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혹자는 1972년 닉슨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버금가는 변화라고까지 한다. 이 변화의 주역은 물론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식으로 말하면 G2, 중국식으로는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 그동안 말로만 무성하던 양국 관계에 ‘통화동맹’이라는 새로운 내용이 채워지면서 ‘2014년에는 미·중 간 통화동맹을 중심으로 한 완전한 G2 체제(신형대국관계)가 만들어질 것이다’라는 소리도 들린다.

지난해 1년간 은밀히 진행돼온 미·중 관계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최근 일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충격’ 또는 ‘패닉’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일본은 지난해 10월1일 도쿄에서 열린 미·일 외교·국방장관회담(2+2)에서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환영하고,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미·일 안전보장조약의 적용 대상이라고 할 때까지만 해도 ‘욱일승천’하는 듯했다. 일본 우익들은 국내 재정 문제 때문에 10월 에이펙(APEC) 회의에도 불참한 오바마 대통령을 비웃으며, 미국을 대신해 일본이 중국에 맞서는 아시아의 새로운 강자로 나서야 한다고까지 기세를 올리기도 했다. 일본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결성하고 특정비밀보호법을 밀어붙이며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 만들기’로 파죽지세로 나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AP Photo2013년 6월8일 오바마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주석이 ‘서니랜드’ 회담장 주변을 함께 거닐고 있다.

지난해 11월23일 중국이 방공식별구역(ADIZ)을 설정한 데 대해 중국을 찾은 미국 바이든 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하면서도 끝까지 (일본이 원하는) 방공식별구역 철회는 요구하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미국 정부 측에서는 자국 민간 항공기들에게 중국이 원하는 대로 비행 정보를 통보할 것을 권유하기조차 했다. 일본 처지에서는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느끼기 시작할 만하다. 여러 차례에 걸친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본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26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했는데, 나름 미국이 관심을 갖는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문제에 대해 성의 있는 조처를 취하면 미국 여론을 잠재울 수 있으리라는 계산을 깔고 있었다.
 

ⓒAP Photo2014년 1월22일 스위스 다보스포럼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하지만 그것이 오산이었음이 드러나면서 일본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참배 당일 주일 미국 대사관은 일본 정부에 ‘실망했다’는 이례적인 표현까지 동원해 강력한 유감을 전달했고, 미국 〈뉴욕 타임스〉는 “아베의 일본은 미국의 동맹이 아니라 골칫덩어리다”라면서 그가 미국 주도의 전후 질서에 도전하는 위험한 인물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최근 미국 각 주에서 진행되는 동해 병기 법안의 연이은 통과(50~51쪽 국제면 기사 참조)에 이르면, 아베 정권의 무리한 행보에 대해 그동안 꾹꾹 참아왔던 뭔가가 미국 안에서 한꺼번에 분출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그 배경 중 하나로 달라진 미·중 관계의 영향이 깊숙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 이후 일본은 미국의 제1 가치가 미·일 동맹이라 보고 마음껏 제 갈 길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해왔으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미국이 중국의 항의를 받아들여 일본을 압박하는 걸 보고 일본 외교가가 충격을 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미국이 일본 중시에서 중국 중시로 바뀌었다는 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그동안 센카쿠 문제로 중국과 분쟁이 생기면 미국이 미·일 동맹에 따라 어느 단계에서는 직접 개입해 일본 편을 들어줄 것이라고 낙관하며 전쟁 시나리오까지도 그려왔다. 하지만 미국이 개입하지도 않을 것이며 심지어는 센카쿠 열도를 중국에 대한 협상 카드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충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22~23쪽 기사 참조)
 

ⓒAP Photo중국의 핵잠수함(왼쪽)이 칭다오에서 훈련에 참가했다. 2010년 10월27일 중국의 주요 관영매체는 핵잠수함 부대의 첫 훈련 모습을 일제히 보도했다.

