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10월20일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서에 첨부된 트위터 글 5만5689개를 국회에 서면으로 제출했다. 이 자료에는 개인정보를 이유로 트위터 계정은 삭제되어 있었지만, 트윗을 올린 날짜, 시간, 내용(RT 포함), 검찰이 분석한 글의 정치적 성향이 담겨 있다.  〈시사IN〉은 5만5689건 가운데 ‘국회 제출용’이라는 직인이 찍혀 식별이 어려운 글을 제외한 5만5620건을 디지털 자료로 전환해 분석했다.

검찰이 찾아낸 트윗 5만여 건은 국정원 직원과 민간인 협력자가 402개 트위터 계정을 통해 쓰거나 퍼나른(RT·리트윗) 글이다. 검찰은 이들이 작성한 전체 50여만 건 가운데 정치 사회적인 내용이 담긴 20여만 건을 추려냈고, 다시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만한 5만5689건으로 줄였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국회사진기자단〈/font〉〈/div〉2012년 12월4일 18대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 나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왼쪽)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오른쪽).
ⓒ국회사진기자단 2012년 12월4일 18대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 나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왼쪽)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오른쪽).


파문이 커지자 국정원은 직원들이 직접 작성한 글은 122건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의 글을 퍼나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정원을 비롯한 공안당국은 이미 인터넷 매체 〈우리민족끼리〉의 트윗 글 102건을 리트윗한 박정근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한 바 있다. 리트윗 자체만으로 범죄가 성립된다고 본 것이다.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활동은 2012년 9월1일부터 12월18일까지 진행됐다. 트위터 활동량을 월별로 따져보면, 9월(2만3320건), 10월(1만7943건), 11월(8415건), 12월(5942건) 순서였다(오른쪽 아래 〈표〉 참조). 9월과 10월이 11월이나 12월에 비해 많았는데, 9월 트윗양이 많은 것은 안철수 후보 때문으로 분석된다.

 

 

 

 


안철수 9월 출마 후 ‘안철수 반대’ 내용 많아

안철수 후보는 9월19일 출마를 선언했고, 그와 함께 지지율이 출렁였다. 다자 대결 구도에서 안 후보는 박근혜 후보에 이어 줄곧 2위였지만 양자 대결에서는 박 후보를 눌렀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안 후보는 출마선언을 한 주에 양자 대결에서 처음으로 46.9%를 얻어 박근혜 후보(44.1%)를 따돌렸다. 이맘때 국정원 직원들은 주로 안철수 반대 의견을 트위터 공간에서 퍼날랐다.

안 후보와 관련한 음해성 글들이었다. 음대 출신 여교수와의 스캔들 의혹, 안철수연구소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인수 의혹 등 휘발성 있는 이슈를 집중해서 올렸다. ‘찰스(225개)’ ‘간철수(134개)’ ‘간잽이(24개)’ 등 안 후보를 비하하는 표현이 담긴 글도 반복적으로 노출시켰다(인용 트윗은 맞춤법이 틀려도 원본 그대로 실었다). 

9월 한 달 트윗양 2만3320건을 지지 성향 별로 따져봤더니, 안철수 반대가 9843건으로 가장 많았다. 문재인 후보나 민주당 반대 트윗은 5216건, 박근혜 후보나 새누리당 지지 트윗 5546건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수준이었다. 이정희 후보나 통진당 반대는 2715건이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이명익〈/font〉〈/div〉2012년 12월13일 대전에서 합동유세를 하는 문재인 후보(왼쪽)와 안철수 전 후보.
ⓒ시사IN 이명익 2012년 12월13일 대전에서 합동유세를 하는 문재인 후보(왼쪽)와 안철수 전 후보.

 

문재인 후보에 대한 트윗은 지역감정을 교묘하게 조장한 경우도 있었다.

