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꿈이 무엇인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아이는 설문지에 솔직하게 “아직 꿈이 없다”라고 썼다. 교사는 당황하며 “어떻게 꿈이 없을 수 있냐? 꿈을 가지지 않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가 당황하며 “진짜 없다”고 답했더니, 교사는 “지금 나한테 반항하냐?”고 불쾌해하며 “아이가 큰일 났다”라고 학부모에게 전화를 했다.

학부모는 담임교사에게 가 자란 과정을 설명하고 부모인 자신들도 그게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담임교사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야 가 왜 그런지를 알 수 있을 것 같군요. 수업에도 집중하지 않고 공부에 흥미가 없는 것이 어머니 때문이었군요.” 담임은 자신은 이제 책임 질 수 없으니 부모가 알아서 하라며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그 후 이 소문이 학급과 학교에 퍼졌다. 놀라운 것은 다른 학부모들로부터 전화가 왔다는 것이다. 가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이냐면서 아이를 어떻게 키울 생각이냐고 목소리를 높이더란다. 기가 막혔지만 내가 내 소신을 가지고 아이를 키우는데 당신들이 왜 난리냐고 말하자 수화기 너머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이 혼자면 상관하지 않죠. 이가 학원 가지 않는다면서 우리 아이도 학원 가지 않으면 안 되냐고 물으니 그게 문제죠. 당신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치니까 그게 문제죠.” 급기야 어떤 학부모는 학원을 보내든지 아니면 대안학교를 보내든지 전학을 가게 해달라고까지 말했다. 자기들 교육에 방해가 된다고 말이다.
 

ⓒ그림 박해성

극적으로 재구성했지만 이 이야기는 최근 교육과 관련된 강의를 다니면서 적어도 세 명 이상의 학부모에게서 들은 비슷한 경험담이다. 세부적으로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입시와 경쟁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한국에서 얼마나 불가능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무리’ 속에 있지 않으면 용납을 하지 않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고, 특히 육아와 교육은 이런 경향이 심하다. 자기 아이한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또한 자기 자신과 다르게 키우는 사람을 보면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는 같지 않은 것에 대해 불온하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자신들이 기껏 구축한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을까 경계하고 그 차이를 추방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위의 이야기처럼 다른 교육이란 곧 나의 교육 방식에 대한 위협이다. 그것은 내 아이를 동요하게 하고 급기야 부모의 교육 방침에 대해 아이들이 의문을 품고 질문을 하게 한다. 질문을 던지는 것이야말로 성장의 출발이지만 이들은 이것이 질서가 붕괴되는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의 목적은 새 질서에 흥미를 가지게 하는 것

따라서 자신들이 이제까지 만나보지 못한 다른 것, 낯선 것은 내가 질서라고 알던 질서 바깥에 더 큰 질서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기쁜 소식’이 아니라 내 질서를 무너뜨리러 온 적으로 여기고 반드시 물리쳐야만 한다. 외부의 낯설고 모르는 것의 침입만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문제 제기도 귀찮아하고 불온시한다. 그 결과 부모도 아이도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하고만 어울리며 타인에게 말 거는 법조차 모르는 존재로 성장하고 있다.

교육이란 끊임없이 새로운 낯선 존재를 만나고, 그를 통해서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는 과정이다. 내가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의 경험을 들으며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숙고할 때 사람은 성장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알고 있는 질서의 바깥은 무질서가 아니라 더 크고 아름다운 질서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새로운 질서에 흥미를 가지게 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은 모두를 불안하고 초조하게 만들어 다른 가능성을 돌아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만 작동하고 있다. 초조함은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다른 가능성을 봉쇄하기 위해 체제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권력의 작동방식인 것이다. 따라서 초조함에 맞서는 것은 체제에 저항하는 ‘어마어마한’ 일이다. 단단한 각오가 요구되지만,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기자명 엄기호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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