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상담을 하면서 정말 많은 걸 알게 된다. 가장 놀라운 것은 대다수 부모가 자신의 아이들을 잘 모른다는 점이다. 부모가 아는 아이의 모습은 상당 부분 부모의 마음이 투영된 욕망의 그림자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이에 대해 만족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부모들은 아이가 부족해서 불만이라고 하는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부모한테 원인이 있는 경우가 훨씬 많다. 부모 욕망의 크기와 아이 존재 위치의 격차가 불만의 크기가 된다.

상담하는 부모들의 얼굴은 대부분 경직되어 있거나 걱정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첫 질문은 ‘우리 아이가 뭐가 문젠가요?’이다. 칭찬받아 마땅한 아이를 두고도 질문이 다르지 않다. 모든 걸 잘해도 더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아이를 마음 편하게 안아주고 충분히 쉬게 해주며 안정적으로 키우는 데 부모가 무엇을 해야 할지 묻지 않는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친구 관계를 걱정하고, 친구 관계가 아주 좋은 아이의 부모는 차분히 앉아서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걱정이다. 내성적인 아이의 부모는 어떻게 하면 활발해지느냐고 묻고, 자신감 있고 활발한 아이의 부모는 차분해질 방법을 묻는다.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의 부모는 운동도 잘하는 방법을 묻고, 글을 잘 쓰는 아이의 부모는 악기 잘 다루는 방법을 묻는다.
 

ⓒ그림 박해성

부모들과 상담을 하고 있으면 ‘정말 아이를 사랑하는구나’ 하는 마음보다 ‘아이들이 참 힘들겠구나’ 하는 마음이 더 든다. 자녀들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살피고 알려고 하는 노력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미 투영된 자신의 그림자에 가려 진짜 내 아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이는 자신의 모습을 따로 갖고 있으니 부모 마음에 만족스러울 리가 없다.

그래서 아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하게 된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 아이의 성격, 아이의 습관…. 아이가 가진 대부분의 것은 부모가 태생적으로 물려준 것인데, 그걸 탓하면서 아이를 바꿔달라고 하면 그건 신의 영역일 것이다. 한마디로 가능하지 않은 일에 에너지를 쓰는 부모가 많다. 이 경우 에너지를 소진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몹시 괴롭게 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거나 부모의 노력을 허사로 만들었다고 원망하거나 무능한 아이로 취급할 수 있다. 물론 부모의 마음은 아이를 위해서 아이가 무엇이든 잘하길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를 정확하게 알고 존중하는 데서 출발하는 경우는 드물다. 가끔은 부모가 해보지 못한 것들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의 성장을 멈추게 하는 ‘좋은 부모’?

아이 위에서 내려다보며 부족한 부분을 세팅해주는 역할이 아니라 아이 옆에서 다정하게 서서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작은 것도 의논하고 아이 생각을 존중하며 부모의 걱정도 꺼내놓고 얘기해도 되는 관계면 어떨까 한다. 부모의 잣대로 몇 살까지는 아이라 단정하지 말고.

아이가 말을 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순간부터 이 일은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요즘 아이들은 어떤 아이스크림을 먹을까 같은 사소한 것도 선택을 잘 못하고 망설인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늘 엄마가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말마다 “엄마가요~”라며 언어의 주체가 자신이 아님을 드러낸다. 그때마다 “학생은 너니까 네 생각을 말해”라고 말해준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도 아침에 입을 옷을 엄마가 정해주고 매일 먹을 간식, 학원과 놀 친구, 학교의 방과후·동아리 활동까지 개입하는 오늘의 학부모 모습은 자녀들을 영원히 아이로 머물게 할 것처럼 보인다.

‘좋은 부모 되기’와 같은 책이 많이 팔리는 만큼 아이들은 힘들어하고 있다. 부모들이 좋은 부모가 되겠다고 노력할수록 아이들은 좁은 코너에 갇히는 것처럼 보인다.

하루 일과가 부모의 선택으로 관리되어 아이의 사생활과 사적 공간이 전혀 없으며 친구도, 놀이도 없이 크는 우리 아이들이 안쓰러울 뿐이다. 유보된 어린 시절, 성장도 멈출 것 같은 위험스러운 상황인데도 어른들은 아이들을 재촉할 뿐이다. 좀 더 잘하라고, 더 빨리 가라고.

기자명 양영희 (구름산초등학교 교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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