미국이 미·일 동맹보다 중국과의 G2 체제를 상위에 놓기 시작했다는 것은 단지 분위기만으로 떠도는 얘기가 아니다. 미국의 대외정책 결정 과정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국무부나 재무부 등의 파워가 일본과의 동맹 관계를 중시하는 국방부를 압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미국 내 여론 역시 일본 중시에서 중국 중시로 극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일본 외무성이 지난해 12월19일 발표한 미국 내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 중 미국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중국을 지목한 일반인이 39%(일본은 35%), 정·재계와 학계 인사는 43%(일본은 39%)로 그 전해에 비해 역전 현상을 보였다. 2012년 미국의 중국 수출액은 1105억 달러(약 117조7000억원)인 데 비해, 일본 수출액은 700억 달러(약 74조5000억원)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이 같은 역전 현상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된다.

이처럼 동아시아 패권을 놓고 미국·중국·일본 역학 관계에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달러와 위안화, 1대6 수준으로 맞춘다
 

그 출발점은 지난해 6월7~8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랜초미라지 시에 있는 서니랜드 애넌버그 별장에서 열린 미·중 비공식 정상회담이다. 당시 미국과 중국은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첫 대면이기 때문에 사적인 친분 쌓기에 치중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공식적인 회담 기록도 남아 있지 않고 회담 내용 역시 상세히 전해진 바가 없다. 그러나 이후 벌어진 많은 변화를 놓고 볼 때, 이 회담이야말로 미·중 관계의 대전환을 이룬 1972년 닉슨의 중국 방문과 미·중 정상회담에 버금가는 역사적인 회담이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의 군사 패권국이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기존 대국’ 미국과 경제력을 앞세우며 떠오르는 ‘신흥 대국’ 중국이 그동안의 어정쩡한 관계를 청산하고 명실상부한 G2 체제 내지는 신형대국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밀약이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을 토대로 보면 밀약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기축통화인 달러와 위안화 간의 통화동맹 문제이고, 두 번째는 동중국해와 서태평양, 남중국해의 패권을 둘러싼 영역 조정 및 미국의 아시아판 미사일 방어(MD) 구축 문제이다.

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회담이 있었던 지난해 6월7~8일 전후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보다 약 2주일 앞선 5월22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미국 경기가 약간씩 살아남에 따라 제3차 양적 완화(QE3) 축소가 필요하다”라면서 이를 논의하기 위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6월18~19일 이틀간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 직후 신흥국 증시를 비롯한 세계 증시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이 양적 완화를 축소하면 당연히 신흥국 주식 시장에서 달러가 빠져나와 주가가 폭락하리라는 게 정해진 이치였다. 미국 안에서는 연방정부 채권에 대한 연준의 구매량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기도 했다. 이처럼 양적 완화 축소 이후 세계경제와 미국 경제에서 벌어질 격변에 대해 후속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이미 17조 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재정 적자를 안고 있는 미국 정부로서는 혼자 감당하기가 버거웠던 것이다.
 

ⓒU.S.Navy미국 하와이 진주만에 위치한 미 해군의 SBX-1(해상 기반 X밴드 레이더).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에 필수적인 시설이다.

미국이 FOMC 회의를 개최하는 6월19일 오바마 대통령은 또 하나의 중요한 일정이 있었다.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전략핵 삭감과 관련한 연설이 예정돼 있었던 것이다. 당시 미·러 간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체결을 위한 노력이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 의해 일방적으로 중단된 상태였다. 미국이 유럽에 구축하는 MD 시스템 때문에 러시아 핵전력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오바마로서는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서라도 MD 문제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 필요가 있었고, 그것이 바로 중국으로부터 ‘아시아판 MD’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일이었다. 즉 양적 완화 축소에 대비한 중국과의 협조 체제 구축과 아시아판 MD에 대한 양해라는 양대 의제를 가지고 신형대국관계를 주장하는 중국과 담판에 들어간 것이다.

