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전 법무부 장관)참여정부 들어서 검찰 개혁을 둘러싼 검찰·법무부 갈등이, 수사권 독립 문제로 검·경 갈등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관 간 개혁 주장의 틈바구니에 끼어 갈 길을 설정하기가 매우 어려운 딜레마에 빠졌다.
참여정부에 들어와서 개혁 과제를 둘러싸고 가장 시끄럽게 갈등이 불거진 영역 가운데 하나는 수사를 비롯한 형사소송 제도를 중심으로 한 사법 영역이 아니었을까 한다. 정부 초기에 검찰 개혁이 최우선 과제로 부각되면서 검찰 인사를 둘러싸고 검찰·법무부 간에 갈등이 있었다. 그 후 청와대에서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신설안을 내놓으면서 이에 동의하지 않는 검찰·법무부와 갈등이 있었다. 다시 경찰이 수사권 이전을 요구하면서 수사권 독립 문제로 검·경 갈등이 커졌다. 최근에는 형사 사건에 대한 영장 문제로 법·검 갈등이 여러 차례 재현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되돌아보면서 몇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형사소송 제도는 사건 초기에 경찰이 수사를 직접 맡아 처리하고, 검찰이 그 지휘 감독을 담당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며, 법원이 재판을 맡아서 판결하고, 법무부가 판결 이후의 집행을 맡는 일련의 과정으로서 네 개 기관이 하나의 흐름 속에 상호 연관되어 업무 처리를 하게 되어 있다. 검찰이 수사권을 갖고 있다고 하나, 제도의 원래 취지는 경찰이 수사를 하되, 준사법 기관인 검찰이 주체가 되어 수사를 지휘 감독하면서 법 적합성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성장 수준에 걸맞지 않게 사회 전체가 부패와 비리구조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보니 검찰이 직접 나서서 수사할 수밖에 없는 대형 사건들이 줄지어 터진다. 그러다 보니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이 전면 부각되어 그 결과에 따라 검찰 전체가 흔들려버리는 듯한 외형을 좀처럼 벗어나기 어렵다. 또한 대형 사건들은 결국 부당한 돈 거래를 추적하는 일이고, 자금의 흐름은 대부분 증거를 남기지 않기 때문에 검찰은 수사 과정이 공개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당사자의 진술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고, 그러다 보면 또 무리한 수사라는 비난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구조적 악순환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형사소송 제도의 현재 나타난 문제점들을 짚어내고 수선을 단행하려면, 각 기관 간 업무의 상호 연관성, 각 기관의 업무 처리 실정들을 충분히 들여다본 후 현재 우리나라 수준에 맞는 총괄적이고 수미일관한 제도 개혁안이 나와주었어야 한다. 현재의 형사소송 제도를 유지하면서 운영상의 문제를 고칠 것인지, 아니면 제도 자체를 바꿀 것인지 방향 설정이 필요했다. 다음으로는 그런 총괄적인 개혁안을 누가 만들 것인가의 문제인데, 적어도 형사소송 제도에 상호 연관된 각 기관이 참여하거나, 각 기관의 상위 단계에서 개혁을 총괄할 수 있는 단위가 설정되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실정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정부 출범 초기 인수위에서 검토하다가 흐지부지된 경찰의 수사권 문제는 제도를 바꾸자는 것인데, 경찰 스스로 주장하다가 가라앉아버렸다.

검찰과 경찰, ‘상처뿐인 싸움’만 벌여

검찰 개혁은 초기에 현재 제도를 정상화시키는 방향에서 수사의 지휘 감독 기능에 맞춰 준사법 기관성의 회복에 역점을 두고, 검찰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특수수사 영역은 별도로 개혁하는 단계별 진행을 하려다가, 제도를 전면 바꾸는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안에 부닥쳐 좌초되었다. 대법원은 원래 대법원을 개혁하라는 압력에 사법개혁위원회를 구성해서 제도를 바꾸는 것에 해당하는 배심원제와 로스쿨 제도를 검토했고(이 과정에서 대법원 개혁 과제는 실종되다시피 했다), 이것이 상위 그룹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로 옮아가서 결정되었으나, 여기에서 경찰과 검찰의 개혁 과제가 함께 다루어지지는 못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우리나라 경찰과 검찰의 수사 현실은 별 개선도 없이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이와 같이 상호 일관성 없는 개혁안들이 불쑥불쑥 들이밀어지고, 또 총괄적인 개혁 주체도 없어서 각 기관들이 모두 나서서 자기 입장의 목소리를 내다 보니, 바라보는 국민들만 피곤하다. 또 밥그릇 싸움이라는 핀잔만 남아서 기관들의 신뢰도도 떨어진다. 경찰과 검찰은 나아진 것 없이 상처만 입었다. 특히 검찰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관 간 개혁 주장의 틈바구니에 끼어 갈 길을 설정하기가 매우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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