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의 캘리포니아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후 중국은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불러들였다. 북·중 전략대화를 위해서다. 이보다 앞선 5월22~24일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이미 6자회담에 북한이 참여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미·중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6자회담에 대한 중국의 의미 부여가 한층 강화됐다.

그리고 북·중 전략대화를 거치면서 중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국방장관이 나서고 나중에는 시진핑 주석까지 직접 오바마 대통령에게 촉구하기도 했다. 바로 6월의 미·중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미국의 아시아판 미사일 방어(MD) 구상에 대한 중국의 허허실실 대응이었던 것이다. 미국은 아시아판 MD가 중국 때문이 아니라 북한 때문이라 우겼지만, 중국이 이것을 믿을 리 없다. 미국이 동남아에 X밴드 레이더 기지를 설치하고자 하는 것만 봐도 누구를 겨냥했는지 알 수 있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전략은 보통 접근저지·영역거부(A2·AD)라 일컫는다. 제1열도선과 제2열도선 사이는 미국 해군의 접근을 저지하고, 제1열도선 안쪽은 영역의 침범 자체를 막는다는 것이다. 그 핵심 전력이 바로 타이완 해협 건너편 중국 내륙에 배치된 미사일이다.
 

ⓒ통일부 제공2014년 2월14일 판문점에서 김규현 남측 수석대표(오른쪽)와 원동연 북측 수석대표가 대화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타이완 해협의 반대편에 MD망을 구축할 경우 실효성 여부를 떠나 심리적으로 대단히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과거 소련을 대상으로 했던 미국의 스타워즈처럼, 미국의 MD는 중국이 핵과 미사일에 재정을 쏟아 붓도록 하기 위한 미국의 노림수로 읽힌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이 아닌 북한 핑계를 대고 있기 때문에 직접 따지기가 쉽지 않다. 결국 ‘원인 제공자’인 북한을 6자회담에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손쉬운 해법이었던 셈이다.

올해 북한이 남한에 중대 제안을 해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받아들이며, 최근의 고위급 회담까지 밀어붙이는 등 일련의 유화 제스처를 보이는 배경에도 6자회담 개최 문제가 작용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북한의 움직임이 중국과의 교감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 최근 중국 외교부 당국자의 평양 방문으로 확인된다.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하고 고위급 회담 제안이 오가는 와중에 6자회담을 전담하는 중국 외교부 아주사(아시아 담당) 책임자급 인사가 평양을 다녀온 것이다. 또한 중국 외교부는 지난 1월29일 “현재 한반도에 상대적 완화 국면이 나타났다. (관련국들은) 반도(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수호한다는 차원에서 조속히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을 창조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며 아시아판 MD로 몰고 가려는 미국과 6자회담으로 MD의 명분을 약화시키려는 중국의 허허실실 한판 승부가 한반도에서 교차하고 있다.

기자명 남문희 대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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