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면 한 블로거의 단순한 장난(?)이 불러일으킨 촌극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그리 가볍게만 여길 수 없는 배경이 깔려 있다. 실제로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차이가 있는데, 한편으로는 이번 투표가 잘못되기는 했으나 그저 이 일을 ‘무개념에 대한 성토’로 끝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블로거도 있다. 특정 블로거를 겨냥한 것은 잘못이지만 그러한 반발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글루스에는 비판과 피드백을 위한 장치나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이것이 반작용해서 이번 사건이 일어났다는 말이다.
이 사건은 이글루스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로까지 커졌다. ‘가식루스’니 ‘오덕루스’니 하는 말로 이글루스라는 블로그 커뮤니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에다 비판에 비판을 거듭하는 목소리가 겹쳐지면서 좀처럼 사그라질 줄 모르고 있다. 한때 이와 관련한 포스팅이 이글루스 밸리의 IT 분야(http://vall ey.egloos.com/theme/technology)를 ‘도배’하기도 했다. 문제는 정돈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점점 이전투구 현상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제대로 된 논쟁은 찾기 힘들고 자기 생각만 주장하는 댓글이 난무한다. 어떤 댓글에는 채팅 로그까지 덧붙여져 자극적인 논란을 부추기며 때로는 이런 혼란을 즐기는 이까지 보인다.
현재 문제의 앙케트 포스팅은 삭제된 상태다. 대신 블로그 주인장은 자기 견해를 정리한 포스팅을 올려둔 상태지만 사태를 진정시키기보다 이 역시 또 다른 논쟁의 시발점 노릇을 했다. 누가 옳고 누가 잘못했나를 떠나 씁쓸한 입맛이 가시지 않는(더불어 두려움에 몸서리까지 쳐지는) 온라인 사회의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