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국감에서 대선 개입 의혹 논란이 불거진 국가보훈처의 안보 DVD 교재 일부가 국가정보원 자료인 것으로 시사IN 취재 결과 확인되었다. 이와 함께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김하영 직원의 변호사 비용을 댄 ‘7452부대’가  국정원임을 확인해주는 단서도 확보했다. 앞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국감장에서 “DVD 협찬자(제공자)가 밝히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누구인지 답변하기 어렵다”라며 답변을 거부했었다.

시사IN은 국가정보원이 제작 의뢰해 납품받은 보훈 관련 동영상을 단독 입수했다. 동영상 뿐 아니라 세금계산서 등 관련 자료도 입수했다. 이 동영상 제작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국정원으로부터 제작 의뢰를 받았고, 동영상을 납품했다. 납품하고 세금 계산서를 받아보니 명의가 7452부대였다”라고 말했다(사진).
 

국정원에 동영상을 납품한 한 관계자가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세금계산서. 세금계산서 발행인으로 '7452부대'라고 명시되어 있다.

 


시사IN이 입수한 동영상과 대선 개입 의혹을 불러일으킨 국가보훈처의 호국보훈교육 DVD를 비교해보니 상당부분 장면이 일치했고 일부 동영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이 똑같았다.

〈시사IN〉이 입수한 국가정보원의 동영상은 2011년 전후 제작되었다. 동영상 내용은 북한의 실상을 보여주며 탈북자의 고난, 김정일․김정은 부자의 사치스러움, 굶주리는 북한 주민 등을 보여준다. 인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정작 독재·세습 지배가 이뤄지는 북 체제를 꼬집는 내용이었다. 이 동영상은 국정원을 통해 안보 동영상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의 학교에 배포되었다.

그런데 이 동영상은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호국보훈 교육〉이라는 보훈처 DVD 세트, 11개 CD 속 58개 동영상 속의 내용과 일부가 겹친다. 특히 보훈처 DVD 8번째 CD 중 ‘그들만의 파라다이스, 북한’ 편은 국정원 동영상과 일부 장면이 똑같았다. 이들 동영상은 1700억원대의 김정은 주택, 주택 위성사진, 수영장, 아쿠아리움을 차례대로 비춘다(그림 1 참조). 뒤이어 기쁨조가 나오는 화면은 분홍색 타이즈를 신은 여성들에 이어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춤을 추는 장면까지가 똑같다(그림 2 참조).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술을 마시고 그가 마시는 술 브랜드를 보여주는 장면 또한 자막만 추가되었을 뿐이다(그림 3 참조). 국정원 동영상 속 북한의 정치수용소를 보여주는 화면도 보훈처 DVD 9번째 CD에 포함된 사진과 똑같다.(그림 4 참조). 국가보훈처 DVD 중 북한의 참상을 알린다며 각각의 CD마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총살 장면이나 굶주린 북한 어린이 장면도, 국정원 동영상에 등장하는 장면과 같다(그림 5 참조).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북한의 선전물을 보여주는 ‘우리는 행복해요’ ‘세상에 부럼 없어라’와 같은 네온사인 또한 국정원 동영상과 국가보훈처 DVD 화면이 같다(그림 6 참조).

 

 

 

 

(그림1) 왼쪽은 국가보훈처 DVD, 오른쪽은 국정원 동영상.

 

(그림2) 왼쪽은 국가보훈처 DVD, 오른쪽은 국정원 동영상.

국정원으로부터 안보 관련 동영상 의뢰를 받아 납품한 이 관계자는 “김정은 주택 위성사진이나 기쁨조 동영상은 외부에서 구할 수가 없다. 저런 장면은 국정원에서 제공받았다. 국정원도 이런저런 것은 꼭 들어가야할 장면이라며 동영상 자료를 제공했다”라고 말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두 동영상의 일치하는 장면은 최소한 국정원 자료인 셈이다.

보통 국정원은 안보 관련 동영상을 외주를 주고 납품을 받아왔다. 외주를 주면서 관련 업체에 보안각서를 받았다. 제작 후에는 국정원이 제공한 동영상 뿐 아니라 작업한 컴퓨터 하드디스크 자체를 가져간다. 국정원으로부터 동영상 의뢰를 받은 또 다른 관계자는 “보안각서를 쓰고 작업이 끝나면 하드디스크를 국정원에 보내야 입금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때도 입금자 명의는 7452부대였다(사진). 

 

 

 

국정원에 동영상을 납품하고 받은 한 사업자의 통장에, 입금자로 '7452부대'라고 기록되어 있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입수해 공개했던 국가보훈처 DVD는 2012년초 전국 학교 등에 배포되었다. 보훈처가 실시하는 강의 1411회 동안 연인원 200여만명을 대상으로 동영상을 보여준 바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를 ‘종북’으로 비난하는 이 동영상은 대선 개입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외부업체에 의뢰해 동영상을 제작한 것은 맞지만  직원 교육용으로 만든 것이다. 국가보훈처 등 외부기관이나 단체에 제공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보훈처 관계자도 "10월 국감에서 보훈처장이 답변한 것 이외에 더 해명할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사IN 취재결과 ‘7452부대’는 ‘5163 부대’와 함께 국정원 위장업체일 가능성이 높다.  5163부대는 국정원 직원들이 은행 대출을 받을 때 내는 재직증명서에 쓰이는 이름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군무원인줄 알고 받아보면, 주소가 국정원과 똑같은 내곡동이었다”라고 말했다. 5163부대나 7452부대는 국정원이 외부에 사용하는 위장 이름인 셈이다. 이 위장부대 이름은 둘 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이 깊다. 북파공작원도 한때 중앙정보부 5163부대 소속이었는데, 5163부대는 5․16 쿠데타 때 박정희 소장이 새벽 3시에 한강철교를 넘었다는 데서 숫자만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7452부대는 1972년의 7․4 남북공동성명과 관련이 있다. 당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협상을 위해 판문점을 거쳐 평양에 간 날이 바로 5월2일인 데서 숫자만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3) 왼쪽은 국가보훈처 DVD, 오른쪽은 국정원 동영상.

 

(그림4) 왼쪽은 국가보훈처 DVD, 오른쪽은 국정원 동영상.

 

(그림5) 왼쪽은 국가보훈처 DVD, 오른쪽은 국정원 동영상.

 

(그림6) 왼쪽은 국가보훈처 DVD, 오른쪽은 국정원 동영상.

 

기자명 고제규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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