 배가 넘은 5500원에 판매 중이었다.

‘싸게’ 먹으려면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안전하게’ 먹으려는 주부 대다수는 재래시장의 물건을 믿지 못했다. 주부 공병례씨는 “국내산이라고 써붙여놓아도 재래시장 물건은 추적이 불가능하니 믿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여성민우회 생협 조합원 경화씨는 “생협이 가장 좋다기보다는, 안타깝게도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싸게 사는 방법은 아직까지 생협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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