지난해 6월7~8일 회담 이후 주로 일본의 경제 전문지들을 통해 기축통화인 달러와 위안화 간에 통화동맹이 체결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좀 더 자세한 내용이 전해졌다. 내용의 핵심은 이렇다. 먼저 미국은 막대한 연방정부 채무로 인해 달러 가치가 폭락해 기축통화로서의 구실을 못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중국이 위안화를 가지고 시장에 개입해 달러의 가치를 적당한 선에서 방어해줄 것을 요구했다. 미국 연방정부 채권 역시 중국이 앞으로도 계속 구입해줄 것을 요구했다. 달러 가치는 폭락도 문제지만 양적 완화 축소로 갑자기 구매가 늘어나 고평가되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적절한 선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당시 워싱턴에서 나돈 소문에 따르면 1달러당 6위안 선에서 양측이 합의를 했다고 한다. 중국 처지에서는 당시의 위안화 가치에 비해 상당히 절상된 수준이었다. 이처럼 달러와 위안화를 1대6 수준에서 페그(연동)시킴으로써 양쪽 모두 국제통화로서의 안정감을 유지한다는 것이 통화동맹의 핵심 내용인 셈이다.

또 한 가지, 미국은 양적 완화 축소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신흥국 경제에 중국이 적극 개입해줄 것을 요구했다. 신흥국 경제가 죽어버리면 세계경제 전체가 큰 문제에 빠진다. 따라서 중국이 개입해 세계경제를 지탱해달라는 요구인 셈이다. 특히 동남아 채권을 대량 구입해 현지 통화가치를 유지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중국으로서는 하나같이 막대한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미국은 압박과 보상이라는 두 개의 카드로 중국의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박이란 미국 재무부가 ‘국제은행간 통신협회(SWIFT)’라는 기구를 통해 확보한 중국 공산당 지도자 및 정치가들의 뇌물 및 직권남용 관련 정보를 들이대며 압력을 가한 것이다. 또한 보상은 위안화가 국제 결제통화로 통용될 수 있도록 미국이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러한 내용의 6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은 카자흐스탄과의 10억 달러에 이르는 통화 스와프를 필두로 아르헨티나·벨라루스·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한국·아일랜드 등과 스와프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국제통화로서 위안화의 위상을 높였다. 심지어 이란·이라크의 석유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의 승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중국이 아프리카의 통화와 채권을 사들여 이 지역 경제 안정의 첨병으로 떠오르기도 했는데 이 역시 미국의 승인을 받은 일이다.

통화와 관련한 이런 조치들은 양국 간에 특별한 조약 없이 일상적인 금융 활동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그동안 특별히 눈에 뜨이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두 초강대국 간의 밀약이 세계를 움직이는 주요한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일각에서는 위안화가 국제 결제통화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평가절상에 따른 부담과 더불어 금융시장 개방 등의 구조조정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독이 든 사과가 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평양 동쪽은 미국, 태평양 서쪽은 중국’

캘리포니아 밀약의 두 번째 내용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해양 패권과 관련한 조정이다. 중국은 중국 함대가 동중국해에서 서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해줄 것을 미국 측에 요구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시진핑 주석이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를 상당한 시간을 들여 설명해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제지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미국은 중국 함대의 서태평양 진출을 받아들이는 대신, 남중국해에서 미국 함대의 자유로운 통행을 방해하지 말 것과 아시아판 MD에 대해 양해해줄 것을 중국에 요구했다. 미국은 그동안 MD 체계 구축이 중국 때문이 아니라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 때문이라는 명분을 내세워왔다.

중국 함대의 서태평양 진출은 결국 중국이 일본 열도-오키나와-타이완으로 이어지는 제1열도선 안쪽을 성역화하고 활동 범위를 더욱 확대해 괌과 사이판으로 이어지는 제2열도선까지 진출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얘기하면 하와이를 기준으로 태평양의 동쪽은 미국이 지배하고 서쪽은 중국이 지배하겠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이는 중국이 통화동맹에 따른 희생을 감수하는 대가로 요구할 수 있는 정당한 보상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제1열도선 성역화를 인정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센카쿠 열도 문제에서 일본 편만 들기가 어려워진다. 미국이 “센카쿠 문제를 대중국 협상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런데 센카쿠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타이완과도 직결돼 있다.

