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30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환자 및 국제 결혼 이주민 간병도우미 사업’ 발대식 모습.

“저는 한국이주민건강협회에서 마련한 이주민 간병인 지원사업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번 교육을 통해 한국 생활에 적응할 자신감을 갖게 되었으며, 앞으로 간병인으로서 더 친절하고 자상한 자세로 환자를 돌보려 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에서 생활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제 간병인이 됨으로써 제 삶에 새 희망이 생겼습니다.”

몽골 출신의 결혼이민 여성 냠수랭 씨는 지난 4월30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환자 및 국제결혼 이주민 간병도우미 사업 발대식’에서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된 소감을 어눌한 말투로 밝혔다. 한국에서 어엿한 ‘직업인’이 되기까지 겪은 어려움이 떠오르는 듯 얼굴은 무척 상기돼 있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이주민 간병도우미’ 사업

이날 발대식은 4월14일부터 29일까지 간병인 전문교육, 의료통역 교육 등을 마친 국제결혼 이주자와 그의 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진행되었다. 이 사업의 취지는 국제결혼 이주민 간병인이 자국의 이주노동자 환자를 돌봄으로써 환자에게 정서적·심리적 안정감을 안겨주자는 것이다. 이주노동자 환자에게는 병원에서 구체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짐으로써 좀더 빨리 병을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국제결혼 이주여성에게는 간병도우미라는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는 ‘윈윈’ 사업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중국·태국·몽골·필리핀·러시아 출신의 간병인 10명이 배출되었다.

최근 2~3년간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많은 이주노동자가 의료기관 방문을 기피해왔다. 아파도 병원을 찾지 못하는 이주노동자가 늘어나면서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의  응급환자가 속출했다. 이들은 단속에 대한 두려움과 스트레스, 장시간 노동 등이 복합으로 얽혀 뇌출혈·심근경색·위장출혈 등을 앓다가 사망하기까지 했다.

대다수 이주노동자는 지역에서 특별한 연고 없이 혼자 생활하는 형편이다. 따라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게 될 경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 한국인 의사·간호사와의 의사소통 문제이다. 병간호를 위해 본국에서 가족을 데려올 수도 없고, 한국에 가까운 친지도 없는 이들은 유료 간병인을 구해야 한다. 그러나 돈과 언어 문제에 부딪힌 대다수 이주노동자에게 간병인은 그림의 떡이다. 그저 홀로 병상에서 시름시름 앓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대다수 이주민이 그렇듯 냠수랭 씨도 몽골을 떠나 한국에 올 때 커다란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그녀가 막상 부닥친 현실은 좌절과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남편은 예상과 달리 무척 가난했고, 생계를 위해 하루하루 힘겨운 노동을 해야 했다. 간병인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냠수랭 씨에게 한국에서 ‘제2의 인생’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그동안 많은 여성 이주노동자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간병인 일을 해왔다. 하지만 간병인의 특성상 열악한 노동 조건 아래 많은 고통을 겪어왔다. 그런 점에서도 이번 사업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본보기가 될 것 같다.  

냠수랭 씨는 “병상에 있는 고국의 이주노동자 환자를 도울 수 있다는 것도 기쁘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데 자신감을 가지게 되어 무척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최정의팔 (서울외국인이주노동자센터 소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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