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서울에서 살았던 내게 부산은 서울 생활이 힘들 때 찾고 싶은 ‘고향’의 의미가 강했다. 삶이 팍팍하고 힘들수록 더 커져만 갔던 부산에 대한 그리움. 그 그리움 때문에 몇 년간의 서울 생활을 접고 부산으로 다시 내려왔는지도 모른다. 그리움의 끝엔 항상 부산의 바다가 있었다. 차를 타고 조금만 가면 바다를 만날 수 있다는 건 삶에서 큰 축복이다. 그래서인지 부산 여행을 다녀간 외지 사람들은 도심 속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부산이 좋다고 한다. 그 부산이 10월이면 여러 축제로 시끌벅적하다.

대표적인 축제는 바로 10월3일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 올해로 벌써 18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는 명실상부한 세계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아시안 필름마켓 구실은 물론 전 세계 영화인이 만나는 장으로도 손색이 없는 부산국제영화제에는 국내외 감독과 영화배우가 대거 참석해 영화의 전당과 해운대에 마련된 비프빌리지에서도 심심찮게 유명 감독과 배우를 만나는 행운을 잡을 수 있다. 대부분의 영화는 만 15세 이상 관람가이기에 어린 자녀를 동반한 여행자들은 영화 관람에 제약이 있을 수도 있지만, 만 12세 이상과 전체 관람가 영화도 제법 있으므로 시간표를 확인해 영화를 보면 색다른 추억이 될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인기작의 경우 온라인으로는 매진된 상태이지만, 현장 판매분은 별도로 있으니 서두르면 된다.

굳이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영화제 기간의 부산은 그야말로 축제 그 자체다. 새로 축제의 주 무대가 된 영화의 전당과 해운대 일대는 부산 여행의 1번지이기도 하다. 해운대해수욕장을 중심으로 동백섬과 누리마루를 돌아보고, 길 건너편의 해운대시장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해운대시장과 연결된 골목에 있는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사진 작품을 관람하는 것도 문화 탐방의 기회가 된다. 달맞이고개를 드라이브하거나 바다를 옆에 끼고 문탠로드를 걷는 것 또한 부산에서만 해볼 수 있는 경험. 부산국제영화제의 구(舊)중심이었던 남포동 일대도 빼놓으면 섭섭한 부산 여행지다. 비프(BIFF) 광장에는 유명 배우들의 핸드 프린팅이 곳곳에 있으며, 오래된 영화관들이 관객을 기다린다.

영화관 앞에 즐비한 포장마차에서 씨앗호떡, 오징어무침과 부추전, 부산어묵, 단팥죽을 사먹는 건 기본이며, 먹자골목에서 목욕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순대와 비빔당면, 충무김밥을 먹는 것도 재밌다. 남포동에서 이어진 국제시장 역시 먹을거리,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할매유부전골도 맛있고 부평동 어묵골목에서 어묵을 사먹거나 선물로 사가도 좋다. 남포동에서 이어진 보수동 책방골목, 부산 근대역사관, 감천문화마을, 동아대 박물관 등 부산 여행지는 무궁무진하다.

때마침 10월10~13일 자갈치시장 일대에서 자갈치 축제가 열리고, 송도해수욕장에서는 부산바다미술제가 열리니 동시에 세 가지 축제를 즐길 수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놓친 사람이라면 전국 최대·최고 규모를 자랑하는 ‘부산불꽃축제’에 맞춰 부산 여행 계획을 세우는 건 어떨까? 전국의 내로라하는 불꽃축제를 다 다녀봤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바로 부산불꽃축제다. 이 역시 부산의 랜드마크인 ‘광안대교’와 ‘광안리해수욕장’이라는 바다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부산불꽃축제를 볼 수 있는 포인트는 여러 군데 있지만, 무어니 무어니 해도 광안리 앞바다에서 보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기자명 장은숙 (부산사대부고 국어교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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