지난해 11월23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12월4일로 예정된 바이든 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이뤄진 측면이 크다. 바이든 방중은 지난해 6월 미·중 정상회담의 후속 조처로, 당시 타결하지 못한 남중국해에 대한 미국 함대의 자유통행권 문제를 매듭짓기 위함이었다. 이를 앞두고 중국은 센카쿠 열도를 포함한 동중국해 상공을 ‘배타적 방공권’으로 설정하는 카드를 들이민 것이다. 이것은 1차적으로는 일본과 분쟁 상태인 센카쿠 열도에 대한 영유권 문제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함이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면 향후 타이완과의 통일 교섭을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즉 센카쿠 열도는 국제적으로 타이완 비행정보구역(FIR)에 속해 있는데, 중국은 앞으로 타이완과 교섭해서 이를 상하이 비행정보구역으로 옮기려 하고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타이완 본섬을 중국령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장기 포석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타이완과의 통일 협상에 적극 나서기 시작한 것도 지켜볼 대목이다.

미국은 통화동맹에 대한 보상으로 중국 함대의 서태평양 진출을 허용한다 해도 현재로서는 군사적으로 커다란 위협이 되리라 여기지는 않는 듯하다. 중국 해군력이 아직까지는 러시아 해군력을 본뜬 수준에 불과하며 실력으로 보자면 러시아보다 인도 수준에 가깝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잠수함에서 쏘아올리는 대륙간 탄도미사일(SLBM) 쥐랑(巨浪) 2호를 장착한 중국의 원자력 잠수함이 서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것은 미국의 본토 방위와 관련해 다른 의미가 있다. 중국으로서는 인공위성에 노출되는 지상의 핵미사일 기지 대신 은닉이 가능한 잠수함 발사 핵미사일을 통해 유사시 미국에 대한 핵 억지력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 반대로 미국은 본토의 안전이 위협받는 측면이 있다. 여기서 바로 아시아판 MD를 서둘러야 할 실질적인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오바마의 ‘4월 아시아 순방’ 실제 목적은…

아시아판 MD의 핵심은 바로 사드(Thaad: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missile·고고도 방위 미사일) 시스템의 구축이다. 보통 많이 언급되는 패트리엇3(Pac3)가 사정거리 20~30㎞의 최후 단계 요격용이라면 사드는 적의 미사일이 대기권에서 재돌입할 때 성층권 위에서 요격하는 미사일(사정거리 200㎞)이다. 이를 위해 필수적인 게 바로 탐지거리 1000㎞에 이르는 X밴드 레이더이다. 2006년 일본 아오모리 현에 한 개가 설치된 이래 2012년 일본 남부에 또 하나가 설치됐고, 마지막 하나를 동남아 국가 중 한 군데에 설치할 계획으로 교섭 중이다. 세 군데만 설치하면 대체로 동아시아 전체를 커버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동안 유력 후보지로 거론돼온 곳이 바로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였다. 이 두 나라는 오는 4월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를 순방할 때 첫 번째로 들르기로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되었다. 현재 일본과 한국 모두 오바마의 4월 방문 유치를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데, 그의 이번 아시아 순방 목적은 실제로는 아시아판 MD 구축을 위한 X밴드 레이더 설치 후보지 선정 문제이리라 판단된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위안화와의 통화동맹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고, 아시아의 동맹국들에게는 중국 위협론을 앞세워 MD를 필두로 한 첨단무기를 파는 것이 요즘 미국의 두 얼굴인 셈이다.

지난해 6월 캘리포니아 서니랜드에서 밑그림이 그려진 G2 체제, 즉 신형대국관계가 올해 어떤 식으로 동북아 정세를 바꿔갈지 촉각을 곤두세울 일이다.

기자명 남문희 대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