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

    
손해배상·가압류로 벼랑 끝에 몰린 노동자를 돕는 ‘4만7000원 캠페인’이 모금운동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시민들의 참여 열기가 가수 이효리 씨에 이어 정치권 인사들도 움직이고 있는 것.  2012년 대선주자였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2월24일 모금을 주도하는 아름다운재단에 손으로 쓴 편지와 현금 4만7000원을 보내왔다. 문 의원은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의 남용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무력화하는 부당한 처사입니다.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아래 전문 참조)


문 의원의 편지는 시사IN 독자이자 두 아이 엄마인 배춘환씨의 편지(불씨를 댕긴 편지 한 통)에 대한 답장이었다. 배씨는 지난 연말 〈시사IN〉 편집국에 보낸 편지에서 “47억원… 뭐 듣도 보도 못한 돈이라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들겨봤더니 4만7000원씩 10만명이면 되더라고요”라고 적었다. ‘노란봉투’ 캠페인은 배씨의 편지가 불씨가 되어 시작됐다. 2월15일에는 가수 이효리씨가 직접 쓴 손편지와 4만7000원을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월21일 노동운동계의 신화라 할 수 있는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순옥 의원(민주당)도 아름다운재단으로 편지를 보내왔다. 자신의 이름이 아닌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이름으로 보낸 편지였다. “어머니가 살아계셨으면 ‘순옥아, 아직도 4만7000원을 안 보냈니? 빨리 보내야지’ 하셨을 것 같아요. (중략) 어머니와 제가, 여기에 4만7000원씩 보탭니다.”

ⓒ시사IN 포토
왼쪽부터 원혜영 의원, 전순옥 의원, 은수미 의원, 장하나 의원.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의원실 보좌진까지 총출동해 모두 47만원을 재단에 보냈다. 원혜영 의원(민주당)은 “이런 좋은 프로젝트를 정치한다는 사람이 이제야 알게 되어 부끄럽습니다”라며 참여했고, 은수미 의원(민주당)은 손배 가압류 근절을 위한 시민사회기구인 ‘손잡고’ 출범식에 참여해 4만7000원과 편지를 전달했다. 정치권에서는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 논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노란봉투' 캠페인은 모금 시작 보름 만인 2월25일 9천여 명이 참여해 1차 모금 목표액인 4억7천만원을 달성했다. 곧바로 시작된 2차 모금 목표액 역시 4억7천만원이다. 이 캠페인 모금액은 손해배상 가압류 소송으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는 노동자와 그 가족의 긴급생계비를 지원하는 데 쓰인다.


〈문재인 의원의 편지 전문〉

분향소, 고공농성장, 와락 센터에 다녀오는 발걸음이 늘 무겁기만 했는데, 5년만의 승소라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조차 제대로 기뻐할 수 없는 것이, 수십억 단위의 손배소, 가압류가 여전히 노동자의 목을 조이고 있습니다. 쌍용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 걸려있는 손배소가 1천억원이 넘었다고 합니다. 사측 뿐 아니라 정부와 경찰까지 노조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오래고 고달픈 싸움에서 승리해도 기쁘게 작업장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습니다.

쟁의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의 남용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을 무력화하는 부당한 처사입니다. 그동안 노동자들이 짊어져야 했던 이 짐들을 시민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손잡고’의 발기인이 됐고, ‘노란봉투 프로젝트’에 동참합니다. 힘내십시오.

2014. 2. 21 문재인 올림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