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민주적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웃을 사람은 학생이고, 두 번째가 교사일 거다. 학부모 또한 고개를 저을 것은 분명하다. 학교가 민주적이지 않다는 말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교장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오죽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은 직업이 초등학교 교장일까?

아래 일화는 15년도 더 지난 이야기이다.

“선배님, 근데 회의는 언제 해요?” 막 신규 교사로 발령받은 후배가 한 달쯤 뒤 내게 물었다. “회의? 월요일마다 하잖아?” “아니 그거 말고 진짜 우리 생각을 말하는 회의요.” “나도 그 회의 언제 하는지 궁금했는데 10년을 기다려도 안 하더라.”

농담처럼 말했지만 선배로서 창피하고 교사로서 화가 났다. 그래도 이 질문을 한 후배가 정말 참신해 보였다. 참 좋은 선생님이 될 거란 생각도 들었다. 다른 후배들은 어떤 물음도 없이 그냥 눈치만 보고 따라하는데, 유일하게 진짜 교사회의에 대한 질문을 했던 것이다. 어떤 학교는 아예 ‘직원종례’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마치 학생들 종례처럼 교장이 교사들을 모아놓고 훈시하거나 전혀 교육적이지 않은 사견을 늘어놓는다. 교사들은 시계만 보며 그 시간을 견딘다. 
 

ⓒ그림 박해성

교육대나 사범대에서 학교와 아이들에 대한 낭만적 꿈을 가졌던 교사들이 가장 먼저 벽에 부딪히는 장면이 교사회의다. 회의는 없고 ‘윗분들’ 훈시나 전달이 대부분이다. 누군가 교장이 싫어할 말을 하면 분위기가 엉망이 돼버린다. 그 분위기는 교장이 누그러질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첫 발령을 받으면 언제 진짜 회의를 하는지 한참을 기다리기도 한다. 그러나 진짜 회의를 할 기회는 절대 오질 않는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대부분의 교사들은 입을 다물고 산다. 거기엔 지시와 복종만 존재한다. 학교는 많은 면에서 군대와 닮았다. 위에서 내려오는 것들은 토 달지 말고 해야 하고, 반드시 기한을 지켜야 하며, 당장 아이들과 수업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그런 자세와 근무 내용이 평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억눌린 교사와 ‘하는 척’만 하는 학생

대다수 교사는 대부분 교육을 위한 소신을 피력해보지 못하고 산다. 그렇게 억눌린 교사들은 교실에서 제왕이 되어 억눌린 감정을 왜곡된 형태로 표출하기도 한다. 존중받아보지 못한 교사가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런 이중적 상황은 교육을 가장 비교육적으로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아이들도 학교에서 ‘그런 척’만 배운다. 하는 척하고, 착한 척하고, 속마음은 다르게 갖는 것이 자연스러워진다. 

학급 민주주의는 사라지고 교사와 학생들의 파워, 이를테면 공부를 잘하거나 운동을 잘하거나, 잘생겼거나, 부모가 잘살거나 등등으로 서열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둥글게 함께가 아니라 서열이 지배하는 학급 문화가 내면화되는 것이다.

교사가 놓인 처지에 대한 분석은 교육을 바라보고 분석하는 데 아주 중요한 지점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교육의 질도 성패도 교사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진짜 회의는 언제나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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