전남 신안군민 1004명 문재인 지지 선언…과거 노무현 돌풍을 재현해 보겠다는 꼼수 아닌가? 전라도 사람들이 왜 동향인 정세균 지지를 하지 않고 문재인을…그러면 지난번 총선 때 이정현도 뽑아줬어야지…그러니 진정성을 의심받지?(9월3일 오후 1시34분)

9월10일 아침 박근혜 후보는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재심 판결을 통해 무죄가 확정된 인혁당 사건을 두고 “두 개의 법원 판결이 있었다”라고 실언했다. 민주당은 국가지도자의 역사의식이 문제라며 공격했다. 트위터 공간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자 이날 오후부터 국정원 직원들은 박 후보 방어에 나섰다.

RT 1964년 인혁당 사건도 굶어 죽으며, 끼니 때우기 힘든 시절..학생들이 북의 지령을 받아 민주주의하자고 하던 것..국민이 굶어죽는 판에 북과 함께 정부 전복을 꾀하는 자들을 일벌백계한 것(9월11일 오후2시).

이렇게 시작된 방어 트윗은 새벽에도 계속되었다.  

RT 2차 인혁당 사건은 ‘자생 공산주의(빨갱이)’를 검거한 것이다. 나 같았으면 재판도 없이 공개 처형했을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나보다 나은 사람이다(9월12일 새벽 4시51분).

이 트윗을 국정원 직원들은 봇 프로그램(자동 리트윗 프로그램)을 이용해 11회 퍼날랐다. 이런 식으로 국정원 직원들은 자동생성 프로그램을 이용해 5초 이내에서 똑같은 글을 배포했다. 똑같은 글을 계속 올리면, 트윗 게재가 제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마침표나 물음표만 새로 붙이는 수법을 쓰기도 했다.

또한 인혁당 재심 판결을 두고 노무현 정부와 연결시키는 트윗을 퍼나르기도 했다.  

RT 노무현 정부가 ‘조작’으로 뒤집은 인혁당 사건. 북한의 지령을 받고 조직적으로 활동한 지하당이었음이 박범진 증언을 통해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다(9월12일 오전 10시58분).

 

 

 

 

 

 

 

 

10월로 접어들면서 국정원 직원들은 주요 공격 타깃을 문재인 후보로 바꾸었다. 10월 전체 트윗양을 지지 성향별로 분석하니,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 반대가 8578건으로 가장 많았다. 안철수 후보 반대 4789건,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 지지 4072건 순서였다. 국정원 직원들은 문재인 후보를 비하하는 ‘문죄인(833회)’이라는 단어가 담긴 트윗을 퍼날랐다. 10월에 문재인 후보로 공격이 바뀐 것은 NLL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10월8일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대화록이 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화록에서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이 NLL 불씨를 처음으로 지핀 시점이다. 사이버상에서 국정원 직원들은 집중적으로 NLL 논란을 확대시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놈현(175개)’이라는 표현이 담긴 트윗을 날렸다. 

놈현이 당당했던 게 아니라 당당했던 척한거네〉〉〉김무성 “무엇이 무서워 역사 감추려 했나 밝혀야” 청와대 문건폐기 지시의혹’ 고리로 文압박..” 安도 NLL 입장 밝혀야”(10월23일  오전 11시41분).

적어도 트위터 공간에서 국정원 직원들은 새누리당이 제기한 이슈와 보조를 맞추었다.

10월9일 송호창 민주당 의원은 탈당해 안철수 후보에 합류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철새(117개) 프레임’을 형성하는 트윗을 작성했다. 

인간성도 바닥이고 정치철학도 없는 쓰레기 송호창 그럴거면 왜 민주당 낡은 세력 지도부에게 총선 때 지원유세 받았나 하니 꿀 먹은 벙어리..그리고 뭐래는 줄 아세요? 탈당은 하지만 다른 데 가는 건 아니지 않냐..(10월9일 오후 5시10분)

10월21일 박근혜 후보는 기자간담회에서 또다시 정수장학회 관련 실언을 했다. “유족이 압력에 의해 강탈당했다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강압적으로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라고 말했다. 트위터에서 박 후보의 편향된 역사관이 다시 드러났다며 공격당하자, 국정원 직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끌어들이며 역공에 나섰다.

