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겨울은 일종의 비수기랄까? 눈 덮인 설원을 달리는 스키 마니아가 아니라면 날씨도 춥고, 별다른 볼거리도 없고, 여차하면 눈이라도 내려 교통 상황까지 좋지 않은 겨울여행을 선뜻 나서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자라면 방학까지 포함된 이 시기를 놓칠 순 없다. 바로 이 무렵 가면 좋은 ‘한옥마을’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내 기억 속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때 갔던 시골 큰댁에서의 추억이다. 맞벌이를 하던 부모님께서 방학 때만 되면 우리 형제들을 거의 반강제로 시골 큰댁에 보내곤 했는데, 그땐 큰댁행이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무섭고 냄새 나는 재래식 화장실, 얼굴이 튼 촌스러운 시골 친구들…. 그러나 며칠만 지나면 금세 익숙해져 소여물을 끓이고 남은 군불에 고구마를 구워 먹고, 저수지에 가서 썰매를 씽씽 타기도 했다. 그 추억들은 조각나 있지만 하나씩 떠올리다 보면 어느새 하나의 퍼즐로 맞춰진다. 어릴 때 그토록 가기 싫었던 시골 큰댁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무치도록 그리울 때가 있다. 아이가 커가면서 문득 우리 아이에게는 이런 시골집이나 친척집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