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인터넷은 두 가지 방향으로 무한 확장해왔다. 기록 데이터가 무한 용량으로 확대됐고, 더불어 무한 용량을 쌓는 주체가 거의 모든 인터넷 사용자로 확장됐다. 이는 무한한 주체가 무한으로 연결되어 무한한 데이터를 무한 용량으로 쌓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방향성에 반기를 든 세력이 등장했다. 바로 무한 기록 양을 제한 기록 양으로, 무기한의 데이터 저장을 찰나로 제한하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한 것이다.

지난 8월 바인(Vine)의 사용자 수가 4000만명을 돌파했다. 바인은 6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의 동영상만을 기록해 공유하는 일종의 동영상 SNS다. 트위터는 이 서비스를 3000만 달러를 들여 인수했다. 트위터와 바인은 좋은 궁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의 140자 제약에 맞춰 사용자들이 트위터에서만 볼 수 있는 형태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었듯 바인 역시 그럴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10억 달러(약 1조745억원)에 인수한 인스타그램 역시 15초 비디오 저장 기능을 업데이트했다.

사진을 찍어 메시지를 보내는 서비스 ‘샤틀리’는 보낸 사람이 지정한 시간 내에서만 사진과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동영상 기술을 보유한 국내 스타트업 기업인 아이쿠는 3초 ‘움짤(움직이는 짧은 그림)’을 제작·유통할 수 있는 SNS인 bb(be better)를 최근 출시했다. 이 콘텐츠는 사진도 아니고 완전한 동영상도 아니어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실험이 가능하리라 기대된다.

콘텐츠 자체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하는 서비스도 주목을 받는다. 지난해 4월 〈시사IN〉 제248호 ‘잊힐 권리’에 대한 글에서 ‘디지털 장의사’라는 개념을 설명한 바 있다. 자신이 원할 때 스스로 자신의 기록이나 자신에 대한 기록을 인터넷에서 지울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이런 개념의 연장선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주고받은 메시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하는 스냅챗(snapchat)이라는 서비스가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서비스는 하루에 무려 3억5000만명이 사용할 정도로 엄청나게 성장 중이다.

‘사업자는 운영비 절감, 이용자는 사생활 보호’

국내 벤처기업인 티그레이프도 최근 사진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샤틀리(shot.ly)’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지인들과 친구를 맺고 사진을 찍어 메시지를 입력해서 보내는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로, 상대방은 보낸 사람이 지정한 시간 내에서만 사진과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지정 가능한 시간은 최대 10초다. 지정된 시간이 지나면 사진은 자동으로 삭제되어 온라인에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데다 화면을 캡처할 수도 없다.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 이 서비스는 현재 안드로이드 버전만 나와 있다.

다음의 메신저 서비스인 마이피플의 ‘5초 메시지’와 ‘5초 사진’ 기능도 역시 찰나의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네이버의 메신저 서비스 ‘라인’에도 4~10초의 짧은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다.

인터넷의 무한 확장과 무한 용량의 흐름이 찰나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주춤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폭증하는 데이터 사용량을 감당해야 하는 서비스 사업자 처지에서는 색다른 콘텐츠 생산을 가능하게 함과 동시에 운영비 절감 효과도 가져온다는 점에서 최근 출시된 ‘찰나의 서비스’들은 주목할 만하다.

이런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들이 일부 음란물 전파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도 있지만 모바일 세대에게는 확실히 이전 세대의 소통 방식과 차별화되는 색다른 도구로 여겨진다.

기자명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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