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안희태지난 5월2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광우병 촛불집회’에 참석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강기갑 떨어졌으면 어쩔 뻔했나.”(매화꽃멀미)
“이렇게 똑똑한 농부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반성합니다.”(갈래머리)
일당백! 요즘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경남 사천)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쇠고기 청문회를 앞두고 정부 문건 두 개를 폭로했을 땐 민주당 내에서조차 “우리 의원 열 명보다 낫다”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4월18일,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이 타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강기갑 의원은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그날 새벽 지역에서 당선 인사를 다니다가 라디오에서 타결 소식을 듣고 바로 차를 세우라고 했어요. 협상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지금 인사하러 다닐 때가 아니다. 내가 그동안 쇠고기 협상 과정을 다 알고 있는데 이럴 수는 없다. 통째로 다 내줬다. 이건 이명박 대통령의 작품이다. 협상이 아니라 조공이다.’ 바로 청와대로 가야 할 문제라고 판단했지요.”

4월19일 오후 청와대 앞 단식 농성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후 강 의원은 가장 바쁜 국회의원이 됐지만 꼭 챙기는 일정이 있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에 반대하는 촛불집회다. 강 의원은 10대에게 ‘인기 짱’이다.  

강 의원의 홈페이지는 요즘 자주 다운된다. 서버 용량을 늘렸는데도 그렇다. 의원실 관계자는 “대체 얼마나 접속하는지 우리도 파악이 잘 안 된다”라며 즐거운 비명이다. 강 의원은 컴맹이다. 이메일을 보낼 줄도 모른다. 답신을 보내야 하면 육필로 써서 보좌관에게 넘긴다. 자판 사용이 익숙지 않다. 

미국을 밟은 고무신 신은 두 발 

네티즌이 ‘강달프’라는 별명을 붙여줬지만 정작 강 의원은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수염 마법사’ 간달프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호통 기갑’이라는 별명도 있는데 강 의원이 청문회 때 송곳 같은 질문으로 보는 이의 속을 후련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 그의 육성은 낮고 느리다. “아침마다 한 시간씩 합장을 하고 마음을 다스립니다. 화가 나면 엉뚱한 소리를 하게 되니까 마음을 가라앉히려고요. 너무 국민을 무시하는 답변을 하니까…. 냉정함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요. 4년을 했는데도 잘 안 됩디다.”

강 의원은 사실 인기 정치인은 아니었다. 17대 국회에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들어왔지만 농해수위가 인기 상임위도 아니고, 한·미 FTA 문제에 올인하는 그의 의정활동은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사람들은 나더러 털보라고 합니다. 투박하다고 합니다. 몸도 왜소합니다. 하지만 내세울 만한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두 발입니다. 고무신 신은 두 발로 미국 워싱턴과 홍콩,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습니다.”
소걸음하듯 지난 4년을 보낸 강기갑 의원. 18대 국회를 시작하는 그의 고무신 발걸음이 예사롭지 않다.

기자명 박형숙 기자 다른기사 보기 ph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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