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양한모
 간간이 묻어나는 사투리의 독특하고 강한 억양과 힘 있는 말투, 그리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7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열어 보임으로써 상대방의 경계심을 풀 줄 아는 독특한 힘을 가진 사람, 그가 바로 김정일이다.

시원시원한 성격이라면 남부럽지 않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간의 만남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과 달리 노무현 대통령은 잔뜩 긴장하고 기가 눌려 있었다.

김정일 위원장이 지나가는 말로 “소주를 좋아하십니까? 맥주를 좋아하십니까?”라고 하자 노무현 대통령은 잠시 머뭇거리다 “평양 소주가 맛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차라리 “저는 소주와 맥주를 섞어 먹는 걸 좋아합니다”라고 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김 위원장이 하룻밤 더 묵고 가라며 파격적인 제안을 하자 ‘경호실’과 ‘의전실’에 상의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옹색했다. 그냥 “내일까지 이야기해야 결론이 날 문제라면 오늘 결론을 낼 수 있고 오늘 결론이 안 날 문제라면 내일도 안 난다”라고 말하고 좀더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고 요구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