RT 노무현-문재인 누나, 정수장학회서 장학금 받았다! #대선(10월21일 오후 3시34분) 

또 정수장학회의 진실이라고 담긴 동영상 링크가 걸린 ‘전 민주당 국회의원 김원길이 밝히는 정수장학회 진실(동영상 꼭 보시고 진실을 알아야 합니다)’이라는 트윗을 348회나 퍼날랐다. 이 링크를 클릭하면 박사모 카페가 연결된다.

11월 들어 문재인·안철수 후보 사이 단일화는 진통을 겪었다. 밀고 당기기가 지속되자, 국정원 직원들은 단일화 자체를 조롱하는 트윗을 날렸다.

RT 도대체 문재인 안철수 덤앤더머들 에라이~^^ 아무리 쪼아봐야 뻔한데. 하는 짓들 보고 있자니 참~네 허망할 뿐입니다. 둘이 만나기는 왜 자꾸 만나냐구요(11월22일 밤 11시28분).

결국 11월23일 안철수 후보가 사퇴했다. 안철수 후보가 사퇴하고 10여 분 뒤부터, 국정원 직원들은 갑자기 ‘안심 지지자’ 잡기 트윗을 올렸다. 

RT 결국 새 정치란 없다. 새 정치 이룰 사람은 박근혜밖에 없네요. 안 지지자들 주식폭락으로 자살할 사람 많겠네요. 배신자란 이름을 달고 살아야 할 것이고 검증을 결국 이겨내지 못한 후보란 소리도 듣겠네요(11월23일 밤 8시41분).

11월 전체 트윗(8415건) 가운데 문재인 민주당 반대는 4057건, 안철수 반대는 1987건, 박근혜 새누리당 지지는 2247건이었다.

12월 들어 안철수 반대 트윗은 601개로 줄었다. 9월 9843건에 비하면 격감한 것이다. 12월18일까지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 반대 트윗은 2967건,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 지지 트윗은 1917건이었다.

‘선거운동원’ 같은 5만5600여 건 트윗

5만5620건을 분석해본 결과, 국정원 직원들은 트위터 공간에서 박근혜 후보의 선거운동원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심리전단의 확대·강화 자체가 국내 정치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2008년 촛불집회 이후 심리전단이 1개 팀에서 2개 팀으로 늘었고, 2010년 천안함 폭침설이 퍼지자 2개 팀에서 3개 팀으로 늘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후, 원세훈 원장은 부서장 회의에서 “트위터라든가 SNS라든가 온라인상에서 별말 다 지어지고 있다.  사실이 아닌데 저 사람들은 그냥 나라를 흔들기 위해서 일부러 허위 사실을 한다”라며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의 패배를 피부과 의혹이 확산된 트위터 탓으로 돌렸다. 2012년 2월 트위터 전담 안보5팀이 신설되었다. 안보5팀 소속 20여 명이 노골적으로 트윗을 한 것은 익명성 때문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하지만 그 익명성을 믿고 마음놓고 활동했던 국정원의 맨얼굴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국정원 의심 계정 트위터에서 무슨 말이 오갔나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자료〈/font〉〈/div〉(2012년 9~12월, 검찰이 확보한 5만5000여 트윗 바탕으로 그래픽 제작)
ⓒ시사IN 자료 (2012년 9~12월, 검찰이 확보한 5만5000여 트윗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자료〈/font〉〈/div〉(2012년 9~12월, 검찰이 확보한 5만5000여 트윗 바탕으로 그래픽 제작)
ⓒ시사IN 자료 (2012년 9~12월, 검찰이 확보한 5만5000여 트윗들)
기자명 고제규·송지혜·김동인·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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